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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의 릴리스포인트] 롯데, 부산 홈팬 응원은 '독' 아닌 '득'

기사입력 2012.10.14 21:47 / 기사수정 2012.10.15 07:40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연고지, 부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 도시다. 큰 경기가 열릴 때면 사직구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지난 11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28,500석 전 좌석이 매진됐고, 4차전에는 20,795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비록 포스트시즌(PS) 13경기 연속 만원사례를 이어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뜨거운 부산의 야구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롯데에는 특이한 징크스가 있었다. 롯데는 1992년 9월 25일 열린 삼성과의 준PO 1차전 승리 이후 지난 11일 열린 두산과의 3차전까지 20년 간 홈에서 열린 준PO서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다. 불운이었다. 가장 뜨거운 응원 열기를 자랑하는 부산에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롯데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무려 20년 동안, 그것도 가을 축제인 준PO에서 홈 승리가 없다 보니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만했다. 특히 2010년 준PO 두산전서는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둔 뒤 홈에서 2연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꺾였다. 결국 롯데는 역스윕을 당하며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롯데는 적지에서 극적으로 2연승을 거둔 뒤 홈에서 열린 준PO 3차전서 2-7로 무기력하게 패배, 위기에 몰렸다. 12일 열린 4차전서도 롯데는 8회초까지 0-3으로 뒤져 있었다. 분위기상 뒤집기는 어려워 보였다. 게다가 두산 마운드에는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서 있었다. 2년 전 2연승 후 3연패를 당한 트라우마가 그들을 괴롭히는 듯했다.

힘이 빠질 법도 했다. 팬들도 "5차전 가면 힘들다"며 탄식했다. 하지만 8회말 공격이 시작되자 팬들이 먼저 힘을 냈다. 롯데 야수들은 함께 모여 "편안하게 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무기력한 경기 내용에 비난 일색이던 팬들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이 '기적의 8회'를 만들었고 롯데는 연장 끝에 역전승, PO 진출에 성공하며 홈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부산 팬들의 응원은 열광적이다. 열정이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른다. 선수들이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칠 때면 거침없는 쓴소리를 하고 정도가 심하면 육두문자를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간혹 '레이저 공격'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는 소수 팬의 어긋난 팬심으로 빚어지는 결과다.

정도 많다. 지난 14일, 앳된 외모의 남학생이 홀로 경기장을 찾아 자리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자 경기 내내 거친 응원을 멈추지 않던 한 중년 팬이 "아가, 혼자 왔나"라며 말을 붙인다.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자 반 강제(?)적으로 옆에 끌어다 앉혔다. 그리고 주전부리를 챙겨주며 함께 응원가를 따라불렀다. 그 학생은 이런 좋은 기억 하나로 또다시 야구장을 찾게 되고, 열정적인 팬이 될 것이다. 부산 팬들의 숨은 힘이다.

이날 '데일리 MVP'에 선정된 박준서도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팬들이 응원해줄 때 힘이 되고 기분도 더 좋다"며 "안타 치고 나갔을 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큰 힘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팬들의 함성이 그의 결정적인 한 방으로 이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전 "부산 팬들의 응원과 함께라면 당연히 (롯데가) 이길겁니다"라고 자신했던 박성주(44, 울산광역시) 씨는 경기 후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라며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홈팬의 뜨거운 응원이 롯데의 20년 준PO 무승 징크스를 끊어냈다. 16일부터 시작되는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롯데에게는 지난해의 아픔을 설욕할 좋은 기회다.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더해져야 선수들도 힘을 낼 수 있다.




[사진=관중들로 가득찬 사직구장, 갈매기 복장을 한 팬, 롯데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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