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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금메달, 만리장성 넘은 금빛 드라이브

기사입력 2004.08.24 12:40 / 기사수정 2004.08.24 12:40

안희조 기자
아테네 올림픽 남자탁구 결승전, 숨막히는 접전이었고 탁구의 진수를 보여준 명승부였다.

그리고 이 승부의 승자는 강력한 드라이브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한국의 유승민이었다.

23일 갈라치올림픽홀에서 열린 남자단식 결승전, 한국과 중국 양 국가의 탁구신동으로 불리우던 유승민과 왕하오가 이번대회 탁구 마지막 금메달을 위한 최후의 대결을 펼쳤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탁구 전종목 석권이후 3회연속 그 명성을 이어가기위한 중국의 마지막 주자 장하오, '난공불략'의 요새로 자리잡은 중국탁구의 벽을 허물고 16년만의 한국탁구 금메달을 노리던 유승민, 단순한 결승전의 의미를 넘어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판승부였다.

경기전 객관적 전력에서 장하오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졌다. 세계랭킹에서는 유승민(3위) 보다 한 단계 뒤지지만 상대 전적에서 1승6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경기장을 찾은 수 많은 중국응원단의 함성소리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승민이 가벼운 몸놀림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드라이브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첫 세트를 11:3으로 따내자 조심스럽게 금빛 기운기 감돌기 시작했다.

이후 벌어진 2세트 부터는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접전이 벌어졌다. 양 선수 모두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손에 땀을 쥐게하는 공방전을 벌였고 두 점차이 이상으로 세트를 마감하지 않았다.

두번째 세트를 9:11로 아쉽게 내준 유승민은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3세트에서 9:9동점이후 내리 두점을 따 내며 승부의 추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어진 4세트마저 다시한번 11:9의 승리를 거두자 조심스럽던 금빛 희망은 서서히 확신으로 변해갔다.

마지막이 되기를 기원했던 5세트, 유승민의 날카로운 드라이브와 상대의 실책이 이어지며 8:4로 앞서나가자 금메달은 거의 확실시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금메달이 눈 앞에 다가올수록 유승민은 긴장하기 시작하며 내리 점수를 내 주었고 결국 듀스 끝에 13:11로 세트를 내 주고 말았다.

이어 6세트. 이번 세트를 내 준다면 마지막 세트는 심리적으로 아주 불리한 상황이 되기에 결코 내 주어서는 안되는 게임이었다.
신기하게도 상황은 5세트와 똑같이 이어졌다. 유승민이 다시한번 8:4로 앞서나가며 유리한 상황을 맞이했으나 연이은 실책과 상대의 공격으로 결국 9:9동점에 이르렀다. 불안감이 더해갔지만 유승민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상대의 실책으로 10점 고지를 먼저 밟은 유승민은 마지막 랠리에서 장하오의 왼쪽 구석을 찌른 푸쉬이후 오른쪽 구석을 파고든 골드 드라이브를 작렬시키며 숨막히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의 경기가 유난히도 없었던 만큼, 그리고 이번만은 중국을 꺽어주기를 바랬던 기원이 컸던 만큼 유승민의 금메달획득은 너무나 소중했다.


지난 2002아시안게임에서 이철승-유승민의 남자복식이 금메달을 따 냈던 한국 탁구는 이번대회를 맞아 올림픽에서도 '철옹성'중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올림픽을 맞이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이철승-유승민조가 8강에서 미끄러졌고 여자복식 이은실-석은미조도 결승에서 중국에 분패하며 '중국 타도'의 꿈이 뭉게구름처럼 사리지는 듯했다.

하지만 남자 단식에서 탁구신동 유승민이 일을 해 냈다. 16강에서 4-3으로 힘겹게 대만의 치앙 펭 룽을 물리친 유승민은 8강전에서 홍콩의 렁 추 얀에게 두 세트를 먼저 내 준뒤 4 세트를 내리 따 내며 2-4의 역전승을 이끌어 냈다.
4강전에서 남자탁구의 대부 발트너 마저 4-1로 무너뜨리며 최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유승민은 결국 결승전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로 만리장성의 벽을 무너뜨리며 금메달을 따 냈다.

중국 선수들을 양 옆에 두고 시상대의 한 가운데 올라선 유승민은 이제 더 이상 탁구신동이 아니었다. 그는 엄연한 세계챔피언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유승민 전적

32강 -일본(마쓰시타 고지)
4-0 (11:9 11:6 11:6 11:2)승
16강 -대만(치앙 펭 룽)
4-3 (11:6 11:6 7:11 8:11 11:3 6:11 11:4)승
8강 -홍콩(렁 추 얀)
4-2 (6:11 10:12 11:6 11:6 11:9 11:5)승
준결승-스웨덴(발트너 얀 오베)
4-1 (11:9 9:11 11:9 11:5 11:5)승
결승 -중국(장 하오)
4-2 (11:3 9:11 11:9 11:9 11:13 11:9)승



안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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