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마드리드, 서영원 기자] 유럽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2012-2013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의 열기가 뜨겁다. 유럽축구의 복판에서 바라본, 명실상부 클럽축구의 '끝판 대회'로 불리는 챔피언스리그는 그 열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를 느껴보고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방문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의 경기가 열린 지난 6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는 무려 1만명에 육박하는 독일 축구팬들이 입장해 홈구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챔피언스리그를 즐기고 싶어한다. 원정팬 근처의 뜨거운 열기와 대형 스타디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높은 시야에 새삼 이국적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프리메라리가 경기와 다르게 챔피언스리그 입장권은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현장 판매분이 상당수 풀린 이날은 도르트문트팬과 당일 관광객들이 대거 입장했다.
7만4천여명 수용이 가능한 이곳에 도르트문트에 할당된 입장권은 6천여장이다. 원정팀에 배분된 티켓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으로 좌석의 8% 이내로 배분된다.
이날 도르트문트는 원정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까지 가세해 약 1만명이 입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경기 내내 열창하며 도르트문트를 지지했다.
대체적으로 챔피언스리그 원정은 원정팀 할당 티켓을 구하지 못하면 현장 응원을 포기한다고 한다. 한 도르트문트 팬은 “독일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다. 경제적인 면도 있지만 내 팀을 사랑하는 열정도 밑바탕에 깔려있다”라며 독일과 축구에 대한 열정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른 독일 팬은 “휴가를 내고 왔다. 이번 스페인 원정에 쓴 돈은 500유로(한화 약 70만원)정도”라며 구체적인 경비까지 밝혔다. 이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일본, 중국 원정시 드는 비용과 엇비슷한 금액이었다. 한편으로는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까지 원정을 떠나지 못하는 K리그 팬들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원정팬들이 착석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4층에서 그라운드를 보면 마치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이 축구게임 'FM(Football Manager)'의 오밀조밀한 점과 선처럼 보였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위해 좋지 않은 시야에도 열정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경기 내내 응원을 이어갔다. 응원가 도중에는 K리그 서포터들이 사용하는 노래도 더러 겹쳤다. FC서울, 수원블루윙즈 정도를 제외하면 1만여명의 합창은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도, 들을 수도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면 그 순간 국적은 무의미해진다. 도르트문트의 한 팬은 “차붐은 아버지 세대부터 구전돼 지금은 전설이 됐다”라며 기분을 맞춰줬다. 불과 반년 전 일본선수가 뛰던 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분데스리가 팬들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한편 이날 경기는 난타전 끝에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도르트문트는 충성도 높은 팬들을 보유한 행복한 구단이다.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도 '꿀벌'로 물들인 그들의 열기가 부러운 하루였다.
[사진 =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 엑스포츠뉴스DB]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