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장충, 김지수 기자) "오늘은 배구에 대해 얘기하는 게 난센스다. (V리그의) 문제점이 드러난 경기였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GS칼텍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1-25 25-19 25-6 25-13)로 이겼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시즌 시즌 10승 무패, 승점 29점으로 2위 IBK기업은행(8승 2패, 승점 21), 3위 현대건설(7승 3패, 승점 21), 4위 정관장(4승 6패, 승점 12)과 승점 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선두 수성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기분 좋게 11월을 마감했다.
흥국생명은 이와 함께 개막 10연승을 내달렸다. 지난 2020년 12월 2일 인삼공사(현 정관장)전 이후 1457일 만에 10연승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 9월 코보컵 조별리그 탈락 등 개막에 앞서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시즌에 돌입하자 '극강'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본단자 감독은 GS칼텍스전 종료 후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 10연승에 대한 기쁨이나 선수들의 경기력을 치켜세우시보다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아본단자 감독은 "사실 오늘 경기는 배구에 대해 논하는 게 넌센스다"라며 "(V리그가) 성장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V리그 정규시즌 경기 수가 너무 많다는 입장이다. 게임 일정까지 타이트하게 짜여져 있어 선수들의 컨디션과 부상 관리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GS칼텍스전을 마친 뒤 이틀 휴식 후 오는 12월 1일 광주에서 페퍼저축은행과 격돌한다.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은 물론 게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아본단자 감독 입장에서는 팀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 저하와 부상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훈련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끄는 것도 현재 환경에서는 어렵다고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상대팀이지만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와일러와 실바가 한 경기에서 동시에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것도 타이트한 경기 일정이 영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정규시즌 개막 후 우리 팀뿐 아니라 V리그 모든 팀에 부상자가 많다. 이런 일정으로 게임을 계속하면 훈련을 할 시간이 부족해 선수들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쉽지 않다"며 "회복할 시간이 짧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커진다. 이 부분은 국가대표팀에도 영향이 간다"고 강조했다.
또 "당장 GS칼텍스 선수들의 부상도 유감스럽다. 우리 팀도 최근 부상자가 많다. (V리그의) 이런 문제점이 잘 드러나는 경기였다"며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예를 들면 (현행 6라운드에서) 4라운드로 축소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뭔가 크게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조금 더 생각하고 고려해 봐야 하는 문제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리그 경험이 풍부한 '배구 여제' 김연경도 사령탑과 뜻을 같이했다. "시즌이 시작하면 하루이틀 동안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개개인의 단점을 보완할 시간이 거의 없다"며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기술적인 훈련, 선수들과 호흡을 더 높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한국배구연맹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