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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어머니' 최주영 의무팀장, "태극전사! 축구를 즐겨라!"

기사입력 2007.11.10 07:44 / 기사수정 2007.11.10 07:44

김범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범근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변화가 없는 강산이라 할 지라도 10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서 변해간다는 것이니 다른것도 마찬가지로 변화가 불가피 하다는 뜻이죠. 그러나,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에 14년 동안 한결같이 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인터뷰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 주인공은 '태극전사의 어머니' 최주영 국가대표팀 의무팀장입니다. 최 의무팀장은 경기 도중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쏜살같이 뛰어가 선수들을 치료 해주는 것으로 축구팬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특히 1998 프랑스 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 2006 독일 월드컵 3차례에 걸쳐 각각 이임생, 황선홍, 최진철에게 긴박한 상황속에서 붕대를 감아주던 자상한 모습은 국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최 의무팀장은 94년 부터 지금까지. 월드컵, 올림픽 등의 굵직굵직한 대회를 포함해 계속해서 대표팀을 지켜왔습니다. 이로서 대표팀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최 의무팀장은 선수선발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선수들에 대한 사랑과 축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그와의 진솔한 인터뷰를 소개하겠습니다..

'엄살은 없다'

-14년간 많고 다양한 선수들을 경험하셨는데요, 그라운드에서의 터프하고 거친 모습에 반해 '엄살'을 피우는 선수도 있나요?

대표팀에서 '엄살'은 통하지 않죠. 대표팀은 한정된 자리이고, 선수들이 매우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모두 열심히 하려는 편입니다.

몸관리에 있어서 젊은 선수들은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참고 뛰는 경우가 있는데,  2, 3일 지나고서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계속해서 아플때 바로바로 얘기를 하라고 하는 편입니다. 노장 선수들의 경우는 과도한 훈련으로 인해 심한 부상이 아닌데도 아파할 때도 있습니다. 컨디션 조절을 하는 거죠. 

-몸상태가 좋지 않은데 출전열망이 강한 선수가 있다면 특별히 말리는 방법이라도 있나요?

방금 얘기했듯이 노장선수들 보다는 젊은 선수들이 그런 경우가 많죠.

그러나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의욕만으로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몸이 안좋으면 무조건 빼는 것을 원칙으로 삼죠. 아픈 선수보다는 안아픈 선수가 더 낫다는 것이죠.

또, 선수들이 요즘에는 대체적으로 부상을 숨기기 보다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밝히는 편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수들, 축구를 즐겨다오

-김현철 대표팀 팀닥터께서 최근에 밝히시기를, "잉글랜드에서의 이동국의 '부진'은 발목에 원인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김현철 팀닥터가 발목 부위 부상에 대해 많이 알고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이동국 선수가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잘해야겠다'는 정신적 부담감은 근육을 위축시켜 순발력을 더디게 합니다. 결국엔  심리적인 것이 이동국 선수의 활약을 좌우한다는 것이죠.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꼭 골을 넣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골이 들어가는게 아니잖아요. 무의식적으로 축구를 즐기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어느새 골도 들어가지 않을까요? 이동국 선수와 오랜 시간 같이 함께 한 사람으로써 잉글랜드에서 아름다운 전성기를 보내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죠. 

-축구를 즐기라는 말을 자주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업은 좋지 않으면 오래 못간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적으로 즐기게 되면 육체적으로 효용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저의 경우는, 힘들어도 가슴 한켠에서 올라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언젠가 강의에서 '힘들때 어떻게 대처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어요. "아픔과 고통이 내 마음속의 씨앗이 되어 커다란 기쁨으로 승화된 것이다"구요. 

저의 마음가짐은 선수들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찡그린 얼굴로 선수들을 대한다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게되고, 결국엔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게 되죠. 그래서 저는 항상 제 일을 즐기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밝은 표정으로 대합니다.

-심리적인 부분을 계속해서 강조하시는데, 대표팀에도 심리치료사가 필요한지요?

심리치료사의 존재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심리치료사가 항상 동행 할 수 는 없습니다. 소속팀에서의 장시간 훈련은 필수적이겠지만 대표팀은 여건상 다르잖아요. 따라서 모든 코칭 스탭과 의무팀이 기본적으로 심리치료에 대한 지식은 갖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김태영 선수가 코뼈 부상을 당했을 때 히딩크 감독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김태영은 코뼈만 다쳤을 뿐이고 정신적, 심리적 문제는 없다. 따라서 출전이 가능하다 본다"구요. 결국엔 김태영 선수는 아무런 탈없이 경기를 마쳤죠.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재활치료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으실텐데

별명을 봐도 딱 나타나잖아요. 하석주 선수, 김태영 선수가 '저승사자', '사탄'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으니 말입니다.(웃음) 재활훈련 당시 선수들이 굉장히 힘들어했죠. 이영표 선수같은 경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재활치료 도중 눈에 눈물까지 고였으니까요. 지독하게 재활훈련 했죠. 하지만 그때 이영표 선수의 눈물이 있기에 지금이 있지않나 생각합니다. 그 이후 이영표 선수가 무릎으로 인해 아픈 적없었으니까요.

-'대표팀의 어머니'라는 별명도 있는데, 다독거려 주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없어서는 안될 부분이죠. 선수들은 귀하게 다뤄야 합니다. 저와 선수들간의 관계는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죠.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을 배려해야합니다. 내가 힘든 것보다 그들을 보살피는것이 우선이죠.

한국축구, 아픈만큼 성숙해지길

-아시안컵 기간 도중 일부 선수들의 음주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일단 축구인으로서 유감입니다. 또 은퇴시기에 가까운 선수들이 입을 불명예에 마음이 아플 따름입니다. 그 동안에 이런일이 없었으나, 왜 그런일이 터졌는지 저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이번일을 교훈 삼아 다시는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가장힘들 때가 기회이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감독님 오셔서 아시아의 맹주, 세계 4강 전력 되찾기 위한 재무장을 해야겠죠. 진취적이고 전진하는 대표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 삶에 있어서 가장행복한 것 중 하나가 국민들이 축구를 사랑 한다는 것입니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다시 한국축구가 국민들을 기쁘게 하기위해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축구인들이 힘써 연구하고 정성을 다해야합니다. 저 또한 그 일원으로서 사소한것 하나하나 신경써서 선수들이 제 기량 펼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김범근 기자]



김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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