[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24명의 스케이터 중 마지막으로 연기한 김연아는 23명의 다른 선수들이 오직 꿈에서나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미국의 피겨 스케이팅 전문사이트인 '아이스 네트워크'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김연아(23)와 다른 선수들의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통해 김연아의 압도적인 기량은 충분히 증명됐다.
하지만 18일 막을 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연아는 218.31점이라는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인 캐롤리나 코스트너(26, 이탈리아 197.89)와의 점수 차는 무려 20.42점 차였다. 피겨 스케이팅의 전성기였던 80년대의 ‘여제’는 카타리나 비트(독일)였다.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피겨 스케이팅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비트는 김연아처럼 함께 출전한 선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구채점제와 현재의 신채점제의 방식은 큰 차이가 있지만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역사상 김연아만큼 경쟁자들과 차원이 다른 선수는 드물었다.
주니어시절부터 김연아와 경쟁을 해온 아사다 마오(23, 일본)는 196.47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연아와의 점수 차는 21.84점이었다. 주니어 시절과 시니어 초창기에는 이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22점에 가까운 점수 차이가 난다. 10점 차만 벌어져도 '압승'으로 여기는 상황을 볼 때 김연아와 아사다는 '라이벌'이 아닌 '레벨'이 다른 선수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상대에 대한 질문에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모든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아사다와의 비교에 대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마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아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면 그 누구도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됐다. 좋은 경쟁자는 훌륭한 자극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주니어 시절과 시니어 초기 시절 아사다의 존재는 김연아에게 좋은 자극제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르다. 김연아는 오로지 자기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하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기술과 표현력 그리고 스케이팅과 프로그램 완성도가 절정에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만 충실하게 수행하면 남은 것은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에 김연아는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김연아의 점프 성공률과 프로그램 수행 능력은 3년 전인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보다 한층 발전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고 생각한 김연아의 한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는 아사다와의 경쟁은 흥미가 떨어지고 어떻게 16.51점에 달하는 가산점(GOE)을 받을 수 있는지 혹은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PCS)에서 10점 만점을 받을 수 있는지가 더욱 궁금해지고 있다.
김연아의 프로그램을 살피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신채점제 도입 이후 피겨 스케이팅의 개념을 여러 번에 걸쳐 정의했기 때문이다.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대부분의 질문과 정답이 김연아의 프로그램에 녹아 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