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엄진옥 기자] 네팔 아기 비바스(18개월)를 만나러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병실분위기는 아기의 재롱으로 화기애애했다. 병명도 모른 채 다리 한쪽이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올라 한국에 들어온 비바스는 항암치료 15회를 견뎠고 7회를 더 남겨두고 있다.
▲ 카포시앙 혈관종, 한쪽 다리가 굵어 몸에 맞는 기저귀를 찾는 일이 어려웠다.
코끼리 다리를 가진 아기
"태어나고 왼쪽 다리가 점점 부어올랐어요. 나중에는 코끼리 다리처럼 커졌죠. 애가 울 때마다 보건소에서 준 연고를 열심히 발랐어요."
비바스는 온 식구가 적은 텃밭을 일궈 자급자족하는 네팔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흙을 일궈 먹는 네팔인 대부분이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하다. 병원의 수가 부족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노약자가 고열에 시달려도 약 한 번 못 써보고 목숨을 잃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네팔에는 비바스의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할 의료시설이 없다. 병명도 모르고 그저 자식 다리에 연고를 바르며 기적을 기다렸다는 아기 엄마의 말이 뜨겁다. 다행이 한 선교사의 도움으로 한국에 들어와 치료를 시작했다.
▲ 바이러스 감염으로 가슴 부위 수술을 받았다. 몸의 저항력이 약해진 지금, 중단 없는 항암치료가 비바스의 희망이다.
사망률 40% 혈관에 생기는 종양
병원에 도착한 비바스는 혈소판 수치가 낮아 전신마취를 하고 조직검사에 들어갔다. 주사바늘을 찔러 피가 나면 지혈이 안 되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검사 결과 비바스는 카포시앙 혈관종, 이름도 낯선 희귀질환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혈관에 생긴 종양으로 한쪽 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부풀어 올랐던 것. 발병 당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종양이 오른쪽 넓적다리를 감싸고 생식기는 물론, 왼쪽으로 넘어가 골반의 뼈까지 침투했다. 치료가 다급한 상황이었다.
▲ 여린 몸으로 항암치료를 잘 견뎌내는 꼬마 비바스. 다리의 균형을 잡기 위해 깁스를 했다.
15회 항암치료 견딘 작은 영웅
"비바스! 곤지곤지, 잼잼."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3~4일 항암치료를 받는 병원, 비바스가 알아듣고 반응하는 한국어가 제법 많다. 모유를 먹던 비바스는 어느덧 이유식을 시작했다. 살이 붙고 키도 더 자랐다.
처음 항암치료를 앞두고 비바스의 엄마 사누마야(30세)와 병원 관계자 모두 고민이 많았다. 약물이 아기와 잘 맞지 않아 치료가 더뎌지면 다리를 절단할 위기였다. 다행이 3차 항암약물이 비바스의 몸과 잘 맞아 다리의 종양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한 달 전 까다로운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비바스의 아빠가 한국에 들어왔다. 5개월만의 가족 상봉이었다. 비바스와 치료를 마치고 돌아갈 생각에 텃밭에 이것저것 씨앗을 뿌리고 왔다고 했다. 네팔은 감자가 주식이고 깨, 배추 등을 직접 텃밭에서 키운다.
▲ 7번의 항암치료가 끝나면 아이는 다시 네팔로 돌아간다. 걷게 해준 제2의 고향 한국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7회의 항암치료 중단 없어야
며칠 전 비바스는 피부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큰수술을 받았다. 감염으로 항암치료가 늦춰질 경우 종양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항암치료를 중단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치료비 마련이 시급하다.
1회 항암치료와 입원에 250~3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제까지 NGO 단체를 통한 이웃들의 릴레이 후원이 없었다면 비바스의 치료는 불가능했다. 남은 7회의 항암치료, 그 끝이 보인다.
비바스 역시 몸이 아프면 한국의 아이들처럼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 비바스는 한국을 찾아온 우리 아이, 우리 희망이다. 세상이 아무리 삭막하고 힘들어도, 사랑을 주고받기 힘든 시대라 체념해도 결국 누군가는 그 장막과 편견을 버리고 누군가의 존재 안으로 들어선다. 이웃들의 따뜻한 도움은 전액 비바스의 항암치료비로 전달된다.
※ 비바스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야후! 나누리' 를 통해 온라인후원을 하거나, '월드비전' (☎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온라인뉴스팀 press@xportsnews.com
엄진옥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