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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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계 장인'을 꿈꾸는 스물일곱 임형주를 만나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2.11.17 05:32 / 기사수정 2012.11.17 05:56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밝게 인사하며 인터뷰 장소로 들어선 임형주는 몸은 고단해보였지만 표정은 누구보다 밝았다. 일주일 내내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는 강행군이었지만, 그 모든 피로감을 잊게 만들어주는 '뜻 깊은' 공연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8일 '클래식 스타일'  콘서트를 개최하는 임형주는 조수미, 조용필, 조영남에 이어 역대 네번째, 최연소로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서게 됐다. 콘서트에서는 1부 '클래식 스타일', 2부 '팝페라 스타일'을 테마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가곡은 물론 팝, 재즈 등 다양한 모습들이 선보여진다.

'한국인 최초,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익숙하게 달고 다니는 '유명인사'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니 또래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던 스물 일곱 청년, 임형주를 만났다.


'성악가 임형주'  임형주만의 '클래식 스타일' 보여드릴 것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팝페라' 장르를 대중적으로 부각시킨 대표자로 평가 받는 임형주는 2003년 故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역대 최연소 애국가 선창, 최연소 뉴욕 카네기홀 독창회 개최, 2010년 한국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유엔 평화메달'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콘서트는 또 다른 '최연소'의 기록이자 뿌듯한 성과다.

- 이번 공연이 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워낙 오페라극장이 오픈을 안 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그런 무대에 제가 설 수 있다니 정말 기뻐요. 제게 올해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거든요. 내년이면 세계 데뷔 10주년, 국내 데뷔 15주년이 돼요. 오페라극장도 내년에 개관 25주년을 맞죠. 그렇게 뭔가 딱딱 떨어지는 해에요. 책임감도 막중하고 긴장도 되지만 행복한 긴장감이죠.

- 콘서트 제목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 스타일'이다.

저는 정통 클래식 뮤지션은 아니에요. 오페라극장이 가지고 있는 우아함, 고고함과 상반되는 제목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크로스오버 음악인인 것처럼. 싸이 씨가 해외에서 엄청난 활약을 할 수 있게 해 준 노래 '강남스타일' 제목에서 착안했어요. '클래식 스타일'은 직역하면 '고전적인 스타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 '클래식'이란 것을 음악으로 봐도 좋지만 '임형주가 보여줄 고전적인 스타일' 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 10월 30일 일본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한복을 입고 공연한 사실로도 화제가 됐는데.

1200석의 공연장인데 1000석이 넘게 찼어요. 사실 한일관계가 많이 경색돼 있는 분위기지만 음악 문화에서 정치를 들이밀지 말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앵콜 무대에서 한복을 입고 공연했는데, 사실 안 좋은 얘기가 나올까봐 지인들도 만류하고, 걱정했었죠. 하지만 큰 환호가 나와 많이 놀랐어요. 자리에 함께 했던 일본 마이니치, 산케이 신문기자도 '정말 멋있었다'고 칭찬하더군요.

- 이번 '클래식 스타일' 콘서트도 '최연소 오페라극장 공연자'라는 사실로 화제가 됐다. '최연소'라는 수식 외에 공연의 가치를 덧붙인다면?

제 프로필에 '최연소,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이런 상징적인 곳에서 공연을 한다는 자체가 개인적으로 엄청난 영광이죠. 공연이 가까워지니까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많이 예민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 공연을 통해서 임형주의 새로운 모습, '클래식 스타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 임형주'  난 재미없는 사람, 시행착오 피했던 옛날 아쉬워

'당신이 좌절을 압니까?' 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임형주를 속상하게 만드는 말 중 하나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이 정말 임형주에게 '묻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 살면서 안 좋은 소리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보기에 제가 '온실 속의 화초'같은 이미지가 강한가 봐요. 네, 솔직히 물질적인 고통은 많이 못 겪어봤지만 그만큼 내면적인 고통이 많았죠. 그래서 삶은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워낙에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기에 너무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섰어요.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성장해 가는 건데, 어릴 때부터 절제하면서 생활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죠. 그 때 당장엔 실수하지 않아서 좋았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좀 풀어져서 살았어도 될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아쉬워요.

- 무엇이 그렇게 스스로를 쪼이면서 살아가게 만들었는지?

사람들의 기대감이라는 부분이 무섭죠. '팝페라테너 임형주니까' 하는 부분이요. 그런 기대치는 정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으니까요. 제겐 '교복을 입었던' 학창시절이 없어요. 지금도 교복 입고 거리를 지나가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마냥 부럽죠. 내 인생에서 그 부분은 영원히 만들어낼 수 없다는 사실이 속상해요. 예전에는 이런 것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2년 전쯤부터 조금씩 저를 놓아주기 시작했어요.

-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궁금하다.

저는 타고난 성품 자체가 활동적이지 않아요. 재미없는 사람이죠.(웃음) 글 쓰고, 책보는 것 좋아해요.(실제로 임형주는 일간지의 최연소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것은 물론, 작가로 변신해 역사에세이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음악가가 안됐다면 앵커, 신문기자, 소설가가 되고 싶을 정도로요. 책 추천이요? 세 권을 꼽아보자면 콜린 맥컬로의 '가시나무새',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임형주는 지난 2005년 4집 'The Lotus' 발매 이후 7년째 정규앨범 발매를 하지 않고 있다. 앨범 계획에 대해 묻자 "정규 앨범이라고 하면 뭔가 중압감이 드는 게 있어요. 그만큼 선곡부터 앨범의 기승전결 흐름까지 많이 고민해야 된다는 얘기죠. 섣불리 내고 싶지는 않아요. 조심스럽게 2014년 발매를 예상해봅니다"라며 웃어보였다.

당장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의 큰 공연을 앞두고 있지만 임형주의 계획은 이미 내년 말까지 꽉 짜여 있다.

"단독콘서트의 마지막은 카네기홀로 예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세계 여러 공연장을 거쳐 왔지만 가장 잘 맞는 공연장이 카네기홀인 것 같아요. 실제로도 제가 카네기홀에 있는 세 개의 공연장에서 모두 공연을 한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구요(웃음)"

인터뷰 내내 씩씩한 모습으로 분위기를 이끌던 임형주는 음악으로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멀리 내다보고 있는 자신의 꿈을 전했다.

"제 음악이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휴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팝페라는 기득권층이 즐기는 음악'이라는 편견이 참 아쉬워요. 국내에 팝페라를 처음 들여온 대표주자로서 팝페라에 대해 안 좋은 얘기가 나온다면 제가 감당해내고 싶고요. 그렇게 신승훈 씨처럼 대중가요에서 20년 넘게 한 우물만 파는, '장인정신을 가진 대표주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디지엔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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