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레알 마드리드의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가 이번에도 벤치에서 출발했다. 2경기 연속 선발 명단 제외다.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주제 무리뉴 감독은 7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2012-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8라운드에서 카시야스를 재차 제외했다.
지난해 12월 23일 말라가와 경기에서 카시야스를 벤치에 앉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무리뉴 감독은 휴식기 이후 재개된 리그 첫 경기에서 또 골문을 안토니오 아단에게 맡겼다. 놀라운 선택이었다. 카시야스를 벤치에 둔 후 무리뉴 감독을 비롯해 레알 마드리드는 어수선한 연말과 신년을 보냈다.
현지 언론은 연일 무리뉴 감독을 비난했고 팬들도 카시야스에게 지지의 목소리를 전하며 무리뉴 감독의 경질을 기정사실화했다. 일각에선 무리뉴 감독이 자신의 새로운 행선지를 위해 전략적인 구설수를 유발해 경질을 유도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주장했다.
여러 말이 나오는 와중에도 무리뉴 감독은 당당했다. 그는 "사람들이 멋대로 이야기를 풀어낼 순 있겠지만 카시야스의 선발 제외는 순수하게 전술적인 결정이었다"며 "카시야스보다 아단의 컨디션이 더 좋았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내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증명하려는 듯 무리뉴 감독은 홈구장에서 아단을 또 내세웠다.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경기 전 감독과 선수를 소개하는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무리뉴 감독과 아단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반면 카시야스가 불리고 경기에 나올 때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팬들의 신뢰를 잃은 무리뉴 감독은 경기 내용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타당성까지 놓쳤다. 믿고 내보낸 아단의 경기력은 "카시야스보다 나았다"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말라가전 3실점으로 보는 이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아단은 이날 전반 9분 패스 미스에 이은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을 당하며 팀을 위기에 빠지게 했다.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은 "우리만 불이익을 받고 있다. 다른 팀이었으면 아단의 파울은 옐로 카드였을 것이다"고 잘못을 옹호했지만 아단의 실수로 레알 마드리드는 10명이서 80분을 뛰는 대가를 치렀다.
전반 10분 대신 나선 카시야스도 아단이 허용한 페널티킥을 포함해 3실점하며 이름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투입 직후에는 아단이 했던 패스 미스를 똑같이 보여줘 컨디션에 문제가 있음도 보여줬다. 그러나 카시야스는 히카르두 카르발류와 라파엘 바란, 마이클 에시엔 등의 수비진을 이끌고 수적 열세에도 승리를 지켜냈다. 최소한 경기 시작 10분 만에 문제를 일으킨 아단보다는 나았던 것은 확실했다.
결론적으로 컨디션 문제와 전술적 문제를 내밀기엔 아단의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카시야스를 벤치에 둔 주된 근거가 설득력을 잃은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은 카시야스와 불화설이 진실이든 선수단 기강을 잡기 위한 방법이었든 카시야스를 향해 믿음을 다시 심어줘야 한다. 더구나 다음 리그 경기에서는 아단마저 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 = 카시야스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