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은 끝났다?
그렇지 않다. 같은 1992년생 동갑내기 리버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17골)과 도움(11도움) 1위를 연이어 휩쓸면서 손흥민의 실력을 깎아내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살라는 펄펄 나는데 5골 6도움 손흥민은 너무 부진한 것 아니냐는 뜻이다.
그러면서 토트넘이 최근 손흥민에게 발동한 1년 연장 옵션마저도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축구통계매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손흥민이 살라에게 부족한 것은 페널티킥 골을 제외한 득점(논 페널티 골) 뿐이다. 토트넘과 리버풀의 미드필더 및 윙어 수준이 다른 점을 고려하면 손흥민의 올시즌 활약이 부족하지 않다는 뜻이 된다.
최근 손흥민은 토트넘과 현재 계약 1년 연장 옵션에 사인했다. 사실 이 옵션은 손흥민이 구단의 행사 의지에 반발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지난 2021년 손흥민이 토트넘과 4년 계약을 맺을 때 삽입한 조항으로, 토트넘이 일방적인 행사 권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옵션 포기하고 방출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손흥민은 토트넘도 외면할 수 없었다.
토트넘 옵션 행사 발표 뒤 손흥민은 웃으며 한국어와 영어로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는 특히 "난 이 구단을 사랑한다"며 1년 연장에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손흥민은 한국어 인터뷰에서 감사를 얘기했다.
"일단 이렇게 또다른 기회를 받을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손흥민은 "기회를 준 것에 대한 감사가 큰 것 같다. 많은 성원을 받고 응원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기회로 팀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항상 팬분들에게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응원해 주시는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변함 없는 지지룰 부탁했다.
한국어 인터뷰보다 먼저 공개된 영어 인터뷰에서는 주장으로서의 책임감, 토트넘에 대한 사랑, 성적 반등에 대한 의지를 알렸다.
손흥민은 "이 팀을 사랑힌다. 여기서 보낸 10년, 그리고 1년을 더 보내게 됐는데 그 모든 시간들을 사랑한다. 팀에서의 모든 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주장이라면 정말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 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하는 팀이다. 모두가 뛰고 싶어하는, 어릴 때 꿈꾸고 바라는 팀이다"며 지난 2023년 8월부터 왼팔뚝에 차게 된 캡틴 완장에 대한 무게를 전했다.
그리고는 "주장이 된 순간부터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좋은 본보기가 되고 리더가 돼야 한다. 항상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최근 팀 성적 부진에 대해서도 '바닥을 쳤다'는 표현을 통해 이젠 오를 때가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손흥민의 언급 뒤 토트넘은 귀신 같이 승리를 챙겼다. 지난 9일 리버풀과의 리그컵 준결승 1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상대가 프리미어리그 1위팀이고 이날 토트넘전에서 수비수 일부를 제외하고 정예 멤버 꾸린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손흥민은 "가끔은 정말 힘들지만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 난 언제나 힘든 순간이 오면 이렇게 생각한다. '가장 밑바닥을 쳤다는 건 다시 도약할 순간이 왔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다시올라갈 때라는 거다. 힘든 시간을 지나게 되더라도 좋은 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앞서 토트넘은 지난 7일 구단 홈페이지와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에 대한 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한다. 손흥민과의 계약은 2026년 여름까지 이어진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내내 논란과 화제를 끌었던 손흥민 연장 옵션이 드디어 실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손흥민의 계약 만료일도 2025년 6월에서 2026년 6월로 늘어났다.
이번 계약 연장으로 2015년 8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올 여름 다른 구단으로 '유료 이적'을 하지 않는다면 11년 동안 토트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PSG,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등 수없이 쏟아졌던 올여름 자유계약(FA) 신분 취득에 따른 영국 외 빅클럽 무료 이적 가능성은 일단 사라졌다.
손흥민의 1년 연장 옵션을 두고도 말이 많다.
손흥민이 토트넘 구단에 다년 재계약을 요구했으나 토트넘이 이를 묵살하고 1년 옵션 발동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디 애슬레틱'은 토트넘의 손흥민 연장 옵션 확정 발표 뒤 "그러면 2026년 6월 이후 손흥민은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 계약서의 만료일이 1년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SPN'은 아예 토트넘에 직격탄을 날렸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했지만, 장기 계약 체결은 생각이 없다고 전한 것이다.
"토트넘의 결정은 손흥민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추측 종식으로 연결됐으나,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손흥민은 새로운 장기 계약을 희망했다"며 "하지만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토트넘은 단순하게 이미 있던 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충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반면 손흥민을 올 여름 당장 내보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지난 8일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팬들은 손흥민을 더 오래 유지하기로 토트넘 회장 다니엘 레비의 상업적인 결정을 다시 한번 비난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내보내는 게 맞지만 티셔츠 판매 등을 위해 남겨놨고 재계약까지 모색한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21세기 토트넘 역사에서 해리 케인 다음으로 가장 훌륭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급 스타플레이어다.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콘퍼런스리그, 잉글리시 FA컵, 잉글리시 리그컵 등 공식전 431경기에 출전해 169골을 넣었다. 구단 통산 득점 4위에 올랐고, 토트넘 역대 최다 도움(68개) 기록을 작성했다.
개인 수상도 화려해 아시아 최초로 2021-2022시즌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23골)에 올랐으며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어워즈에서 한 해 가장 훌륭한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푸스카스 상도 탔다. 토트넘 입단 2년차인 지난 2016년 9월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수상했다. 손흥민은 '이달의 선수'를 총 4번 타면서 프리미어리그 33년사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 반열에 올라섰다.
아울러 지난 2023년 8월엔 토트넘 141년사 처음으로 아시아 출신 주장을 맡았다. 이 정도 업적의 선수를 놓고 팬들은 "당장 내보내라"는 식의 폭언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에 대한 의견이 극과 극인 상황에서 뭐가 맞을까.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주장은 틀렸다.
축구통계매체 '데이터MB'는 손흥민과 살라의 비교를 통해 손흥민이 이번 시즌 부진한 것이 아니라 12위에 그치고 있는 토트넘의 전력 혹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문제에 손흥민이 영향 받고 있음을 알렸다.
매체는 ▲공격적 운반 ▲드리블 ▲논 페널티킥 골 ▲기대득점+기대어시스트 ▲어시스트 ▲키패스 ▲공격적 액션 등 7개 분야에 걸쳐 둘의 수치를 비교했는데 손흥민은 키패스에선 살라를 오히려 앞서고 '기대득점+기대어시스트'에서도 거의 대등한 수치를 나타내는 등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알렸다.
손흥민은 부상으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4경기를 빠져 출전시간이 1355분으로, 1842분을 기록한 살라의 70% 수준이다. 손흥민에 시간을 더 부여받았다면 살라와의 7각형 비교에서 거의 비슷했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 연장 옵션 체결 뒤 "손흥민이 리버풀에서 뛰었으면 살라와 비슷한 골을 넣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어느 정도 맞는 셈이었더.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충분히 더 뛸 자격이 있는 공격수다.
사진=연합뉴스 / 데이터M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