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강산 기자]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패배의 역적'이 될 뻔했지만 결국 '승리의 주역'이 됐다. LG 트윈스 3루수 정성훈의 얘기다.
LG는 2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7회말 터진 정성훈의 결승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한화에 8-5로 승리. '5할 본능'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정성훈은 이날 경기에서 결승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정성훈은 이날 기록되지 않은 실수로 인해 팀을 패배의 늪에 빠뜨릴 뻔했다. 1회초 1사 1, 2루 위기 상황, LG 선발 이승우가 상대 4번 타자 김태균을 3루 땅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정성훈이 이 타구를 잡아 3루 베이스를 밟고 1루에 송구했다. 송구가 정확했다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던 상황, 정성훈의 송구는 높았고 1루수 이병규(배번 7번)이 점프해서 잡아냈다. 하지만 1루심의 판정은 세이프, 위기는 계속됐다.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대가는 가혹했다. 이승우가 후속 타자 최진행에게 좌측 담장을 넘는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정성훈의 아쉬운 송구 하나가 최악의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찝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성훈은 팀의 반격을 이끌었다. 팀이 1-4로 뒤진 4회말 공격서 선두 타자로 나서 좌익수 방면 2루타를 터뜨렸다. 이것은 역전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LG는 3개의 볼넷을 묶어 1점을 만회, 2점차로 따라붙은 뒤 박용택의 싹쓸이 2루타로 5-4, 역전에 성공했다.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도 정성훈의 타격은 빛났다. 정성훈은 상대 선발 양훈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익수 키를 넘는 2루타를 터뜨렸다. 홈런성 타구였지만 간발의 차로 담장에 직접 맞는 2루타가 됐다. 비록 득점에 실패했지만 정성훈의 장타력이 살아났음을 보여준 2루타였다.
결국 정성훈은 7회말 공격서 일을 냈다. 5-5로 팽팽히 맞선 7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정성훈은 또다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안승민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는 시즌 9호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흐름을 완전히 LG 쪽으로 가져왔다. 스트라이크 존에 높게 형성된 안승민의 131km/h짜리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긴 것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성훈은 지난달 1일 잠실 한화전서 8호 홈런을 터뜨린 이후 32일 만의 홈런포를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동시켰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LG의 승리조 유원상과 봉중근이 8회와 9회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결국 정성훈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고 팀은 5할 승률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정성훈은 경기 후 "4월에 한창 잘 맞을 때도 홈런 치겠다는 맘은 없었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이날 홈런에 대해서도 "홈런 의식하고 친 건 아니다"며 "득점 기회라서 타점을 올리려고 했는데 홈런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한 "계속 잘하려고 했는데 안 맞았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살아났으면 한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4월 한 달간 타율 3할 1푼 7홈런 16타점을 기록, 4월 MVP에도 선정됐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정성훈은 4번 타순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정성훈은 지난달 1일 한화전서 홈런을 터뜨린 이후 단 1개의 홈런포도 가동시키지 못하며 5월 한 달간 타율 2할 4푼 7리 1홈런 6타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3안타를 모두 장타로 장식하는 등 살아난 타격감을 보이며 6월 대활약을 기대케 했다. 정성훈의 6월 2경기 성적은 5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이다. 정성훈은 "4월 내내 잘했고 5월엔 내내 못했다. 6월 1경기 잘했다"며 "몇 경기 더 해봐야 (타격감이) 올라왔다 아니다를 말할 수 있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정성훈이 4월 내내 잘했던 '4번 타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LG의 공격력은 한 층 더 파괴력을 갖출 전망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정성훈 ⓒ 잠실,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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