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조용운 기자]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챔피언스리그는 축구를 넘어 승부의 세계를 사는 이들의 이면을 엿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영광의 시대를 함께 보냈던 스승과 제자가 벼랑 끝에서 적으로 만난 얄궂은 상황에서도 서로 향한 예의를 잊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이하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2012-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치렀다.
경기 전부터 마드리드와 맨유의 대결 초점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집중됐다. 지난 2003년 19살의 아직은 거친 원석이었던 호날두는 맨유로 이적하며 보석으로 탈바꿈했다. 호날두의 잠재력을 알아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손을 탄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고 이들은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클럽월드컵 우승 1회 등을 일궈내며 맨유 천하를 만들었다.
6년을 함께 한 호날두와 퍼거슨은 지난 2009년 호날두가 염원하던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등을 돌렸다. 이후 경기장 안에서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던 둘은 공교롭게도 탈락의 갈림길에서 조우했다.
경기 전부터 스승과 제자는 예의를 갖췄다. 호날두는 "골을 넣더라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퍼거슨도 "호날두는 더욱 강해졌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퍼거슨은 한층 성장한 제자를 막기 위해 다양한 수비 전술을 선보였고 호날두는 그것을 뚫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말한 대로 동점골을 넣고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승부사로서 90분 전쟁을 마치자 호날두와 퍼거슨은 비로소 스승과 제자로 돌아가 포옹하며 서로 격려했다. 호사가가 많기로 소문난 영국과 스페인 언론들도 둘의 포옹장면에 살을 붙이지 않고 아름다운 포옹으로 보도했다. 스승과 제자의 조우에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1차전을 1-1로 마친 양팀은 다음달 6일 맨유의 홈으로 장소를 옮겨 2차전을 치른다. 호날두의 올드 트래포드 방문으로 또 한 번 시끄러워질 예상이다.
[사진 ⓒ 아스 홈페이지]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