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목동, 강산 기자] 일본 고교야구를 평정한 197cm의 장신 투수는 이미지와 걸맞지 않게 수줍었다. 한국 취재진을 상대하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괴물 투수'답게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이어갔다. 그 주인공은 일본청소년야구대표팀의 에이스 후지나미 신타로(오사카 토인고)다.
후지나미는 197cm에서 내리꽂는 최고 구속 153km의 빠른 공이 일품인 팀 내 에이스다. 지난달 22일(이하 한국시각) 막을 내린 일본 최고 권위의 고교 야구 대회인 고시엔 대회 결승에서는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2피안타 14탈삼진 완봉승,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미 준결승전서 완투승을 거둔 그는 결승전서도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NHK 등 일본 TV 방송은 후지나미의 최고 구속 153km가 찍힌 전광판을 수차례 클로즈업하는 등 새로운 '괴물 투수'의 탄생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3일 목동구장서 열린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4일차 일본-이탈리아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후지나미는 결선 리그서 펼쳐질 한일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 공을 던지는 것, 이기기 위한 투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후지나미는 지난 1일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2피안타 13탈삼진의 '괴력투'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3일 경기를 마친 뒤 "던지면 던질수록 밸런스가 좋아지는 듯하다"며 컨디션에 문제가 없음을 알렸다.
후지나미는 지난달 열린 고시엔 대회 준결승과 결승서 모두 완투(결승은 완봉)를 펼친 데 대해 "나는 '0'으로 끝나는 경기가 너무 좋다"며 "항상 팀 승리가 목표이자 내 역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단 1점도 주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는 잘 아는 한국 선수가 있는지에 대해 묻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봤다"며 "한국은 승부처에 힘이 있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고시엔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유망주들이 한데 모인 이번 일본대표팀에 대해서는 "좋은 선수들이 모이긴 했지만 힘을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선리그서 성사될 것이 유력한 한일전에 대해 "나는 제구 좋은 투수가 아니다"며 "타자에게 맞지 않게끔 공을 던진다. 날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미소를 흘렸다. 하지만 고시엔 대회와 이번 대회 대만전서 그의 '괴력'은 이미 증명됐다.
한국대표팀 이정훈 감독도 "일본과 결선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지 않는 이상 후지나미와 감바라(3일 이탈리아전 승리투수)를 상대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한국 타자들이 일본의 '괴물 투수' 후지나미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일 지도 주목된다.
[사진=후지나미 신타로 ⓒ IBAF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