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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V ①] 女배구, '36년 만의 환희'에 도전한다

기사입력 2012.05.03 12:47 / 기사수정 2012.07.20 03:1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8년 만에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고 있다. 4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을 만나봤다.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후 36년 만에 메달권 진입에 도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을 심층 조명했다.

또한 한국이 반드시 이겨야하는 상대인 일본과 태국을 살펴봤고 선수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한국여자배구의 문제점과 희망을 짚어보는 것은 물론 세계 배구의 흐름도 살펴보는 자리도 마련했다.

[매거진V ①] 女배구, '36년 만의 환희'에 도전한다

[매거진V ②] '최강 전력' 女배구 전력 심층 분석

[매거진V ③] '숙적' 일본-태국 그들은 왜 女배구에 열광하나

[매거진V ④] 여자배구 스타들이 말하는 '런던행 가이드'


지난 4월 2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모인 여자배구대표팀은 수성고 선수들과 처음으로 연습 경기를 치렀다. 여자 배구는 어린 남자고등학교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자주 치른다. 수성고는 신장은 작았지만 몸놀림이 빨랐고 수비가 탄탄한 팀이었다.

코트 한쪽에서는 눈에 익은 이들이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유경화(59)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을 비롯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들이었다. 36년 전 한국배구의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주인공들은 어린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女배구, '36년 만의 환희'에 도전한다


한국 구기 종목 중 여자배구의 존재는 특별하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선사했다.

이후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강호들을 위협하는 맹주로 군림했다. 신장은 작지만 끈끈한 조직력과 집요한 수비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높이와 파워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배구에서 한국 낭자들은 작은 기적들을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76년 이후 한국여자배구는 더 이상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었다. 8강에서 미국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친 한국은 4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끝내 한국을 외면했다. 한국은 마지막 5세트에서 먼저 14점 고지에 올랐지만 미국에 내리 점수를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 2000년 시드니와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도 메달권 진입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아테네 올림픽 이후 한국여자배구는 시련의 세월을 맞이했다. 선수들의 장신화가 이뤄지면서 높이를 갖췄지만 기본기와 조직력은 예전만 못했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을 3-0으로 완파한 이후 한국은 단 한 번도 일본 1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2005년 프로화 출범 이후 대표팀 소집도 예전보다 힘들어졌다. 리그 경기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들은 국내 리그에 집중하게 됐고 대표팀 기피 현상마저 발생했다. 또한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간의 조율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 실패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올림픽 출전이 불발되면서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4년 후인 2012년 서른을 넘긴 노장들부터 20대 초반의 신인까지 최고의 멤버들이 모였다. 4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 몬트리올의 주역들이 밝힌 올림픽 출전 가능성


2011~2012 V리그 시즌을 마친 선수들은 4월 초부터 소집됐다.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GS칼텍스, IBK기업은행, 흥국생명 선수들이 먼저 모였다. 여기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도로공사 선수들이 합류했고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인삼공사와 현대건설 선수들이 가세했다. 또한 터키리그에 진출한 김연경(24, 터키 페네르바체)이 가장 마지막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의 김형실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노장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터의 경우 어린 선수들 대신 노련한 김사니와 이숙자를 뽑았다. 또한 정대영과 한유미에게도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한유미의 경우 국제대회에 강하고 승부욕이 강하다"고 말했다.

몬트리올 올림픽 당시 한국여자배구는 투 세터(Two Setter) 시스템을 활용했다. 두 명의 세터를 동시에 기용해 다양한 플레이를 펼치는 방식이다. 그 중 한 명이었던 유경화 경기위원은 대표팀을 이끄는 야전사령관이었다.

"당시 우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선수들이 기본기가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대단했지요. 훈련이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모든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끈끈한 조직력을 완성했습니다."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둔 여자배구선수들은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옥 훈련'을 감행했다. 신장은 작았지만 모두 빠른 발을 지녔고 기본기가 탄탄했기 때문에 장신의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선전을 펼칠 수 있었다.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인 '나는 작은새' 조혜정(59) 전 GS칼텍스 감독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의 열정과 의지가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정신력으로 메달을 땄다고 생각해요. 매 경기를 극적인 역전승으로 이겼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하루에 11시간을 훈련에 매달렸습니다. 다시는 못할 정도로 힘든 훈련이었죠. 그런데 올림픽이 끝난 뒤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 선수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하는 얘기는 일본 팀은 하루에 13시간을 연습했다는 거예요.(웃음)"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지독한 훈련을 소화한 선수들은 모두 힘들어했다. 한 선수는 지옥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대표팀을 떠난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열정은 빛나는 결실로 이어졌다. 조혜정 전 감독도 올림픽 도중 다리에 출혈이 생기는 부상을 당했다.

"예선전이 끝나고 다리에 출혈이 생겨서 병원에 실려 갔어요. 저를 진단한 의사는 경기에 출전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말을 따를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동독과 쿠바, 그리고 구소련과 같은 조였는데 동독과 쿠바를 꺾고 조 2위로 준결승에 진출했죠.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부상 때문에 1세트 밖에 뛰지 못했어요. 하지만 헝가리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코트에 나서서 메달 획득의 꿈을 달성해냈죠."



▲ 36년 만의 환희, 더 이상 '꿈'은 아니다


유경화 경기위원은 "이번 대표팀은 세터도 탄탄하고 선수들의 의욕도 대단하다. 올림픽 예선전을 잘 치르고 본선 무대에 간다면 메달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36년 전 한국낭자들은 빠른 발과 끈질긴 수비로 세계의 강호들을 연파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계 배구의 흐름도 많이 바뀌었고 선수들의 체형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김형실 대표팀 감독은 "더 이상 수비와 서브리시브에만 의존할 수 없다. 예전의 방식과 기본기도 중요하지만 우리 팀의 장점을 살리는 점도 필요하다. 이번 대표팀은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배구로 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1~2012 유럽챔피언스리그 MVP인 김연경은 한국 대표팀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위에 있으면 공격으로 상대방을 흔들고 후위로 빠지면 탄탄한 리시브와 수비로 팀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련한 세터인 김사니(30, 흥국생명)와 이숙자(31, GS칼텍스)가 함께 뛰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유미(30, 인삼공사)와 한송이(28, GS칼텍스)는 "(김)사니 언니와 (이)숙자 언니는 예전부터 경기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호흡은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스타일이 다른데 사니 언니의 토스는 매우 빠른 반면, 숙자 언니는 공격수가 때리기 좋도록 곱게 볼을 올려준다"고 말했다.

노장들은 물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센터 양효진(23)과 황연주(26, 이상 현대건설)의 가세도 대표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36년 전처럼 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점이다. 대표팀의 에이스인 김연경은 현 대표팀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

"좋은 선수들이 모두 모여 힘이 납니다. 현재 대표팀 분위기도 매우 좋고 올림픽 무대를 꼭 밟고 싶다는 열의가 대단해요.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 꼭 좋은 결과를 얻고 싶습니다."

현재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여자배구 대표팀은 중국 대표팀과 세 번에 걸친 연습경기를 치른다. 7일 입국해 다시 진천선수촌에 들어가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 뒤 19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사진 = 여자배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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