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시즌 1군 83경기에 출전, 타율 0.257(261타수 67안타) 9홈런 38타점 OPS 0.718로 성장한 키움 히어로즈 포수 김건희.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지난 2022년 9월 15일, 키움 히어로즈 스카우트팀은 2023 KBO 신인드래프트 종료 후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김건희를 지명하면서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당시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은 "1라운드 지명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김건희) 지명으로 설렘이 기쁨으로 바뀌었다"며 "위대한 선수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김건희는 원주고 3학년 시절 투수와 포수를 겸업했다. 타격에서는 16경기 타율 0.378(45타수 17안타) 1홈런 9타점 OPS 1.062, 마운드에서도 9경기 13⅔이닝 6실점(2자책) 2피안타 14탈삼진 평균자책점 1.29의 수준급 성적을 찍었다.
키움 다음으로 1라운드, 전체 7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던 LG 트윈스는 경남고 포수 김범석을 데려갔다. LG 역시 김범석이 1라운드 앞 순번에서 불리지 않은 데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김범석이라 뽑았다. 김범석을 넘길 수 없었다"라면서 "김범석이라는 고유명사는 한국야구의 대명사라고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뽑았다"고 강조했다.
2024 시즌 1군 83경기에 출전, 타율 0.257(261타수 67안타) 9홈런 38타점 OPS 0.718로 성장한 키움 히어로즈 포수 김건희.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김범석의 고3 시절 성적은 24경기 타율 0.342(79타수 27안타), 9홈런, 30타점, OPS 1.224로 엄청났다. 포수로서도 송구 동작이 간결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김건희, 김범석은 나란히 프로 데뷔 시즌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23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기량을 갈고닦았다. 1군 경기를 뛰기도 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김건희의 경우 투타 겸업 시도가 독이 됐다. 투수로서도 타자로서도 기록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김범석은 퓨처스리그에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승선해 안타를 기록하고 우승반지도 끼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두 사람의 희비는 프로 2년차를 맞은 2024 시즌 크게 엇갈렸다. 타격 성적을 제외한 팀 내 입지와 포수로서의 가치 등을 두루 감안한다면 김건희가 더 앞서가는 모양새다.
김건희가 투타 겸업을 포기하고 포수에만 집중하기로 하면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키움이 김건희를 지명했을 당시 포수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던 가운데, 김건희는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 잡았다.
2024 시즌 70경기 타율 0.241(162타수 39안타) 6홈런 24타점 OPS 0.683의 성적표를 받은 LG 트윈스 포수 김범석.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김건희는 지난해 1군 83경기에 출전, 타율 0.257(261타수 67안타) 9홈런 38타점 OPS 0.718로 쏠쏠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리그 전체에 타고투저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성장세가 놀라웠다. 실질적인 1군 데뷔 시즌에 기대 이상의 포수 수비까지 보여주면서 2025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어린 선수가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했다고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바라보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천천히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면서도 "타석에서 결과를 떠나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호평했다.
김범석은 2024 시즌 스프링 캠프 기간 부상으로 귀국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순탄치 못한 1년을 보냈다. 70경기 타율 0.241(162타수 39안타) 6홈런 24타점 OPS 0.683으로 타격은 준수했지만, 포수 수비가 문제였다. 프로 입단 후 체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워크에씩 논란까지 불거졌다.
2024 시즌 70경기 타율 0.241(162타수 39안타) 6홈런 24타점 OPS 0.683의 성적표를 받은 LG 트윈스 포수 김범석.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염경엽 LG 감독은 급기야 이달 중순 미국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이주헌이 두 번째 포수로 간다. 김범석이 연습을 더 하겠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다. 포수도 하면서 대타 요원으로 더 높게 생각하고 있다"며 김범석의 올해 선발 포수 기용은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건희, 김범석 모두 아직 어린 프로 3년차 유망주지만 두 사람이 어떤 성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소속팀 성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건희가 지난해 경험을 발판으로 성장세를 이어갈지, 김범석이 성장통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2025 시즌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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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