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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TalkTalk] 日 야구, 공인구 재검토의 내막

기사입력 2012.05.02 08:26 / 기사수정 2012.05.02 08:26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이대호의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 진출로 일본야구 소식이 국내팬들에게 수시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대호 출전경기를 제외한 타 팀 경기는 거의 전해지지 않는 상황.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야구 등 국제 대회가 활성화된 이후 어느 정도 일본야구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사라진 상태다.




해외 야구에 관심있는 팬과 전문가는 이구동성 ‘투고타저’를 뽑으며 재미 없어진 일본야구로 평가하고 있다. ‘투고타저’의 큰 요인은 공인구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는 지난해 국제 경쟁력 상승의 일환으로 공인구를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식으로 교체한 바 있다.

몸쪽 공에 관대한 일본 특유의 넓은 스트라이크 존, 투수에 유리한 카운트를 ‘콜’하는 심판들의 특성이 있지만 ‘뻗지 않는 공’, ‘투수용 그립 공’의 특성을 가진 현재 공인구는 일본야구를 심각한 ‘투고타저’로 만들었다.

공인구 도입 2년차인 올 시즌 역시 재미없는 야구는 진행형이다. 완투승, 완투패가 난무하고 최하위팀의 방어율이 각각 3할 중반대로 형성되어 있다. NPB 소속 12개 구단 중 1할대 방어율은 나고야 주니치 드래곤즈와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즈 2팀이며, 2할대 방어율은 6개 팀, 3할대는 4개 팀으로 공인구 도입 이전에 비해 1할이 감소했다.

공인구 도입 전 후 팀 기록 비교(구단: 2010방어율→2011방어율/2010타율→2011타율)


(주니치: 3.29 → 2.46 / 0.259 → 0.228)
(야쿠르트: 3.85 → 3.36 / 0.268 → 0.244)
(요미우리: 3.89 → 2.61 / 0.266 → 0.243)
(한신: 4.05 → 2.83 / 0.290 → 0.255)
(히로시마: 4.80 → 3.22 / 0.263 → 0.245)
(요코하마: 4.88 → 3.87 / 0.255 → 0.239)
(니혼햄: 3.52 → 2.68 / 0.274 → 0.251)
(소프트뱅크: 3.89 → 2.32 / 0.267 → 0.267)

(오릭스: 3.97 → 3.33 / 0.271 → 0.248)
(라쿠텐: 3.98 → 2.85 / 0.265 → 0.245)
(지바롯데: 4.10 → 3.40 / 0.275 → 0.241)
(세이부: 4.19 → 3.15 / 0.271 → 0.253)


공인구 도입은 팀 타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11 시즌 ‘버닝’의 시즌을 보낸 소프트뱅크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모두 하락을 겪으며 심각한 빈타에 시달렸다. 특히 양대리그간 올스타전 출전 선수 중 3할을 넘는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올스타전이 맞나하는 착각이 들정도 였다.

이처럼 심각한 투고타저 현상에 공인구 검토 목소리가 일어 난 것은 시즌 종료 이후였지만 본격적인 불씨가 당겨진 것은 시즌 전 MLB 팀들과 프리시즌 경기 이후다. 당시 요미우리와 한신이 도쿄돔에서 각각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시애틀 매리너스와 친선전을 가졌는데 경기 운영 방식이 다소 독특했다. 당시 경기구 사용에 합의를 보지 못한 NPB와 MLB는 서로의 공인구를 각각 수비시 사용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즉, 한신의 수비 땐 NPB 공인구, 오클랜드의 수비 땐 MLB 공인구를 사용했다.

경기구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해 공을 번갈아 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했지만 일본이 주장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신은 시애틀과 오클랜드를 각각 5-1, 12-6으로 누르며 폭발적인 타격을 선보였다. NPB 공인구로 수비를 한 한신은 MLB 타자들을 압도하며 범타 처리했다. 특히 뻗지 않은 공인구는 많은 외야 플라이를 유도했고 시애틀의 스모악은 “잘 맞았다 생각 된 볼이 펜스 앞에서 잡혀 이상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반대로 한신은 MLB 공인구를 맞아 신나는 타격전을 펼쳤다. 한신의 클린업 트리오 토리다니, 아라이 다카히로, 브라젤은 22타수 13안타를 때려내며 시원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뒤 아라이는 “뻗는 기분이 이런 거였다”라며 NPB공인구에 대한 간접적 비판을 했다. 특히 아라이는 일본프로야구선수협회장으로 MLB 팀들과 친선전 이후 NPB에 공식적인 재검토를 요청했다.

한신뿐만 아니라 요미우리의 하라 감독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역대 미일간 경기에서 전적상 밀렸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우리가 잘한 것 보다는 NPB 공인구가 투수와 수비 시프트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고 본다”라며 공인구의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4팀간 친선전 4경기로 모든 것을 비교할 순 없지만 NPB 공인구가 ‘투고타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본 내에서 재검토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NPB 공인구가 세계적으로 쓰인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타자에게는 다른 공인구를 만났을 때 타격감 상승을 불러온다. 하지만 투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며 득보단 실이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라이 선수협회장은 “선수들의 검토 요청이 높아지고 있다. 재미없는 야구 그리고 국제 경쟁력을 추진한다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라며 지난 24일 NPB에 정식 요청했다. 하지만 검토가 끝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NPB 가토 커미셔너는 “MLB보다 일본의 공인구 제작 기술이 높다”라며 생뚱 맞은 대답을 해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공인구 도입 후 지난 시즌 일본야구는 2.6%의 관중 감소가 있었다. 올 시즌은 더 줄었다. 2011년 4월과 올해 4월 관중 비교에서 경기당 평균 2만 5천여명에서 2만 2천여명으로 약 3천명 가량 줄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 된다면 관중수 10%이상이 줄어 지난 해 2,151만 관중에서 2,000만 관중도 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2009 WBC 이후 MLB 공인구의 기준에 버금가는 공인구를 도입하겠다는 NPB는 공인구 검토 요청을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 한편, NPB는 검토와 교체에 관련된 과실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으며 전문가와 팬들은 “가토 커미셔너의 사인이 들어 있어 검토도 못하는 것이냐”라며 비아냥 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인구 도입 이후 ‘투수천국, 타자지옥’이 시작된 일본야구는 재미없는 야구, 축구 스코어, 관중감소로 연쇄적인 반응을 보이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적어도 투수와 타자의 ‘밸런스’를 맞춰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가운데 일본야구계의 선택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 된다.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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