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7:07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기사입력 2004.09.07 09:20 / 기사수정 2004.09.07 09:20

박지훈 기자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삼미 슈퍼스타즈. 창단 해에 1할 8푼 8리(15승 65패)의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최악의 성적을 올린 역사 속의 ‘꼴찌팀’이다. 그리고 그 속에 패전 마무리 투수였던 감사용이 있었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당시 만인의 놀림감이었던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패배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등만이 인정받는 세상에서 남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오로지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영화는 그들의 이야기,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 시사회가 끝난 후 작은 음식점에 자리를 잡은 감독과 배우들은 한결같이 투수 감사용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만의 1승을 위해 최선을 다한 그리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그 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자 : 이번 영화를 소개한다면?

이범수 : 야구 소재로 한 영화지만 야구 영화는 아니다. 록키가 복싱영화가 아니고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 영화가 아니듯이 ‘슈퍼스타 감사용’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인정 받지는 못 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드라마를 담은 영화다.


기자 : 실제로 감사용은 좌완 투수이다. 그러나 연기한 본인은 오른손 잡이인데 힘들지 않았나?

이범수 : 처음에는 왼손으로 던지기가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는 정말 오른손으로 던지고 싶었다. 그 때 처음 알았다. 내 몸에도 내 의지대로 안 움직이는 부분이 있구나하고 말이다. 하지만 몇 달 연습하니까 나아지더라.


기자: 그러면 이제 왼손이 더 편하겠다.


이범수 : 물론 지금은 왼손이 많이 익숙해졌지만 30년 넘게 사용한 오른손이 더 좋다.


기자 : 공유 씨는 이번 영화에서 박철순 역을 맡았는데 아버지께서 뿌듯해 하셨다는 말이 있더라.


공유 : 아버님께서는 고등학교 때 야구를 하셨고 그 뒤 야구에 관계된 일을 하셨다. 때문에 나도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야구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 경험이 이번 작품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물론 그런 점 덕분에 아버지께서 뿌듯해 하시기는 하지만 반면에 많이 혼나기도 했다. 달리기하는 씬에서 폼이 왜 그 모양이냐 던지는 폼은 왜 그러냐, 이런 것 때문에 말이다.


기자 : 영화에서 감사용의 우상은 메이져리그 투수 ‘놀란 라이언’이다. 초반 상상씬에서 감사용은 그 놀란 라이언을 꿈꾸지만 후반에는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어떤 의미인가?

김종현 감독 : 처음에는 프로 선수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다가 이제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다. 사실 어떤 옷을 입든 똑같은 꿈이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기자 : 초반에 여자 주인공이 안대를 쓰고 나오는데 어떤 설정인가?

김종현 감독 : 영화에서 보면 감사용 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 모두가 뭔가 부족한 듯한 사람이다. 여자 주인공이 첫 장면에서 안대를 하고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뭔가 부족한데 그것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공장 여직원이 나중에 여배우로 성공하고 감사용의 형이 정신을 차리고 새 인생을 시작하는 것. 또한 감사용의 여동생이 줄넘기를 잘하게 되는 것 조차도 이 때문이다. 조그만 인물이라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기자 : 시사회가 끝나고 실제 감사용 씨께서 아주 감명 깊게 봤고 자신의 맘 속에 일어난 일들이 잘 반영되었다고 칭찬하더라.


김종현 감독 : 감사용 씨에게는 감사드린 다는 말밖에 드릴게 없다. 사실 시나리오 초고를 쓴 후에야 그 분을 만났다. 처음엔 인사만 하고 돌아섰다. 차마 시나리오를 건넬 수도 없었고 그 분도 ‘설마’하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번을 만난 후에야 시나리오를 건넸다. 그제서야 ‘이 친구가 진심이구나’라고 생각하셨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주셨다. 처음엔 한사코 거절했지만 나중엔 승난하셨고 시나리오 수정할 때도 적극적이셨다. 요즘 코미디 영화가 잘 되는 것 같던데 재미있으려면 코믹도 많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시기도 했다.


기자 :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김종현 감독 : 촬영 전에는 실존인물을 다룬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어디까지 픽션이고 어디까지 논픽션으로 가야하는 건지 기준을 정하기가 힘들었다. 새로 창조된 인물이라면 더 극적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안되니까 많이 고민했다. 또 촬영하면서 참고할 만한 영화가 없다는 점도 어려웠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야구 장면을 찍은 영화가 없으니까. 어떻게 찍는 게 맞는 건지 그리고 잘 찍고는 있는 건지 걱정스러웠다.


기자 : 마지막으로 요즘 프로야구계가 뒤숭숭하다.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기본을 잊어버린 듯한 야구계에 이 영화는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듯 하다.


이범수 : 사실 승부의 세계는 순위가 매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승부도 중요하지만 야구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간과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승부를 떠나서 야구 자체를 즐기고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라 생각한다.



감독과 배우는 영화를 통해 프로야구가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 영화가 다시 한번 선수들의 프로의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일 것이다. 연일 터지는 프로야구의 씁쓸한 사건이 많은 지금 오로지 1승을 향해 던졌던 감사용의 투구가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다.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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