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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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과 차두리, 그리고 올드펌더비

기사입력 2012.05.29 14:37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기성용과 차두리가 활약하고 있는 셀틱이 지난 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이하 SPL) 정상에 우뚝 섰다. 셀틱의 리그 우승은 4년 만이다. 최근 SPL은 레인저스의 강세가 지속됐으며 셀틱은 '타도, 레인저스'를 외치며 전력 강화에 힘을 기울여왔다. 셀틱의 전력 강화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코리안 듀오' 기성용과 차두리 콤비다. 이들의 활약이 팀 전력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알찬 보강이 뒷받침되면서 셀틱의 SPL 우승이 가능해 졌다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 기성용과 차두리는 개신교 신자들이다. 뜬금없이 종교 얘기를 꺼낸 까닭은 그들의 소속팀인 셀틱이 종교와는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 셀틱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클럽이다. 반면 그들의 숙적인 레인저스는 스코틀랜드계 개신교 신자들이 서포터의 주를 이루고 있다. 종교만 놓고 본다면 기성용과 차두리의 신념은 셀틱이 아닌 레인저스에 가깝다. 글라스고 연고의 셀틱과 레인저스, 그들의 경기는 '올드펌더비'로 불리며 이렇듯 종교적인 갈등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두 팀의 갈등은 100여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셀틱은 아일랜드 이주민 계열인 구교도들의 후원을 받아 창단된 클럽이다. 셀틱(Celtic)이란 팀 명칭도 아일랜드 민족인 켈트족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과거 '올드펌더비'가 열릴 때면 셀틱 팬들은 아일랜드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반면 레인저스는 신교도 중심의 스코틀랜드 토착민이 중심이 됐다. 과거 종교 개혁 이후 구교, 신교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대립이 이어지면서 '올드펌더비' 또한 치열하고 격렬한 더비매치로 이름을 떨쳤다.



‘올드펌더비’의 태생은 그러했으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두 팀의 경기는 '축구, 그 자체'로 변화돼 갔다. 지난 시즌 셀틱이 4년 만에 SPL의 정상 탈환에 성공했는데 이는 나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셀틱은 SPL 챔피언 자격으로 다음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SPL의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단 한 장. 셀틱은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을 통해 여러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리그 우승이 '명분'이라면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실리'다. 셀틱과 레인저스 모두 이를 위한 전력 보강을 클럽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현재 셀틱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성용과 차두리의 적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이는 없다. 축구는 축구요,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스포츠를 산업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시각은 있어도 뜬금없이 현대축구에 종교, 정치적 갈등을 대입시키지는 않는다. 이런 시각은 1980년대 이후 사라졌으며, FIFA(국제축구연맹) 규정에도 정치, 인종, 종교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셀틱 팬들은 올시즌 우승에 기여한 기성용, 차두리의 경기력을 객관적으로 평할 뿐이지, 특정 종교를 문제삼지는 않는다.

2012년 피스컵은 국내 축구팬들에게 뜻깊은 행사다. 해외 유명클럽에서 활약하는 국내 선수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스타플레이어까지 직접 관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과거 그 어떤 국내 대회에서 이 정도의 지명도를 갖춘 클럽과 스타를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러한 축구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피스컵을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 시각이 있어 안타깝다. 피스컵이 열릴 때마다 등장하는 이들의 편협한 시각에 기성용과 차두리, 그리고 ‘올드펌더비’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사진 = 기성용, 차두리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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