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백구의 대제전’이라 불렸던 1990년대 실업배구의 또 다른 관심사는 바로 대학팀들의 반란이었다. 고려증권, 현대자동차, 럭키금성 등 당대의 실업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대학 선수들의 활약은 배구 코트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기도 했다. 실제로 1991년 대통령배 배구 선수권대회는 한양대학교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학 선수들의 활약 속에 배구 코드는 한때 ‘오빠 부대’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대학팀은 경험과 기량 면에서 실업팀에 한 수 아래 실력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일부 대학팀은 웬만한 실업팀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코트를 빛내기도 했다. 이러한 대학팀 중 1990년대 성균관대학교 배구부는 당대 최고라 불릴 만큼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공존해 있었다.
대학 배구의 1인자, 성균관대학교 배구부
굳이 1990년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성균관대 배구부는 ‘전통의 명문’이었다. 김남성을 필두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노진수 전 LG화재 감독 등이 모두 성균관대를 졸업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국내 실업배구를 비롯하여 프로배구에 이르기까지 많은 선수를 배출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는 성균관대를 이끄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배출되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임도헌을 필두로 김상우, 신진식, 장병철, 신선호 등 추후 프로배구 원년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실업배구를 수놓았기 때문이었다.
임도헌 현 삼성화재 코치는 성균관대 시절부터 ‘임꺽정’이라는 별명으로 배구판을 호령했던 선수였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성균관대 배구부를 이끌었던 그는 추후 현대자동차에 입단하기 전까지 성균관대 배구부의 전성시대를 이끌기도 했다. 그가 졸업반이었을 때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들이 바로 김상우 전 LIG 손보 감독과 신진식 현 홍익대 감독이다.
곱상한 외모와 호리호리한 체격조건으로 여고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김상우 역시 성균관대 전성시대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비록 그의 활약은 후배 신진식에 가려져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배구코트의 조연배우로서 추후 삼성화재 전성시대를 이끈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공격수로 명성을 떨친 신진식은 성균관대가 낳은 최고의 선수라 칭하기에 손색이 없다. 슈퍼리그에서 여러 차례 MVP를 받은 것을 비롯하여 프로 출범 이후에도 소속팀 삼성화재의 원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졸업반 시절에는 한 학번 아래인 장병철, 2년 후배인 신선호 등과 함께 모교를 이끌었다.
이후 성균관대는 정평호(전 KEPCO), 고희진(삼성화재), 곽승철(성균관대 코치) 등을 앞세워 대학배구 정상권을 지켰다. 최근에는 KEPCO에서 활약 중인 서재덕 등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수 재원들을 많이 배출하며 여전히 한국 프로배구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는 성균관대 동문이기도 한 박종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2011 전국체전 우승으로 주가를 한껏 높인 상태다.
[사진=KEPCO 서재덕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