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10.01 02:15 / 기사수정 2004.10.01 02:15
혹시 ‘손에 손잡고’라는 노래를 기억하는가? 보컬그룹 ‘코리아나’가 부른 이 곡은 88년 벌어진 서울올림픽의 공식주제가로 쓰이며 당시 전세계를 통틀어 동양인이 부른 노래로는 가장 많은 9백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그 중에 가장 적게 팔린 나라가 한국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공식 주제가하면 이 노래를 떠올리곤 한다. 또한 ‘Hand in Hand’라는 영어 제목이 이듬해 독일의 통일과도 맞물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올림픽 주제가에는 단순히 공식 주제가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들어 그 의미가 상업성에 가려져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 곡들은 특별하다. 그리고 곡 선정에도 그만큼 기준이 까다로웠다.
한 예로 다음 회 스페인에서 열렸던 ‘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주제곡은 91년 겨울만 해도 전설적인 그룹 ’퀸(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와 소프라노 몽셰라 카바예의 ‘바르셀로나’가 잠정적이었다. 특히 개최국 출신의 가수에게 공식 주제곡을 맡기는 게 관례에 바르셀로나 출신의 몽셰라 카바예는 적격이었다. 또한 노래 분위기도 올림픽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 해 11월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IOC는 흔들리고 말았다. 에이즈 환자의 노래는 올림픽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결국 이 곡은 비공식 주제가로 밀려났고 사라 브라이트만과 세계적인 스페니쉬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함께 부른 'Amigos Para Siempre'가 공식 주제가로 채택되었다. 이 사례는 논란이 되었지만 IOC의 눈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게 한 계기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재밌는 것은 92년 프레디 머큐리에 질려버린 IOC가 이후에는 여성 가수들에게 올림픽 주제가를 맡겼다는 것이다. 96년 아틀란타 올림픽의 주제곡은 글로리아 에스테판이 부른 ‘Reach'였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엔 호주 출신의 디바 티나 아레나의 ‘The Flame’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1세기만에 다시 열린 아테네 올림픽부터는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IOC의 바램처럼 주제가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최근 폐막한 2004 아테네 올림픽의 공식 주제가는 기존의 자국민이 만들어야 한다는 관례를 깼다. 런던 출신의 데이비드 에섹스(David Essex)와 크로아티아의 피아니스트 막심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Olympic Dream’이 이번 주제가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원래 에섹스가 1995년에 발표한 앨범 ‘Living in England’에 수록된 ‘The Sun Ain’t Gonna Shine (Anymore)’를 편곡한 것이다. 그 곡이 ‘크로스오버의 황태자‘ 막심을 만나 희망찬 곡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공식 주제가는 홍콩 출신(?)의 여명이 부르는 ‘베이징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해요(相約在北京)’가 선정되면서 변화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1976년 몬트리얼 올림픽에서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발점이었다는 올림픽 주제가. 28년이 지난 지금 변화하는 대회의 모습만큼이나 공식 주제가도 맥을 같이 했다. 과연 앞으로 올림픽이 우리에게 어떤 드라마를 선사할지 그리고 어떤 노래로 우리를 감동시킬지 궁금하지 않은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