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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올 시즌 프로그램, '레미제라블'만한 것은 없더라

기사입력 2013.02.04 07:40 / 기사수정 2013.02.04 09:5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세계 각국의 내셔널대회(자국대회)가 대부분 치러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일본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고 올해에는 캐나다선수권과 전미선수권 그리고 유럽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아사다 마오(23, 일본)는 어김없이 일본선수권에서 6번째 정상에 등극했다. 캐나다선수권대회에서는 '신예' 케이틀린 오스먼드(18, 캐나다)가 200점 고지를 넘어서며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전미선수권에서는 애쉴리 와그너(22, 미국)가 2연패를 달성했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현 월드챔피언인 캐롤리나 코스트너(25, 이탈리아)가 정상에 등극했다. 특히 코스트너는 자국대회인 이탈리아선수권대회에서 무려 213.69점의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연아(23, 고려대)는 지난달 초에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3'에 출전해 210.77점의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오는 3월 11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여자 싱글 엔트리가 거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달 6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코리아 피겨스케이팅챔피언십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의 롱프로그램인 '레미제라블'을 클린했다. 이 모습을 직접 지켜봤고 전일본선수권 캐나다선수권 전미선수권 그리고 유럽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의 주요 경기를 동영상으로 관전했다.

결론은 레미제라블만한 여자 싱글 롱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이다. 눈여겨 볼 뛰어난 프로그램은 존재했다. 전미선수권 2위에 오른 그레이시 골드(17, 미국)의 롱프로그램인 'Life Is Beautiful'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와그너의 '삼손과 데릴라'도 뛰어난 프로그램이었다. 캐나다 여자 싱글의 부활을 알린 오스먼드의 '카르멘'도 놓칠 수 없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놓고 볼 때 레미제라블이 한 수 위였다. 김연아의 롱프로그램인 레미제라블은 기술과 안무가 이어지는 흐름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김연아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장점 중 하나는 안무에 이어 기술을 물 흐르듯이 구사한다는 점이다.



피겨 스케이팅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요소가 조합된 '종합예술 스포츠'다. 운동 능력을 요구하는 스케이팅 스킬과 점프 그리고 스핀이 들어간다. 여기에 예술적인 기질이 필요한 안무까지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를 자연스럽게 조합시키는 능력까지 갖추면 '프로그램을 지배하는 자'가 된다.

김연아와 다른 스케이터들의 차이점은 이 부분에서 나타난다. 아사다 마오와 캐롤리나 코스트너는 이 시대를 대표할만한 뛰어난 스케이터다. 두 선수 모두 오랜 세월동안 꾸준하게 세계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기술과 안무를 조합시키는 능력을 보면 아쉬운 점이 남는다. 점프의 퀄리티와 안무 소화력도 부족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을 만한 '명품 프로그램'을 완성하지 못했다.

김연아가 레미제라블을 연기할 때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를 구사한 뒤 안무로 호흡을 조절한 후 트리플 플립을 시도한다. 그리고 곧바로 '연아 카멜 스핀'으로 이어지는 동작은 매우 자연스럽다. 또한 점프의 완성도와 안무 소화력 여기에 프로그램 전체를 연기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밸런스는 밴쿠버 올림픽을 연상케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실수는 아쉬웠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이를 극복해내 '위기 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레미제라블 외에 골드의 Life Is Beautiful과 와그너의 삼손과 데릴라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기술과 안무가 이어지는 흐름은 레미제라블보다 어색해 보였다. 와그너는 점프의 실패로 인해 안무까지 흐트러지는 모습을 노출했다. 골드는 점프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미국 피겨의 '새로운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아직 미흡하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김연아, 아사다 마오, 캐롤리나 코스트너)와 그 이후에 등장한 신예(애쉴리 와그너, 케이틀린 오스먼드, 그레이시 골드)들이 펼칠 '신구의 경쟁'은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을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선보인 여자 싱글 프로그램 중 레미제라블에 필적할만한 프로그램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레미제라블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원인은 김연아가 '클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지난달 열린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레미제라블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실수 없이 연기를 마칠 경우 프로그램이 지니는 장점은 더욱 극대화된다. 만약 김연아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레미제라블을 완벽하게 연기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종달새의 비상'과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의 거룩한 계보를 잇게 된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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