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불법촬영 혐의에 따른 재판을 받고 선고 공판을 눈 앞에 둔 전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가 튀르키예에서 시즌 4~5호골을 터트리며 녹슬지 않은 킬러 감각을 뽐냈다.
개인사로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멘털을 잡고 꾸준한 활약 중이다.
황의조는 15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알라니아 오바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4-2025시즌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15라운드 가지안텝과의 홈 경기에서 후반 38분 교체로 들어갔다. 5분 뒤인 후반 43분과 후반 추가시간 연속골을 뽑아내며 홈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알라니아스포츠는 이날 승리로 승점17을 기록하며 19개 구단 가운데 14위가 됐다.
지난 9월 초 전 소속팀이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를 떠나 알라니아스포르와 계약한 그는 지난 9월 22일 아다나 데미르스포르와의 맞대결에서 전반 4분과 17분 연속골을 터트리며 팀 주전 공격수로 올라섰다. 이후 두 경기에서 침묵했고 특히 9월28일 리제스포르전에선 전반 15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아웃되는 일을 겪었으나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지난 10월25일 안탈리아스포르전에서 선발 출전한 뒤 시즌 3호골을 폭발했다.
황의조는 이후 보직이 바뀐 듯 교체로만 5경기 연속 투입되면서 4호골을 노렸는데 이날 멀티골을 터트렸다.
특히 이날 자신의 첫 번째 골을 침투패스 때 수비수 2명 사이를 뚫고 들어간 뒤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상대 골키퍼를 제치는 환상적인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현지에서도 극찬을 받는 중이다.
황의조는 프랑스 명문 지롱댕 보르도의 주전 공격수였으나 2022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노팅엄으로 이적하면서 축구 인생이 뒤바뀌었다.
노팅엄 입단 직후 여러 팀을 임대 다니며 전전긍긍했다. 노팅엄 자매구단인 그리스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됐다. 거기서 부진하자 2023년 상반기엔 K리그1 FC서울에서 6개월간 둥지를 틀었다.
서울에서 골 감각을 끌어올리고 지난해 여름 노팅엄에서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프리시즌 골을 넣었음에도 막상 시즌 진입하자 출전 기회를 잃었다.
결국 지난해 9월 잉글랜드 2부 노리치 시티에 6개월간 임대됐으나 지난 1월 노팅엄에 복귀했다가 알라니아스포르에 다시 임대됐다. 알라니아스포츠에서도 데뷔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다행히 지난 9월 완전 이적에 성공하고 노팅엄과 악연을 끊었다.
황의조의 멀티골이 주목 받는 또다른 이유는 그가 여성들과의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를 얼마 전 한국 법정에서 시인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흔들릴 법한 상황에서 튀르키예로 돌아간 뒤 소속팀에서 이번 시즌 두 번째 멀티골을 터트리며 특급 조커로 거듭났다.
황의조는 앞서 지난 10월 A매치 브레이크 때 귀국한 뒤 같은 달 16일 첫 공판기일에서 그간 부인했던 불법촬영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에 같은 취지의 의견서도 제출했다.
황의조가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곧바로 결심 절차가 진행됐고 검찰은 황의조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5년간의 취업제한 명령도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황의조는 "내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드린다. 나를 아껴주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실망을 끼쳐드려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고, 축구선수로서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살아가겠다. 이번에 한해 최대한 선처해주시기를 간절히 청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여성 중 한 명은 황의조와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어 황의조 입장에선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몰렸다.
황의조는 이미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다.
황의조의 선고기일은 오는 18일로 잡혔다. 형이 확정되면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선고공판 기일이 남은 만큼 소속팀 알라니아스포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형식적으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선고공판 앞두고 멀티골을 터트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황의조 엄벌을 촉구하는 여성의 변호인은 황의조가 혐의를 인정한 상황에서 선고기일을 두 달 뒤로 잡은 것은 그의 튀르키예 선수 생활을 감안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사진=알라니아스포르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