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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터 백구대제전] '역대 유일' 결선진출의 추억, 1995 월드리그

기사입력 2012.05.22 10:16 / 기사수정 2012.07.20 03:13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예술가의 도시로 알려진 이탈리아 피렌체. 그곳에 '배구 월드리그'에 참가 중인 남자 국가대표팀이 있다. 대표팀은 온전치 않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권으로 분류된 홈팀 이탈리아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온 '석연찮은 심판 판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는 '홈 어드벤티지'에 의한 것이라고 애써 둘러댈 수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 박기원 감독은 이탈리아전을 치르고 난 바로 다음날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의 다 잡은 경기를 놓쳤기 때문이었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대표팀은 미국과의 경기에서 먼저 두 세트를 따고도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하는 믿기 힘든 승부를 펼쳤다. 특히 4세트에서는 23점을 먼저 내고도 상대에 연속 6득점을 허용하며 끝낼 수 있는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박 감독이 눈물을 보인 것은 경기에서 패했다는, 단편적인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기가 어수선하게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바로 심판 판정이었다. 대표팀은 연패에 울며, 중간 순위 최하위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대표팀은 유독 월드리그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과거에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서, 또 어떤 해에는 전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주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남자 대표팀이 유일하게 '월드리그 6강 결선리그'에 진출했던 1995년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세터' 신영철, '신예' 임도헌-김세진의 '합작품'

당시만 해도 월드리그 예선은 같은 대륙 내에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아시아 배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다소 어려웠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팀은 러시아, 일본, 중국과 한 조에 편성된 대륙별 라운드를 치르게 됐다. 그러나 이들도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좋은 선수 자원을 바탕으로 한 중국과 일본이 그랬고 러시아는 당시 조별리그 우승 영순위로 지목될 만큼 힘겨운 상대였다. 

'백구의 대제전'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당시 슈퍼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 만했다. 1992년 상무 배구단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세터 신영철을 비롯해 성균관대 졸업 이후 현대자동차에 입단한 임도헌, 바로 직전 년도에 열린 1994월드리그에서 최우수 수비상을 받은 대한항공 박희상, 한양대를 주름잡았던 대학배구 스타 김세진 등이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중국을 최하위로 몰아넣는 데 성공하며 6승 6패의 성적으로 사상 첫 월드리그 결선 무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당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선수가 바로 실업배구 입문을 코앞에 뒀던 젊은 김세진이었다. 김세진은 1994월드리그에서도 높은 공격성공률을 보이며 '월드 베스트 6'에 선정됐고 조국의 결선 무대 진출을 이끈 이후에는 공격상까지 받으며 주가를 한껏 높였다. 또한 세터 신영철은 정확한 토스와 깔끔한 경기 운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배들의 활약을 돕기도 했다. 물론 '임꺽정'이라는 별명을 앞세워 '힘의 배구'를 펼쳤던 임도헌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6강이 겨루는 결선무대에서 대표팀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6위로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그러나 결선무대에 아시아 대표 격으로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거대한 유럽, 남미 선수들을 상대로 선전을 했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사진=김세진 배구 해설위원 ©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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