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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붐' 이천수를 보며 차범근을 떠올리다

기사입력 2007.11.12 18:13 / 기사수정 2007.11.12 18:13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이천수가 공을 잡으면 그라운드는 뜨거워진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은 1978년부터 10년 동안 독일 분데스리가에 몸을 담으며 유럽에서 '차붐'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는 UEFA컵 2차례 석권을 비롯 분데스리가 외국인 선수 최다골인 98골을 넣는 강렬하고 인상적인 활약을 유럽 대륙에 심어줬다.

그것이 인연이 된 것인지 한국 축구는 차범근 이후 끊임없이 유럽파 축구 선수들을 배출했다. 1990년대 김주성과 황선홍, 서정원을 비롯해 2000년을 거슬러 안정환과 이동국, 설기현, 박지성 등에 이르기 까지 많은 축구 인재들이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고 2007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진출한 이천수(26)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네덜란드 무대에 긍정적인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그가 공을 잡으면 페예노르트 팬들이 '리(Lee)'라고 계속 연호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극성맞은 페예노르트 팬들은 이천수를 선발로 기용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동양에서 온 작은 선수는 지치지 않는다'고 평가할 정도로 그의 활약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런 이천수에게 있어 12일 저녁 8시 30분(한국 시간) 데 카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네덜란드 리그 최강 아약스전은 그의 진가가 나타난 경기였다. 69분 동안 좋은 경기력을 펼친 그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진출 이후 2개월 만에 팀 플레이와 새로운 리그 스타일에 적응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아약스전을 계기로 팀 내 입지를 한층 끌어 올린것과 동시에 네덜란드리그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기며 유럽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

페예노르트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천수의 활약은 거침없었다. 전반 8분 오른쪽 측면에서 과감한 오른발 논스톱슛으로 팀의 첫 슈팅을 만들었고 전반 22분과 41분에는 동료 선수를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찔러줬다. 후반 13분에는 아약스 진영 중앙에서 두 선수를 제치고 돌파한 뒤 미카엘 몰스의 슛을 연결하는 날카로운 전진패스까지 돋보였다. 작은 키에도 밀리지 않으려는 공중볼 다툼과 활발한 수비 가담까지 펼친 그는 앞으로 페예노르트에서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이라는 희망을 열어줬다.

자신의 몸을 던지며 측면에서 활발한 공격 기회를 만든 그의 아약스전 경기력은 투치 넘치는 선수를 선호하는 페예노르트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천수는 데뷔전부터 아약스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투쟁심을 충분히 보여줬으며 상대의 거친 몸싸움 속에서도 지지 않고 덤비면서 좌우 측면을 휘저으며 부지런히 뛰어 다녔다.

이천수가 성공 모델을 삼고 있는 차범근도 독일 진출 초기부터 맹활약 펼쳐 독일 현지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부인 오은미씨와 연애를 하는 도중에 자기가 정한 훈련 시간이 되면 혼자서 줄넘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근성과 집념, 자기관리까지 철저했던 선수였다. 축구는 기술적인 실력 보다 강인한 근성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범근의 근성은 젊은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전유물이다.

이천수도 차범근이 부럽지 않을 근성을 지닌 존재다. 중학교 시절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던 그는 부평고 시절 최태욱을 라이벌 삼으며 '최태욱보다 잘하겠다'는 근성을 발휘하며 새벽부터 밤까지 축구 연습에 몰두했다. 그 근성은 지금의 이천수를 키운 원동력이자 페예노르트에서 성공적인 출발을 여는 키워드가 됐다. 스페인 무대에서의 실패를 맛봤음에도 끝까지 유럽진출을 포기하지 않은 끈질긴 생명력 또한 이천수를 강하게 만들었다.

축구인들은 한국의 젊은 축구 선수들이 차범근 같은 근성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근성으로 성공한 이천수만은 예외다. 그는 이제 시작했을 뿐이며 길을 곧게 뻗어가면 페예노르트에서의 성공을 충분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조금씩 발전하며 팀 공격의 중심으로 떠올라 유럽 무대를 빛낸다면 차범근 못지 않은 또 다른 성공 신화를 기대할 수 있다.

페예노르트 팬들에게 '리(Lee)'라는 연호를 받으며 네덜란드 리그의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천수. 그가 페예노르트의 연고지 로테르담에서 차붐에 이은 '리붐(Lee Boom)' 신드롬을 일으키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이천수 (C) 페예노르트 공식 홈페이지]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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