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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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토해낸 서영이,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3.01.14 08:11 / 기사수정 2013.01.14 13:5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마침내 내뱉었다. 평생 숨기고 싶은 사연이었지만 언젠가는 들통 날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고 시부모님을 속인 죄는 덮어 둘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멀쩡히 살아계시는 아버지의 존재를 거부했다.

주인공인 이서영(이보영)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받고 있는 캐릭터다. 아버지가 못 마땅하다는 이유로 진실을 거짓으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비밀과 거짓말'은 이서영이란 캐릭터를 통해 극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추구하는 것은 이서영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범했던 잘못을 주변인들과 본인이 어떻게 풀어가는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연찮은 기회로 인해 강우재는 이서영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아내를 위해 한없이 자상했던 남편은 순식간에 돌변한다. 그토록 믿었던 아내가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고 뒷조사에 들어간다. 자신이 알아채지 못했던 이서영의 과거사가 하나 둘 씩 껍질이 벗겨지자 강우재의 실망은 더 없이 커져만 간다.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한 이서영은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늘 가시방석 같은 공간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쌍둥이 동생이 자신을 외면할 때다. 아버지의 그림자를 등지고 동생을 향해 마음을 열었지만 이러한 모순적인 행동에 상우는 서영을 비난한다.

서영은 늘 줄타기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한 삶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줄타기의 균형을 무너트린 이는 남편도 남동생도 그리고 아버지도 아니었다. 유부남인 강우재를 여전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장선우(장희진)가 결정타를 날렸다. 지난 12일 방송분에서 선우는 "이건 사기 결혼이다"며 서영을 비난했다.

우재와 서영의 갈등이 정점에 치달을 때 우재의 배다른 동생인 강성재(이정신)의 출생 비밀이 탄로 났다.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늘 초조하게 살아가던 서영의 죄책감은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선우에게 한 방을 맞은 뒤 이혼을 결심한다.

더는 추락할 곳이 없을 정도로 궁지에 몰린 서영은 끝내 진실을 털어놓았다. 시부모는 격노했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심하던 우재는 당황한다.



극 초반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가족과 인연을 끊은 딸과 화해를 위해 조금씩 다가서는 아버지의 모습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으로 전개될 '부녀 관계 회복'에 대해 시청자들은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나 상우가 사랑했던 연인인 미경(박정아)이 강우재의 동생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 딸 서영이'의 순항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쉴 틈 없이 자극적인 소재를 생산하는 인기드라마의 코드를 따르고 있다. 여기에 흔하디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출생의 비밀'도 끌어안았다.

가뜩이나 복잡했던 이서영과 이삼재(천호진)의 구도에 여러 가지 복선이 겹치면서 거미줄이 되어버렸다. 스토리의 일관성을 벗어나 보는 이들에게 자극을 주는 '막장 코드'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내 딸 서영이'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지금부터 시작됐다. 시청자들을 잡아두기 위해 지속적으로 던진 복선은 풀기 어려울 정도로 엉켜있다. 드라마가 추구하는 주제 의식을 살리려면 '실타래 풀기 작업'이 설득력 있게 진행되어야한다.

또한 이서영은 비난받기 위해 창조된 캐릭터가 아니다.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선택했던 '비밀과 거짓말'에 대해 참회하는 과정이 남았다. 또한 주변인들과의 갈등 해소로 새롭게 태어나는 절차도 남겨두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은 이서영과 이삼재의 결합이다. 어쩔 수 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운명을 가진 것이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문제는 이서영이 면죄부를 받는 과정에서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서영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상당수의 시청자들은 이미 돌을 든 상태다. 만약 결말 지점에서 실제로 돌을 던지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이 드라마는 실패로 끝나게 된다.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란 공감대가 형성될 때 이 드라마는 '막장의 터널'을 피해갈 수 있다.

한편 13일 방송된 '내 딸 서영이'는 42.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사진 = 내 딸 서영이 ⓒ KBS 화면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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