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01-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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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부진' 베르너 대신 양민혁 들어갔더라면…토트넘, '연장 졸전' 끝 5부리그 탬워스 3-0 제압→18세 한국인 FW 명단제외할 정도였나

기사입력 2025.01.13 22:38 / 기사수정 2025.01.13 23:06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18세 양민혁이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

토트넘이 졸전 끝에 5부리그 팀에 승리를 챙긴 가운데,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임대로 영입한 전 독일 국가대표 티모 베르너의 형편 없는 골결정력이 화제다.

5부팀과의 경기에서도 좋은 찬스를 연달아 놓치는 베르너를 보면서 한국 팬들 입장에선 양민혁이 대신 투입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12일(현지시간)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025 FA컵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5부리그 내셔널리그 소속 탬워스와 전·후반을 0-0으로 비긴 뒤 이어진 연장전에서 3골이 터지며 3-0으로 이겼다.

스코어는 3-0 완승이었지만 토트넘이 원한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불안한 인조잔디에서 경기하기 때문에 선수들 부상도 우려됐다. 일찌감치 여러 골을 넣어 주전급 혹은 로테이션급 선수들을 빼주고 어린 선수들을 집어넣는다는 게 토트넘 사령탑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계획이었으나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탬워스는 1~2라운드에서 3부리그 구단을 연파하며 토트넘과 싸우는 기회를 잡았다. 대량실점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정규시간 90분간 접전을 펼쳤다. 후반 막판 두 차례 슛이 들어갔더라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대회인 FA컵에서 역사적인 이변을 쓸 뻔했다.

어쨌든 이날 이긴 토트넘은 아스널에 덜미를 잡혀 3라운드 탈락했던 2013-2014시즌 이후엔 11시즌 연속 FA컵 4라운드 진출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이겼지만 씁쓸한 120분이었다. 경기 전 2군 선수들을 대거 투입할 거란 예상과 달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데얀 쿨루세브스키 정도를 제외한 1군 선수들을 대거 투입해 사실상 1.5군으로 싸웠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상대를 존중하겠다. 어린 선수들을 많이 넣고 싶진 않다"고 했다.

이날 토트넘은 4-3-3 전형을 내세웠다.


최근 입단한 체코 출신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세르히오 레길론, 라두 드라구신, 아치 그레이, 페드로 포로가 백4를 구성했다. 중원은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 제임스 매디슨이 지켰다. 최전방 스리톱에 마이키 무어, 티모 베르너, 브레넌 존슨이 이름을 올렸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벤치 명단에 포함됐다.

손흥민은 팀이 1-0으로 앞선 연장 후반 2분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추가 골 때 도움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 공식전 7번째 도움을 올렸다.

프리미어리그에서 5골 6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손흥민은 이번 시즌 7번째 어시스트를 탬워스전에서 만들었다. 손흥민은 리그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각각 한 골씩 기록하고 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전체 공격 포인트는 14개(7골 7도움)로 늘었다.

국내팬들의 시선을 모았던 지난해 K리그1 '영플레이어' 양민혁은 벤치에도 들지 못하는 충격적인 소식을 알렸다. 양민혁은 직전 경기였던 지난 9일 리버풀과의 리그컵 준결승에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출전하진 않았으나 5부리그 구단과 싸우는 FA컵에선 선발 혹은 교체 투입이 예상됐다. 그러나 더 수준 낮은 팀과의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양민혁보다 한 살 어린 2007년생 잉글랜드 공격수 무어가 출전 기회를 얻어 베르너, 브레넌 존슨과 선발 공격진을 이뤘다. 양민혁과 동갑인 스웨덴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도 후반 교체투입으로 기회를 얻었다. 둘 모두 이미 토트넘 1군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다.

이날 토트넘이 상대한 탬워스는 잉글랜드에서 전국 단위로 운영되는 리그 중 가장 낮은 단계의 내셔널리그에서도 이번 시즌 24개 팀 중 16위에 머문 팀이다.

