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상암, 조용운 기자] 파티가 끝났다. 가슴 뭉클했던 올스타전이 끝난 후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이다.
막을 내렸다는 의미가 단순히 한 이벤트가 끝났다는 뜻인지 화려했던 한 세대의 공식적인 종결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히딩크 감독만 알 뿐이다. 의도가 어떻든 분명한 건 파티는 이제 끝났다는 점이다. 어쩌면 올스타전이 아름다운 과거를 돌아보는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히딩크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올스타전을 맘껏 즐겼다. 현 소속팀의 전지훈련 일정까지 조정하며 한국을 방문했고 사흘의 일정 내내 한일월드컵 10주년을 기념했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다 함께 빅 파티를 즐기자"고 당부한 그는 자기의 말처럼 같이 즐거워하고 아쉬워했으며 10년 전 환희를 추억해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히딩크 감독은 "감동적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모든 분과 선수들, 악천후에도 경기장을 찾아준 관중 모두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우리가 모두 기억하듯 히딩크 감독은 10년 전 한국축구에 체질을 완벽히 바꿔놓았다. 풀뿌리 축구나 다름없던 한국에 선진축구 시스템을 도입하며 판에 박혀있던 대표팀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히딩크 감독의 모험은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국축구가 발전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되어왔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발전을 위해 과도기에 있는 한국축구에 히딩크 감독은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현 한국축구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우리는 현실과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할 시간이 됐다"고 말하며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 그가 강조한 부분은 바로 유소년 교육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클럽은 어린 선수들을 잘 교육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지성도 아카데미를 통해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의 어린 선수들에 인지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교육이 장기간 봤을 때 한국축구에 발전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히딩크 감독은 모두를 품는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올스타전을 앞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취재진이 참석해 당황한 통역사가 실수를 연발하자 히딩크 감독은 어깨를 토닥이며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질문에 한 문장씩 끊어서 대답하며 통역사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날 박지성이 10년 만에 히딩크 품에 안긴 감동적인 포옹 세리머니 이후 농담삼아 "왜 했을까 생각했다. 20대 초반에 느꼈던 느낌이 아니었다"는 말에도 그는 "10년 전에는 즉흥적으로 나왔기에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도 계획한 것이 아니었기에 충분히 감동적이었다"며 무뎌진 제자의 감정을 품는 아량까지 보여줬다.
[사진 = 히딩크 (C)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