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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스포츠라운지] ‘하면 된다’ 보여준 우리은행의 불꽃 투혼

기사입력 2013.02.22 18:43 / 기사수정 2013.05.08 16:55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사건이다. 네 시즌 연속 꼴찌를 했던 팀이 단숨에 일등을 했다는 사실 말이다.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얘기다.

우리은행은 최근 4년 동안 1승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었다. 상대 팀들에게 우리은행과의 대결은 그저 연습경기를 하듯 한 템포 쉬어가는 코스였다. 그런 우리은행이 2012~13 정규시즌에서 당당 우승을 차지한건 분명 되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주목할 신인이 합류한 것도 아니었고,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주전급 선수인 고아라가 삼성생명으로 떠나버려 가용인원마저 줄어들었다. 암담한 상황이었고, 누가 봐도 5년 연속 꼴찌는 떼 놓은 당상이었다.

변한 건 선수가 아니고 코칭스태프 뿐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우리은행은 6년 연속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우승을 싹쓸이한 무적함대 신한은행의 위성우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한솥밥을 먹던 전주원 코치도 함께 모셔왔다. 여기에 여자농구의 산실인 숭의여고를 지휘했던 박성배 코치까지 합류시키며 방점을 찍었다.

위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선수들의 몸을 돌보는 트레이너를 교체했고, 뒷일을 맡는 매니저도 젊은 라인업으로 꾸렸다. 지옥훈련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우리은행 개조 프로젝트'라고 해도 될만큼 기존 훈련과는 양과 질에서 차원이 달랐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우승을 하고 난 뒤에도 '기억 조차 하고 싶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언급한 여수 전지훈련과 일본 전지훈련이 차례로 이어졌다.

훈련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열외도 없고, 예외도 없었다. 의기투합한 코칭스태프 3명의 합의결과를 밀어붙이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선수들은 ‘이럴 수도 있는가’라며 혀를 내둘렀고, 쫓아가기 버거워 했다. 여수 향일암 108계단을 뛰어오르고 또 오를 땐 정상 부근에 웅크리고 있던 강아지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을 정도다. 차라리 발목이라도 삐어 며칠 드러눕고 싶었지만 골절이 아닌 한 꾀병은 통하지 않았다.

감당하기 힘든 훈련량에 부상선수는 속출했고, 나머지 선수들도 나가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전술 훈련 때는 정해진 시간도 없었다. 될 때까지 했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감독과 코치를 믿고 따랐다. 훈련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삼삼오오모여 감독을 성토했지만 원망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한계치를 높여가는 과정은 뼈를 깎는 고통이었지만 엄청난 수확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2년 10월12일. 시즌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을 2위로 마쳤던 KDB생명과 만났다. 원정이었고,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상대 팀 수뇌부와 응원단이 총 집결한 부담스런 자리였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이전의 그 팀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그대로였지만 강력한 존프레스를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걸면서 막강 체력을 과시했고, 공격 때는 기회다 싶으면 지체 없이 슛을 쏘아 올렸다. 모두가 깜짝 놀란 65-56 승리였다.

또 한 번의 사건은 지난해 11월10일 신한은행과의 2라운드 홈경기에서 나왔다. ‘춘천대첩’으로 불린 이 경기를 앞두고 신한은행은 6승1패로 리그 선두였고, 우리은행은 6승2패로 2위였다. 이미 한 차례 맞붙은 1라운드 대결에서 48-66으로 패했던 우리은행은 칼을 갈고 나왔다. 40분 동안 시종일관 밀어붙인 결과는 74-52 대승이었다. 우리은행은 이 경기로 리그 선두로 치고 올라가며 초반 돌풍이 결코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우승은 외국인 선수 합류 시점인 3라운드 이전과 이후의 리그 성적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임영희를 축으로 앞 선에서 이승아와 박혜진이, 인사이드에선 양지희와 배혜윤이 보여준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백전노장 용병 티나 톰슨이 가세하며 세련미까지 더해갔다.

8연승 한 차례를 포함해 4연승과 5연승을 기록하며 리그의 최강자로 군림한 우리은행은 시즌 막판 첫 3연패를 기록하며 주춤했지만 21일 청주 원정길에서 KB국민은행을 65-51로 누르며 마침내 우승을 확정지었다. 쉴 새 없이 노력하며 흘린 피와 땀이 맺은 크나큰 결실이었다. 

훈련 훈련 또 훈련으로 체력과 기량을 끌어올리며 기적을 일군 우리은행의 불꽃투혼. 이는 선수수혈 없이 이뤄낸 놀라운 업적이라는 측면에서 한국농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우리은행 선수들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뒤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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