샌드위치 업체 사장, 벽돌 기술자, 금융 상담사, 아카데미 코치 등 본업이 따로 있는 '파트 타임' 선수들이 즐비하다.

앤디 피크스 감독조차 한 대학에서 학습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보며 감독 일을 병행하다가 이번 토트넘과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정규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축구 환경에선 토트넘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팀이다.

토트넘은 이런 팀을 상대로 주전급 선수를 다수 내보내고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후반 90분간 펼쳐진 모습은 토트넘이 5부리그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물론 악조건은 있었다. 약 4000석 규모의 '더 램 그라운드'는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무척 가깝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바로 뒤에 관중석이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일부 관중석은 입석으로 운영돼 정겨우면서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뤘다. 그라운드는 인조 잔디라 토트넘으로선 경기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킥오프도 지연됐다. 탬워스 골키퍼가 서 있던 쪽 골대의 크로스바 쪽 그물에 구멍이 난 하자가 발견된 것이다.

본업이 '건물 측량사'인 자스 싱 골키퍼가 직접 고쳐보려다가 여의치 않자 다른 선수가 동료의 목말을 타고 올라가 테이프로 그물을 크로스바와 연결하는 보기 드문 장면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홈팀은 골대 수리 성공한 것에 고무된 듯 전반 시작하자마자 공격을 감행했다. 골대를 고찬 탬워스 측면 공격수 베크-라이 에노루가 경기 시작 약 30초 만에 드리블로 페널티 지역 왼쪽을 돌파해 슈팅을 날려 경기 초반 안팎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전 골키퍼 굴리에모 비카리오의 부상, 후보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의 부진 등으로 최근 영입된 체코 출신 킨스키가 몸을 날려 쳐냈다.

토트넘은 전반 32분이 되어서야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매디슨의 오른발 중거리 슛이 싱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것이 이날 첫 유효슈팅일 만큼 5부 팀을 상대로 고전했다.



후반에도 홈팀 골키퍼 자스 싱 등 탬워스 수비진의 육탄 방어가 빛났다.

토트넘은 후반에 더 좋은 찬스를 두 차례 잡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내내 골결정력을 지적받고 있는 손흥민 백업 베르너의 허무한 플레이가 반복됐다.

베르너는 골문 앞에서 간단한 슛을 싱 정면에 안기거나, 노마크 찬스에서 시도한 헤더슛이 힘 없이 날아가 상대 선수에게 클리어링을 당하는 등 전 독일 국가대표이자 2021년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주역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베르너는 지난해 1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토트넘에 6개월간 임대됐다. 이미 첫 임대 기간에 낙제점을 받았는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난해 여름 선수 보강 1호로 베르너의 임대를 확정지었다.

베르너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연봉이 150억원인데 토트넘에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0억원 연봉이 너무 아까울 만큼 참혹한 경기력을 펼쳤다.

오히려 지난해 말까지 K리그1에서 골을 퍼부으며 경기 감각을 유지한 양민혁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골결정력이 생각날 정도였다. 양민혁이 베르너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베르너의 골결정력은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토트넘은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전후반 내내 제대로 된 슈팅 한 번 날리지 못하는 등 졸전을 거듭하다가 연장전에 접어들서야 경기력이 조금 올라 이겼다.

연장전 시작과 함께 손흥민이 들어가고 나서야 상대 밀집수비가 무너지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연장 전반 11분 탬워스의 자책골로 균형이 깨졌다.

손흥민이 중원에서 얻어낸 프리킥 때 키커로 나선 페드로 포로가 페널티 지역 안으로 낮게 찔러줬고, 존슨의 크로스에 이은 골대 앞 혼전에서 탬워스 미드필더 네이선 치쿠나의 발을 맞고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며 선제 결승골이 됐다.

이어 연장 후반 2분엔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낮게 크로스한 것을 쿨루세브스키가 왼발로 차 넣어 승부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연장 후반 13분 존슨의 자축포도 터졌다.

베르너가 뛰다가 손흥민이 뛰니까 토트넘이 180도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 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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