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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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VS 프랑스전 심층 분석

기사입력 2006.07.02 02:52 / 기사수정 2006.07.02 02:52

조윤진 기자
    

전반전

 

실력차가 반영된 경기운영이었다. 전반전 내내 슛한번 쏘지 못한 대한민국에게 욕할 수가 없었다. 프랑스의 개인기량이 대한민국을 앞선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던 사실이나, 스위스전에서 졸전으로 승점 1점을 얻는데에 그친 프랑스가 대한민국만의 장점이었던 투지와 정신력까지 갖추어 나올 줄은 몰랐다.

 

모든 것이 프랑스가 앞섰다. 축구 내적인 기술, 스피드, 볼 트레핑, 패스, 조직력 게다가 이기고자 하는 의지까지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앙리에게 1점 밖에 내주지 않은 것은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한민국이 원사이드게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아드보카트의 선수기용 미스였다. 토고전에서 컨디션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던 이을용을 선발로 출전시킨 것이 그 첫번째이다. 마케렐레, 비에라 등의 세계 최강의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에게 점유율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박지성을 중앙미드필더로 내려 포진 시켜야했다. 전반전 내내 우리의 이을용, 김남일, 이호 미드필더 라인은 변변한 전진패스없이 횡패드나 백패스로 일관했다.

 

둘째, 이영표를 오른쪽에 배치한 것이 문제였다. 앙리의 평소 프리미어리그 스타일 상, 왼쪽에 치우쳐 공격할 것이라는 아드보카트의 생각이었지만, 정확히 빗나갔다. 앙리는 오히려 중앙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오는 패스플레이를 했으며, 프랑스의 오른쪽 풀백 윌리 샤놀에게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초토화 당함으로써 프랑스 일변도의 분위기를 이어가게 되었다. 김동진은 윌리 샤놀의 대인마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의 장기인 중거리 슛이나, 정확한 크로스등이 전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이영표를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 송종국이 불안했다면 조원희라도 투입했어야했다. 선수가 오른발잡이라고 해서 왼쪽에서 1년을 뛴 선수를 갑자기 오른쪽으로 옮겨서 제 기랑을 다 보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공격도 이루어지지 않고 수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셋째, 결과적으로 원톱인 조재진이 고립됐다. 양 풀백들의 오버래핑이 이루어지지 않고, 미드진은 이미 주도권을 내준지 오래였다. 결국 수비지역에서 길게 올려주는 롱패스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조재진은 포스트 플레이를 상당히 잘 해주었으나, 뒤에서 받쳐주는 플레이어가 없었다. 미드필더 지역의 초토화로 인해서 조재진 혼자서 고전하는 상황이 전반 내내 연출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조재진이 아니라 어느 누가와도 찬스를 만들 수가 없다. 마라도나라면 모를까?

 

후반전

 

역시나 주도권은 프랑스에게 있었다. 하지만 전반과 달라진 점은 프랑스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에 있다. 게다가 전반전 전술적인 실수를 만회하듯 아드보카트의 용병술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첫째, 이천수를 빼고 설기현을 넣은 것이다. 이천수의 특기인 빈공간 돌파는 프랑스의 왼쪽 수비수 아비달에게 번번히 차단당했다. 이에 아드보카트는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볼 키핑력이 좋고 크로스가 비교적 정확한 설기현 선수를 넣게 된다. 이는 전반 조재진에게 정상적인 사이드 돌파에 이은 크로스찬스가 단 한번도 이어지지 않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둘째, 조재진을 빼지 않고 같이 안정환을 투입한 것이다. 조재진 안정환을 기점으로하는 4-4-1-1 시스템은 토고전에서 이미 그 위력을 발휘한 바가 있다. 안정환은 조재진 뒤에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나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안정환이 투입된 뒤에 공격진영에서의 짧은 패스가 살아나고 이것이 동점골을 넣는 디딤돌이 되었다. 안정환의 발끝에서 이루어진 패스는 설기현의 크로스를 거쳐 조재진의 머리를 맞고 박지성의 마무리로 이루어졌다. 아드보카트의 용병술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앙리의 말대로 비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지만, 대한민국은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해 내었다. 이것은 비단 승점 1점의 의미 뿐만이 아니라, 많은 의미를 지닌다.

 

우선 프랑스의 팀스피릿이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프랑스가 이번경기에서 필승의 각오를 하고 나왔지만, 결국 동점이 되었고, 감독은 선수탓을 하는 등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토고가 스위스에게 0:2로 패한 지금 이 시점에서 토고가 프랑스를 이기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빌미가 될 것이다. 게다가 토고는 프랑스령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명 스위스전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선수들은 예전과 같이 한번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결국 동점까지 이루는 쾌거를 일구어냈다. 이 경험은 스위스와의 일전에서 우리의 투혼을 더욱 더 뜨겁게 할 것이다.

 

선수 요약 평

 

이운재 : 많은 선방으로 우리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1실점은 하늘이 도왔다.

 

김영철,최진철 : 중앙수비라인이 못했다기 보다는 허리싸움에서 졌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더 많이 연출 됐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앙리를 비교적 잘 마크했다.

 

이영표 : 수비에서 말루다를 잘 마크했으며, 앙리의 1:1찬스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왼쪽에 포진했을 때에 비해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김동진 : 수비에서 윌리 사뇰을 많이 놓치는 모습을 보였다. 불필요한 경고도 아쉬웠다. 뚜렷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남일 : 허리 점유 싸움에서 프랑스에게 졌다. 지단을 밀착마크한 것은 좋았다. 부상을 입었지만 끝까지 몸을 날리는 투혼을 보여줬다.

 

이호 : 실망스러웠다. 홀딩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이는 경기 전체가 힘들어지게 된 원인이 되었다.

 

이을용 : 토고전과 마찬가지로 몸이 무거워 보였다. 허벅지 부상의 탓이 클 것이다. 장기인 정확한 전진패스는 보이지 않았다.

 

이천수 : 역시나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날카로움도 보이지 못했다. 미드필더진의 부재도 부진에 한 몫 했다.

 

박지성 : 윙으로 뛰었을 때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후반전에 안정환이 들어온 후 동점골을 넣었다. 대표팀에서는 중앙에서 플레이를 할 때에 더욱 더 파괴적인 모습을 보인다.

 

조재진 : 공중볼 경합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혀 골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은 그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한국 팀 전체의 문제였다고 봐야 옳다. 헤딩 어시스트는 좋았다.

 

(설기현) : 적중했다. 단 두번의 크로스 중 하나의 크로스로 득점의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안정환) : 숨은 공로자다. 후반들어서 체력이 고갈된 프랑스를 상대로 공격지역에서의 패스정확도를 높였다. 스리톱의 3의 중앙위치보다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자리가 더 몸에 맞는다.

 

(김상식) : 이호의 부상으로 들어왔다. 특별한 모습은 없었다.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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