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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벽 높았다…아드보카트, 조별리그서 눈물

기사입력 2012.06.17 11:19 / 기사수정 2012.06.17 11:34

박시인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시인 기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내심 거스 히딩크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두 감독이 걷는 발자취가 매우 비슷했지만 성적은 늘 대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두 감독은 같은 네덜란드 감독 출신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1994 미국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끌었고, 4년 뒤에는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이후 행보는 다소 엇갈렸는데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맡았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지휘봉을 잡았다. 4년 전에는 유로 2008에서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를 이끌었으며, 이번 대회를 끝으로 아드보카트 감독은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거취를 옮기는 점도 히딩크 감독이 걷는 길과 흡사하다.


하지만 아드보카트는 늘 히딩크의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네덜란드는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반면 1994 미국 월드컵에서 8강에 머물렀다. 이후 두 감독의 성적은 늘 비교대상이었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써냈지만 2006년 1승 1무 1패로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며, 히딩크 감독은 4년 전 유로 2008에서 4강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자극받은 것일까.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를 우승으로 이끌겠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발언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첫 경기에서 체코를 4-1로 격파한 러시아는 개최국 폴란드와 우세한 경기 끝에 1-1로 비겨 8강 진출에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으며, 마지막 그리스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부활과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알란 자고예프, 4년 전보다 일취월장한 포백 수비 조직력이라면 4강 재현을 넘어 우승 도전도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타났다. 그리스는 카라구니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러시아를 1-0으로 물리치고 대신 8강 막차행 티켓을 따냈다. 조1위를 달리던 러시아는 그리스와 같은 승점을 기록했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조3위로 내려앉았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좋은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8강 진출에 실패했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했다.

[사진 = 딕 아드보카트 ⓒ 스카이 스포츠 홈페이지 캡처]



박시인 기자 cesc@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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