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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칼럼] 외국인 선수, 누가 복덩이고 누가 실망줬나

기사입력 2012.11.16 15:26 / 기사수정 2012.11.16 15:30

조영준 기자


기나긴 시즌이 시작됐다. 지난 여름 런던올림픽을 통해 모처럼 한국여자배구의 위상을 높였던 후배들이 팀으로 돌아가 대장정에 들어갔다. 1라운드가 시작된 이후 시즌 전에 예상했던 시나리오의 퍼즐이 하나 둘씩 맞춰지고 있다.

국내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높은 것은 거론을 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 농사는 한 시즌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뛰는 6명의 선수들 중 5명의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했다.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준 선수들도 있고 실망감을 안겨준 이도 있다.

개인적으로 '코리아 드림'을 이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휘트니 도스티(25, 미국, 흥국생명)를 꼽고 싶다. 그리고 팀 동료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알레시아(25, IBK기업은행)와 베띠(25, GS칼텍스)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시즌을 앞두고 6구단이 연습 경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휘트니는 연습경기부터 놀라운 공격력을 보여줬고 실전경기에 들어와 벌써 125득점을 올렸다.

미국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휘트니는 4개월 전부터 팀에 합류해 국내 선수들과 손발을 맞췄다. 팀 적응을 일찍 시작한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보다 팔다리와 신장이 큰 본국에서 경기를 한 것과 국내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것은 큰 차이점이 있다. 보폭과 스텝이 다르기 때문에 하루 빨리 한국 배구에 녹아들어야 한다.

휘트니는 이러한 과정을 잘 밟아왔다. 주관적인 견해로 공격의 파워는 몬타뇨(28, 콜롬비아, 전 인삼공사)보다 뛰어난 것 같다. 몬타뇨는 힘도 좋았지만 탄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V리그를 평정할 수 있었다. 점프력에서는 몬타뇨에 미치지 못하지만 볼을 내려치는 힘만큼은 최고라고 평가하고 싶다.



문제점은 휘트니를 지원해줄 공격수가 흥국생명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인삼공사에는 뛰어난 국내 공격수가 없었지만 장소연(38)과 김세영(32, 이상 전 인삼공사)이라는 노련한 블로커가 버티고 있었다. 여기에 사이드 블로커인 한유미(30)와 세터 한수지(23)도 높이를 갖추고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유효 블로킹으로 바운드시킨 뒤 몬타뇨에게 볼을 올려줘 역습을 노렸다. 이러한 공식은 적중했고 몬타뇨의 공격력을 십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블로커들의 높이가 낮은 단점이 있다. 여기에 휘트니를 받쳐줄 보조 공격수도 부족하다. 지난 시즌 인삼공사와 올 시즌 흥국생명의 전력은 분명히 차이점이 존재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휘트니의 공격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휘트니와 함께 파괴력 넘치는 공격력을 갖춘 알레시아는 한층 편한 상태다. IBK기업은행에는 김희진(21)과 박정아(20)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지연(29)과 윤혜숙(29)이 가세했기 때문에 수비력에서 알레시아를 지원해 줄 수 있다. 알레시아와 휘트니는 힘도 좋지만 수비하기 어려운 타법을 구사한다. 이들에게 좋은 볼이 올라가면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확률이 높다.

4년 만에 국내 리그에 복귀한 GS칼텍스의 베띠는 동료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공격력이 뛰어난 휘트니와 알레시아와 비교해 베띠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베띠의 모습을 보면서 한층 노련해졌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강타만 때리는 것이 아니라 연타를 섞어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공격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알고 팀 동료들을 활용할 줄 아는 능력도 겸비했다.


GS칼텍스의 장점은 노련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경기의 기복도 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센터와 날개공격수로 활동하는 배유나(23)가 서브리시브가담과 수비까지 하기 때문에 2단 연결도 가장 매끄럽다.

미국 국가대표 출신인 도로공사의 니콜(26, 도로공사)도 나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공격은 물론 수비력까지 갖춘 그는 한국 문화에 쉽게 적응했다. 개막 전에서 리듬이 흐트러졌지만 2패 뒤 첫 승을 올렸다. 니콜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량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건설의 야나(25)는 현재보다 미래를 기대되는 선수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떡잎이라고 비유하고 싶은데 모든 공격을 홀로 책임질 선수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성품이 좋고 한국에서 뛰는 것에 대해 크게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열정을 더욱 코트에 쏟아 붓는 것이 필요하다. 양효진(23)과 황연주(26)가 버티고 있는 점도 야나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그러나 인삼공사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농사의 첫 씨앗을 뿌리는데 실패했다. 퇴출이 결정된 드라간(30)이 연습 경기에서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고 높이와 힘도 부족했다. 주관적인 견해로 볼 때 드라간은 실전 경기에 나서도 결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벼운 부상을 핑계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태도도 문제다. 일반적인 부상을 가지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국내리그에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능력에만 의지한다면 결코 정상에 올라설 수 없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의 힘을 빌려 많은 승수를 쌓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이들과 경쟁하는 우리 선수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된다는 점이다.

국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서브리시브다. 외국인 선수들의 강한 서브를 받아보면서 리시브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들의 구사하는 묵직한 공격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남자 코치들이 때려주는 볼을 받거나 남자 고등학교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다채롭게 활용하는 풍토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사진 = 휘트니, 알레시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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