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연기와 결혼, 모두 급할 게 없어요."
여유, 솔직함, 긍정…배우 김재원에 어울리는 세 단어다. 올해로 연기생활 13년째를 맞이한 김재원은 이제 먼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성숙한 배우로 거듭났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원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 종영 후 여행도 다녀오고 친구들도 만나며 휴식을 취한 덕분이다.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인기를 끌었던 '메이퀸'에 대한 아쉬움도 잠시 접어두었단다.
"아쉬움은 하나도 없어요. 예전처럼 작품을 찍은 뒤의 여운이 길지 않은 것 같아요. 한 작품으로 인기가 생기고 이슈가 되도 시청자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는 듯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제 성격 자체가 과거에 대해 집착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기존의 캐릭터를 지우고 새로운 작품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게 연기자로서 더 좋은 태도가 아닐까 해요."
2001년 SBS 시트콤 '허니허니'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재원은 2002년 MBC 드라마 '로망스'를 통해 '살인 미소'라는 별명을 얻으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그는 전역 후 MBC '내 마음이 들리니'와 '메이퀸'에서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연기 생활을 하다보면 잘 되는 작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 또 의도치 않은 공백기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역시 KBS 드라마 '황진이'(2006) 이후 5년 여의 공백기를 보냈다. 그런가하면 MBC '나도 꽃'(2011)의 첫 신 촬영부터 오토바이 소품 문제로 양쪽 어깨가 탈골돼 중도 하차하는 아픔도 겪었다.
조급해질 만도 했을텐데, 김재원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한 작품 한 작품 찍다보니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인생이 평탄할 수만은 없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힘든 시기가 연기 활동에 좋은 밑거름이 되더라고요. 다 때가 있는 것 같고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메이퀸' 역시 시기가 좋았고 여기에 작가 선생님과 감독님, 배우들의 호흡이 시너지가 돼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작품의 성공여부에 연연해하지 않는 그는 눈앞에 놓인 인기를 쫒는 데만 급급한 여느 연예인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물론 변한 것은 연기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나이로 올해 33세를 맞은 김재원은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도 성숙한 태도를 갖게 됐다.
"예전엔 외모나 스타일을 먼저 봤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외형적인 것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취미생활이나 음식 같은 코드도 잘 맞았으면 하고요. 결혼을 언제쯤 할지는 모르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도 편안한 베스트프렌드 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어요."
연애와 결혼관에 대해 신중하게 얘기하던 그는 '메이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이자 지난해 10월 아내와 돌 지난 아들의 존재가 밝혀져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재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재희씨 사랑에 대해서 제가 왈가왈부 할 수는 없어요. 자칫 잘못하면 왜곡될 수도 있으니까요. 두 사람이 사랑하고 예쁜 아기를 얻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가장으로서 '메이퀸'에 임하는 모습도 아름다웠고요."
'메이퀸'으로 큰 사랑을 받은 김재원은 2012 'MBC 연기대상'에서 MC를 꿰찬 것도 모자라 연속극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어렸을 때 개근상도 못 받아봤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13년차 연기자답게 상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털어놓았다.
"1년에도 몇 천, 몇 만 명이 연기하는 상황에서 상을 받는 것 자체가 대단히 감사한 일이죠. 그만큼 대중의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서 너무 감사해요. 처음 연기자 생활할 때는 상 받는게 마냥 좋았어요. 책임감도 별로 없었고요. 하지만 어느덧 상을 탈 때마다 부담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저보다 노력하고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최우수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하고 죄송스럽죠. 만약 대상이라도 타게 되면 부담감 때문에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상에 대한 욕심보다는 감사함, 그리고 겸손함이 담긴 그의 답변에서 김재원 특유의 '착한 남자' 향기가 물씬 풍겼다. 실제로 하얀 피부,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김재원은 선한 외모의 소유자답게 그동안 '착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이미지 변신을 고려해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는 다수의 연기자들처럼, 그 역시 거칠고 터프한 느낌의 '나쁜 남자'로 변신하고 싶은 욕심은 없었을까?
기자의 생각과 달리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급할 게 없다"며 웃어보였다. 솔직하고 낙천적인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보다 멋있는 배우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보다 더 멋있게 연기할 자신이 없어요. (웃음) 가족의 소중함이 담기거나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작품이 좋아요. 그래서 나쁜 남자보다는 항상 긍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는 거고요. 연기자 생활을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고 40~50년은 할 수 있을 텐데 변신은 나중에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중에 이순재 선생님처럼 나이 들어서 시트콤에서 야동순재로 변신할 수도 있는 거고요.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서 제가 갖고 있는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김재원 ⓒ 엑스포츠뉴스DB, 핑크스푼]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