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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신치용 감독이 밝힌 '삼성화재가 무너지지 않는 법'

기사입력 2012.12.14 04:5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올해는 힘들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삼성화재가 무너질 것이다라는 소리를 매해 듣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디어데이 때 고희진이 했던 말처럼 강한 자가 강자가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자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배구를 20년 가까이 호령한 자가 있다. 신치용(57) 삼성화재 감독은 올 시즌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가빈 슈미트(26, 캐나다)가 떠났다. V리그 역대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은 그가 사라지자 이번에야말로 삼성화재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뜨거웠다.

그러나 신 감독은 물론 삼성화재 선수들은 이러한 소리에 흔들리지 않았다. 2라운드가 끝난 현재 삼성화재는 9승1패(승점 26)로 독주체제에 나섰다. 2위인 현대캐피탈(승점 20)과의 승점 차는 무려 6점이다. 지난 13일 열린 LIG손해보험과의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완승을 거둔 삼성화재는 올 시즌도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희생할 생각이 없다면 삼성화재에서 살아남을 생각을 버려라.

삼성화재의 훈련지를 찾았을 때 1위 팀의 여유를 찾기 힘들었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집중하고 있었다. 올 시즌 새로운 삼성화재의 해결사가 된 레오(22, 쿠바)는 "처음에는 내가 이 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을 했다. 삼성화재의 팀 문화는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문화가 생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팀에 녹아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동료들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레오에 대해 "발전 가능성이 없었다면 아예 뽑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레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수비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팀에 합류한 뒤 팀의 의사를 따르지 않을 때는 고향에 돌아가라는 말도 했었다. 레오는 자신의 현실을 알고 있었고 배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팀에 녹아들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우승후보로 꼽힌 팀은 삼성화재가 아니었다. '쿠바 특급' 까메호(26, 쿠바)가 가세한 LIG손해보험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다.

신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을 볼 때 우리 팀은 우승후보로 보기 어렵다. 일반적인 전력을 따지면 우리 팀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삼성화재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함께 해온 정신력과 조직력으로 '버티기'를 잘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약한 전력을 가졌지만 잘 버티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팀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엮는 힘은 무섭다. 삼성화재는 이러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프로 출범 이후 6차례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희생'과 '헌신'의 대상은 국내 선수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신 감독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팀원들 중 누구 한 명이라고 자신을 내세우면 팀워크가 살아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레오를 영입하기 전 네덜란드 출신의 유명한 선수가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 친구는 기량은 뛰어났지만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이러한 선수는 우리 팀에 큰 힘을 주지 못한다. 외국인 선수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팀의 방향과 의지에 따라올 수 있느냐는 점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본기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삼성화재의 힘은 '보이지 않는 주역'의 활약에 있다. '월드리베로' 여오현(34)과 '돌도사' 석진욱(36)은 팀의 기둥으로 오랫동안 활약하고 있다.

"석진욱은 나이가 많아도 서브리시브가 되기 때문에 선수로 생활할 수 있다. 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리시브와 수비만 잘해도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해준다. 감독들이 경기를 마치고 가장 많이 얘기하는 요소는 서브리시브다. 배구의 시작이자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리시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 감독은 "지속적인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만 서브리시브 같은 기본기가 완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공격과 비교해 수비 연습은 훨씬 힘들고 까다롭다. 요즘 어린 선수들이 수비 훈련을 기피하고 공격만 하려는 경향에 대해 신 감독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배구에는 정작 중요한 것이 있다. 선수 생활을 오래하는 것은 물론 개인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리시브와 수비를 해야 한다. 볼을 때리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받아내는 것과 세터 머리 위로 올리는 것이다."

선수들의 희생정신으로 완성되는 팀워크와 기본기를 중시하는 신 감독의 의지는 오늘 날의 삼성화재를 완성시켰다. 노장 선수 일부분을 제외하면 삼성화재의 멤버 중 1라운드 지명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박철우(27)를 제외하면 화려한 공격수가 부족한 것이 삼성화재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난관을 극복해낸 원인은 희생정신과 기본기를 우선시하는 신 감독의 배구 철학에 있었다.



[사진 = 신치용, 레오, 삼성화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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