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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왜 일본이 한국-중국 꺾고 동메달 주인공이 됐을까

기사입력 2012.08.16 13:4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숙적'인 일본과의 동메달 매치. 매우 부담감이 드는 경기였지만 이처럼 좋은 기회도 없었다. 36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하면 그보다 더 좋은 '엔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전 한국의 우세를 점쳤다. 세계랭킹 4위인 이탈리아를 제압한 한국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탈리아를 3-1로 이길 때 일본은 중국과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고 4강에 올라왔다.

전날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열광했지만 일본 열도는 침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자배구 선수들의 동메달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은 부담감이 뒤따랐다. 또한 긴 여정을 거쳐 온 한국 선수의 체력도 바닥나 있었다. 일본의 정밀한 현미경 분석은 경기에서 그대로 통했고 결국 일본이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일본 배구 유학 경험이 있는 박주점 대한배구협회 경기이사는 "일본은 상대 팀 분석을 매우 세밀하게 한다. 일본의 마나베 감독은 경기 도중 아이패드를 들고 각종 데이터 분석을 하며 경기에 적용했다. 일본 선수들의 장점은 경기 도중 임기응변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우리가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경기였지만 일본의 대처가 워낙 좋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배구에 대한 열정과 열기가 높은 나라다. 국민적 관심이 높다보니 모든 시스템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력 분석도 매우 치밀하다.

일본은 '죽음의 조'인 B조보다 한층 수월한 A조에서 예선전을 치렀다. 약체인 영국과 알제리, 그리고 도미니카 공화국을 쉽게 제압하면서 3승2패로 8강에 진출했다. 세계랭킹 3위인 중국과 8강전에서 만난 일본은 수비싸움에서 중국을 압도했다. 또한 중국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나온 점이 승리로 이어졌다.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중국은 결국 풀세트 접전 끝에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준결승에서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브라질에 0-3으로 패한 일본은 동메달 획득을 위해 한국전에 집중했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이다. 특별한 전략보다 당일 컨디션과 선수들의 집중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지난 5월에 열린 올림픽예선전에서 한국에 패한 일본은 그 때의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다.

우선 레프트 주전 공격수인 에바타 유키코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사코다 사오리를 투입했다. 사코다는 수비 능력에서 에바타보다 떨어지지만 후위공력 능력은 한 수 위다. 한국을 만나면 유독 펄펄 나는 사코다는 예상대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한국을 괴롭혔다.


박주점 이사는 "일본 공격수들은 온몸을 활용한 타법을 구사한다. 또한 볼을 때릴 때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에 힘이 실린다. 사코다의 공격은 우리 블로킹을 맞고 성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볼을 때리는 타법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리시브를 흔들기 위해 철저하게 목적타 서브를 때린 점도 주효했다. 올림픽예선전의 패배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던 노력은 결국 빛을 봤다.

일본이 세계의 강호가 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팀이 결코 세계무대를 호령하는 강팀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력과 기본기를 지니고 있지만 단점도 많으며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김연경(24)은 "그 때(2016 리우올림픽)는 지금보다 배구협회의 지원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 선수들도 국제무대에 많이 나가 경험을 쌓는다면 지금보다 기량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지런하게 노력한 자가 풍성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의 분전으로 '올림픽 4강 신화'를 만들어낸 한국여자배구가 더욱 발전하려면 지금부터 4년 뒤를 준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진 = 일본여자배구대표팀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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