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방출 압박을 받고 있는 손흥민이 대선배 저메인 데포가 선정한 토트넘 홋스퍼 베스트11에 포함되지 못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영국 스퍼스웹은 18일(한국시간) "데포는 자신이 소속돼 있던 2010-2011 토트넘 팀과 현재 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합쳐 11명의 선발 명단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몇 가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토트넘 팬들에게 2010-2011시즌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토트넘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고, 8강까지 올라 레알 마드리드에 패해 탈락했다.
반면 현재 토트넘은 최악의 시즌을 달리고 있다. 리그는 14위까지 떨어졌고, FA컵과 리그컵 모두 탈락했다. UEFA 유로파리그에서는 16강에서 네덜란드의 AZ 알크마르를 가까스로 잡아내며 8강에 오른 상태지만 우승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과거 토트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저메인 데포는 토트넘 베스트11을 구성하면서 현재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선수로는 센터백 미키 판 더 펜만 유일하게 포함시켰다. 손흥민은 제외됐다.
스퍼스웹은 "데포는 각 포지션에서 2명의 선수들을 비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데포는 대부분 포지션에서 자신의 옛 동료들을 골랐고, 미키 판 더펜이 데포의 베스트11에 포함된 유일한 현 토트넘 선수였다"면서 "가장 논란이 된 건 데포가 토트넘 캡틴 손흥민 대신 애런 레넌을 선택한 것"이라며 손흥민이 레넌에게 밀려 포함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레넌은 잉글랜드 출신 윙어로 작은 키에 빠른 발을 가진 드리블러였다. 토트넘에서만 364경기를 뛰며 30골 76도움을 올려 2000년대 토트넘 주전 윙어로 활약했다.
다만 레넌이 손흥민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뛰며 173골 95도움을 기록했다. 공격 포인트만 비교해봐도 레넌보다 손흥민의 활약이 더 뛰어났다는 걸 알 수 있다.
데포가 손흥민 대신 레넌을 선택한 이유로는 레넌이 자신의 동료였다는 점도 있겠으나 최근 손흥민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1992년생으로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손흥민과 나이가 비슷한 선수들 중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유지하는 선수들은 많지 않다. 게다가 손흥민이 지난 9월 스프린터에게는 치명적인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우려도 꽤나 많다. 손흥민의 몸놀림이 둔해졌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있었던 풀럼전에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돼 45분을 뛰었으나 0-2 패배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손흥민이 빠진 전반전 동안 토트넘은 전방에서의 창의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 45분 동안 토트넘은 점유율 39%, 슈팅 1개에 그쳤고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풀럼에 밀렸다.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이 들어오면서 공격 전개가 활발해졌으나 결정적인 순간에서 마무리가 아쉬웠다. 후반 8분 베리발이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솔란케가 헤더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24분 텔이 중앙으로 이동한 뒤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지만 레노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 세컨볼을 잡은 매디슨이 솔란케에게 패스했으나 슈팅이 골대 위로 뜨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토트넘은 후반 33분 풀럼의 역습 상황에서 호드리구 무니스에게 실점하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후 후반 42분, 지난해 여름 토트넘을 떠나 풀럼으로 이적한 라이언 세세뇽이 교체 투입 1분 만에 추가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상의를 끌어올려 얼굴을 옷 속에 묻고 크게 실망감을 표출했다.
현지 언론의 평가도 박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웹은 "교체 투입된 후 20분 동안 매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곧 힘을 잃었다"며 6점을 줬다.
이브닝 스탠더드 역시 "손흥민은 토트넘 공격 라인에 약간의 강도를 더했다. 도미닉 솔란케에게 막판 기회를 만들어줬다"면서 6점을 매겼다. 풋볼런던은 "위협적인 프리킥을 몇 번 시도했고, 솔란케에게 기회를 만들어 줬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며 5점을 부여했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풀럼전 패배 후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팬들의 주장이 나왔다"며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손흥민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으며 팬들은 분노했다. 팬들이 분노한 선수는 경기 절반만 뛴 손흥민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THFC리포트가 X(구 트위터)에서 공개한 영상에서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다소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고 있지는 않으며, 한 팬은 그의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팬들의 반응을 주목했다.
매체에 따르면 손흥민이 경기 후 낙담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공유되자 팬들은 "역사상 최고의 윙어 중 한 명이지만 동시에 최악의 주장 중 하나", "매번 질 때마다 똑같은 반응", "빨리 셔츠를 위로 올려서 신경 쓰는 척 하는 것 같다" 등 손흥민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손흥민이 클럽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는 건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팬들은 경기장에서 결과를 기대하며, 패배 후 단순하게 화가 난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는 팬들의 지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손흥민은 앞으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감정을 조금 더 긍정적인 모습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선배 데포마저 손흥민을 레넌보다 아래로 두면서 손흥민이 현지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