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영이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전영오픈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대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라켓의 황제' 안세영(삼성생명)이 무려 20연승을 내달리며 전영오픈에서 우승했다. 허벅지 통증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목에 거며 '세계 최강'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1(13-21 21-18 21-18)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안세영이 본격적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건 2023년 전영오픈을 통해서였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한국 선수로는 27년 만의 전영오픈 우승이었고, 안세영은 이후 태국, 싱가포르 오픈을 차례로 제패하며 주가를 높였다. 연이어 굵직한 성과를 쌓은 안세영은 그해 7월에는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끌어내리고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안세영이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전영오픈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대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안세영이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전영오픈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대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8월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 단식 선수로서 처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썼다. 약 한 달 뒤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단식, 여자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이후 부상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해 8월 파리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석 달 뒤 중국 마스터스에서도 우승하면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올해에는 더욱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오른쪽 무릎, 파리 올림픽 사전캠프에서 발목 힘줄을 다친 안세영은 한동안 부상 부위에 테이핑을 한 채로 경기에 임했다. 지난해 말부터 테이핑 없이 경기에 나서며 고질적인 부상을 털어냈음을 알린 안세영은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강호들을 압도했다.
지난 1월 열린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에서 연달아 32강부터 결승까지 1게임도 내주지 않고 승리하며 우승컵 두 개를 거머쥔 안세영은 이번 전영오픈 직전 프랑스에서 열린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는 4강전에서 가오팡제(중국·15위)에게 1게임을 내주며 '무실 게임' 연승 행진이 끊겼지만 5연승을 내달리며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전영오픈에선 오를레앙 마스터스 때 준결승에서 만난 가오팡제를 첫 판에서 만나는 등 초반부터 어려운 상대와 연달아 부딪혔으나 연전연승한 끝에 또 한 번의 우승을 써내려갔다. 시작부터 32강전에서 가오팡제를 2-0으로 잡은 안세영은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위페이와 일본의 간판 야마구치를 모두 2-0으로 격파했다.

안세영이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전영오픈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대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안세영이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전영오픈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대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사실 왕즈이와의 결승을 앞두고 안세영은 적지 않은 걱정을 샀다. 야마구치와 4강전 2게임 도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코트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 야마구치는 2게임에서 17점을 냈다. 갑작스러운 허벅지 통증 탓에 '그나마' 안세영이 고전한 국면이었다. 안세영이 결승전에서 정상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지 우려될 수밖에 없었다.
안세영은 왕즈이와 대결에서 모처럼 허벅지에 테이핑을 한 채로 경기에 임했다. 이전보다 무뎌진 움직임을 보인 끝에 13-21로 1게임을 내줬으나, '버티기'로 전략을 바꿔 끈질긴 수비를 보여준 2게임에서는 왕즈이의 공세를 막아내며 21-18로 따냈다. 79차례나 이어진 랠리 끝에 7-6으로 앞서며 분위기를 바꾼 순간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안세영 '집념의 수비'에 마주한 왕즈이는 체력이 떨어졌는지 3게임 들어 정교함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체력전으로 전개된 3게임 막판, 18-18 동점 상황에서 왕즈이의 집중력이 급격하게 흔들렸고, 결국 왕즈이가 3연속 범실을 저지르며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끝까지 버틴 안세영의 역전극으로 마무리됐다.
안세영은 우승 뒤 영어로 "아임 어 킹 나우(I‘m a king now).", '나는 왕이다'라고 또렷하게 말하며 배드민턴 여왕 등극을 자축했다.

안세영이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전영오픈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대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안세영이 우승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안세영이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전영오픈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대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안세영이 우승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