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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박물관, 다양한 느낌' 日 롯데 박물관

기사입력 2012.02.28 10:52 / 기사수정 2012.02.28 10:52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지난 해를 기점으로 프로야구 3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냈다. 이제 50주년, 100주년을 바라봐야 할 시점. 프로야구는 팬들에게 '히스토리컬'한 서비스를 고민 할 때다.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물론 옆나라 일본까지 이들은 야구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추억을 보존하는 나라들이다.

특히 일본은 기록하고 추억하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들의 특성상 스포츠 분야에서도 그 역량이 드러난다. 야구 박물관처럼 종목 전체를 아우르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각 구단별로 박물관 혹은 기념관을 간직해 추억을 찾고자하는 노년, 우리팀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젊은이, 그리고 구단과 첫 만남을 가지는 어린이까지 세대와 목적이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12개 구단에서 박물관 구성을 가장 잘하고 있는 팀은 도쿄 인근 치바현을 연고로 하는 롯데 마린스다. 롯데는 홈구장인 QVC 마린필드 한켠에 독자적인 박물관을 건설해 팬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울러 지바 롯데는 한국과도 많은 인연을 가진 팀으로 인근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한번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깔끔한 구성, 다양한 볼거리

박물관 내부는 우승트로피는 물론 현재 소속된 선수들 명판, 역대 마스코트, 티켓 등 현재와 과거를 포함하는 볼거리들로 가득 차 있다. 이곳은 두 가지 컨셉으로 구성돼 있는데 바로 우승과 감독이다. 지바 롯데는 일본시리즈 우승이 4회 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의 우승인 2010년을 기념하는 라운지와 역대 우승 감독들의 코너까지 크게 두 가지로 테마를 구경할 수 있다. 2010년 우승 라운지에는 현재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김태균의 사진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팬들에게는 반가움과 동시 아쉬운 감정이 교차하기도 한다. 




2010년 뿐만 아니라 2005년, 1974년,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승의 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팬들에게 흥미로운 것은 4번의 우승 중 3번이 한국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2010년은 김태균, 2005년은 이승엽, 1974년은 김경홍까지 롯데 우승 순간마다 한국과 연관이 돼 있어 관심있게 지켜보면 흥미를 가질 수 있다. 우승은 그 누구에게도 기쁨이지만 요미우리 자이언츠, 주니치 드래곤즈, 니혼햄 파이터즈 등 우승 경험이 많은 팀들에게는 절실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지바 롯데 만큼 기념해 두지는 않았다. 박물관 컨셉으로 삼을 정도로 팀 역사의 중요 부분인 우승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승을 이끈 것은 선수가 아닌 감독이라는 대답을 알 수 있었다.

감독을 우대해주는 지바 롯데 그리고 김경홍

재일동포로 일본프로야구 선발 300승을 일군 전설 김경홍(가네다마사이치)은 고쿠테츠 스왈로즈(현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까지 20년간 선발로 활약했다. 지바 롯데와는 현역시절 인연이 없었던 김경홍이 왜 이 곳 박물관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김경홍은 지바 롯데에서 두 차례(73~78, 90~91)에 걸쳐 총 8년간 감독을 맡았는데 바로 팀 역사의 4번의 우승 중 한번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60년이 넘는 일본야구 역사 중 4번 우승은 결코 많은 수치가 아니다. 게다가 첫 우승(1950) 이후 선수 유출이 심해 20년, 30년 주기로 반짝 강자의 모습만 보여왔다.




때문에 유출되는 좋은 기량의 선수보다 오랜 우승 갈증을 풀어주는 감독을 우대해주는 분위기가 자리잡게 됐다. 지바 롯데는 감독이 어린 선수 양성 이후 우승까지 달성한 모습을 진정한 영웅으로 대우해 주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감독은 김경홍 뿐만 아니라 2005년 우승을 거둔 바비 밸런타인, 2010년 우승을 거둔 니시무라 노리후미로서 이들을 위한 코너가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자신의 팀에서 현역으로 뛰지 않았음에도 영웅으로 인정하는 지바 롯데의 분위기는 박물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마 팬들이 박물관을 빠져 나갈 땐 와타나베 슌스케, 니시오카 쯔요시 보다 김경홍 그리고 바비 밸런타인이 가슴에 남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체험을 통해 우리팀 느끼기

지바 롯데는 별다른 스타디움 투어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홈구장의 일부분을 박물관 내에 재현해 놓아 간접 체험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곳은 덕아웃부터 외야펜스까지 실물과 똑같게 구성해 놓아 경기가 아니면 홈구장의 정취를 느끼지 못하는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불펜과 라커룸에 기념 사진을 찍을 코너까지 마련하며 세심한 구성을 해놓았다. 박물관이 내놓은 자랑거리 중 하나는 현역 투수들의 공을 쳐 보는 체험 코너다. 일종의 베팅 머신이지만 WBC 잠수함 투수로 유명한 와타나베 슌스케의 공, 그 외 역대 에이스들의 구속을 체험할 수 있다. 선수의 사진과 공이 나오는 각도를 실제 투수와 같게 해 현실성을 높였다.

이제는 프로야구 백년대계 세대가 하나 될 매개체를 찾을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갔던 소년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자식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다. 프로야구 30주년 기점은 3세대가 함께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또 여성관중의 증가와 함께 구단 역사와 팀의 정체성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관중수의 증가와 함께 팬들이 많아 졌지만 응원의 목적, 선수의 팬 등 다양한 성향의 팬들이 많아 이목을 하나로 모아줄 요소가 필요하기도 하다.

현재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박물관의 형태를 갖춘 곳은 롯데 자이언츠뿐이다. 사직 야구장에 위치한 이곳에는 역대 유니폼과 우승 성적을 기록해 두는 등 구성의 짜임새가 있다. 이 외 타구단들도 역사에 남는 기념물들은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기와 수요가 있을 때 새로이 팬들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우리는 영웅들을 하늘로 떠나보냈고, 초창기 선수들이 고령화 그리고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가운데 충분히 그들을 기리고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할 필요가 있다. 30년이 아닌 백년을 바라본 프로야구를 위하여.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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