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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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백구대제전] 지금은 폐지된 '사이드아웃 제도'의 추억

기사입력 2011.12.15 07:37 / 기사수정 2011.12.15 07:37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달 29일,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NH농협 2011-2012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기록이 세워졌다. 두 팀은 프로배구 최장시간 경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151분 동안 양 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펼쳤고, 경기 결과는 대한항공의 3-2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누가 이겼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경기 내용이었음엔 틀림없었다. 세트당 25득점씩 3세트를 따내면 경기가 끝나는 배구에서 2시간 넘는 경기 시각을 기록했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것이다.

희미한 추억이 된 ‘사이드아웃’ 제도

그러나 최근 소모되는 배구 경기시간은 실업배구의 ‘최전성기’를 맞이했던 1990년대 ‘백구의 대제전’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짧은 편이다. 당시 배구 경기는 2시간을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며, 3시간 혹은 4시간여의 승부 끝에 승자가 결정나기도 했다. 일례로 1996년 실업배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는 ‘고려증권’이 우승 후보 ‘현대자동차(현대캐피탈 전신)’를 맞아 풀세트 접전을 펼친 끝에 3-2로 승리했는데, 당시 경기 시각은 4시간여에 달할 만큼 장기전으로 진행됐다. 결국, 당시 승리로 고려증권은 상대적 열세를 딛고 1996 실업배구 정상에 오른 바 있다.

그렇다면 왜 당시에는 3~4시간에 이르는 긴 경기시간을 자랑(?)했을까.

바로 ‘사이드아웃 제도’ 때문이다. ‘사이드아웃’이란 득점권이 있는 팀이 공격에 성공했을 때에야 비로소 점수가 주어지는 제도다. 즉, 당시에는 득점을 올리기 전에 ‘득점권’을 얻기 위한 공격이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 따라서 당시 배구 경기는 상대끼리 여러 차례 공격을 주고 받아도 득점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 기이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단 5세트에서는 사이드아웃 없이 곧바로 ‘랠리 포인트(공격 성공 즉시 득점 인정)’제도가 적용됐다.

그래서 당시에는 각 세트별로 15점을 먼저 얻는 팀이 해당 세트를 가져갈 수 있었다. 현재처럼 25득점제에서 ‘사이드아웃’을 도입하면 4~5시간이 넘는 경기 시각을 과시할 수 있는 셈이다. 참고로 ‘기네스 북’에 등재된 배구 최장경기시간은 55시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이드아웃’이 폐지된 것은 11년 전 일이다. 1999년 9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경기 규칙위원회에서 경기방법과 규칙이 개정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랠리 포인트 제도다. 그리고 2000년 1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세계 및 국제대회와 모든 국내대회에서 의무적으로 적용되면서 ‘사이드아웃’은 역사 속 한 페이지로 사라지게 됐다.

프로화가 진행되기 전의 실업배구는 체력과 강한 정신력이라는 전제 조건 속에 긴 경기 시각을 소화해야 했으며, 당시 활약했던 이들은 현재 프로배구의 ‘숨은 공로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 삼성화재 임도헌 코치, 한국인삼공사 박삼용 감독, 도로공사 어창선 감독 등이 당시 실업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던 ‘사이드아웃 제도’의 경험자들이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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