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강산 기자] "어린 선수들이 잘 해줬다."
29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7차전을 승리로 이끈 김기태 감독의 승리 소감이다. 다소 평범할 수도 있는 이 멘트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올 시즌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한 김 감독의 의도가 조금씩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LG는 29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서 9-3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에는 김 감독이 강조한 '어린 선수들', 즉 '젊은 피'의 활약이 크게 작용했다. 이날 LG는 다소 '파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최영진이 5번 타자 1루수로 중심타선에 포진했고, 조윤준은 7번 타자 포수로, 중견수로는 정주현이 나섰다.
확실히 LG의 선발 라인업에 자주 이름을 올리던 선수들은 아니다. 1990년생인 정주현은 2009년 입단했지만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이 한 차례도 없고, 대졸 신인 포수 조윤준(1989년생)과 지난 6월 1일 신고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된 최영진(1988년생)은 올해 1군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이다.
이들은 김 감독의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 LG에 입단한 '루키' 조윤준은 프로 데뷔 첫 타점 포함 2안타 4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최영진은 2안타 2타점 2득점, 정주현도 2안타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세 명의 '젊은 피'가 6안타 6타점 4득점을 합작한 것이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어린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특히 9월 들어 타격감을 끌어올리던 최영진과 달리 조윤준은 이날 경기 전까지 단 1타점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고, 정주현은 이전 11타석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한 채 삼진만 6차례 당했다. 하지만 다시 주어진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조윤준은 경기 후 "공격도 중요하지만 내 포지션은 포수다. 안정된 포수 수비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했을 정도로 임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이전까지 LG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다는 점이었다. 입단 당시 유망주로 평가받던 선수들은 자취를 감추거나 별 다른 활약 없이 2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어렵사리 1군에 진입해 기회를 부여받아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 LG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이용규(KIA), 박병호(넥센) 등은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타자들은 1군에 등록된 당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 같으면 1군 엔트리에 등록되는 것조차 어려웠을 법한 선수들이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고 있다. 선수들의 노력과 김 감독의 실험정신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올 시즌 내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29일 현재 LG의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 중 신동훈, 이희성, 최성훈(이상 투수), 조윤준(포수), 김영관. 최영진. 정주현(이상 야수)까지 총7명이 올 시즌 처음 프로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이다. 이민재, 서상우(이상 야수), 이성진(투수)도 최소 1차례씩 1군 무대를 경험했다.
LG의 팀 성적은 55승 4무 69패(승률 .444)로 처져 있지만 5경기가 남은 현 상황에서 올 시즌을 '실패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이전과 달리 팀 재건 하나만큼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조윤준, 최영진, 정주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