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 사령탑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선수들과 불화설에 휩싸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의 지도력이 낙제점 수준은 아니다.
토트넘 한 선수의 포지션을 바꿔 월드클래스로 올려놨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각광 받던 케빈 더 브라위너를 잊게 할 정도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수 보는 눈'이 토트넘에서 쫓겨날 뻔했던 미드필더 하나를 재발견해 최고 수준의 플레이메이커로 격상시켰다.
프랑스 축구통계매체인 '데이터 풋'이 16일(한국시간) 쿨루세브스키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더 나아가 유럽 빅리그에서 얼마나 대단한 미드필더인가를 그래프로 소개했다.
매체는 "이번 시즌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등 중원에서 뛰는 미드필더들의 패스와 볼 컨트롤 수치를 그래프로 나타냈다"며 X축은 미드필더들의 패스 능력, Y축은 미드필더들의 볼 컨트롤 능력을 표시한 것임을 알렸다.
이어 "드리블 성공 여부, 볼을 갖고 앞으로 달리는 능력, 달리면서 공격 지역에 진입하는 능력 등을 두루 나타내고자 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쿨루세브스키는 X축과 Y축에서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 그래프 오른쪽 상단에 홀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독일 축구가 낳은 두 테크니션 자말 무시알라(바이에른 뮌헨), 플로리안 비르츠(바이엘 레버쿠젠)이 쿨루세브스키 뒤에 있지만 차이가 적지 않다.
이 외에 토트넘의 또 다른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 FC바르셀로나의 간판 공격수로 거듭난 하피냐, 크리스털 팰리스의 잉글랜드 국가대표 에체베리 에제 등도 X축과 Y축에서 모두 상위권에 위치했지만 쿨루세브스키와는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야말로 대변신이다.
스웨덴 국가대표로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던 쿨루세브스키는 2022년 1월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에서 토트넘에 1년 6개월 임대 신분으로 왔다.
그 기간 프리미어리그 48경기를 뛰면서 7골을 올리는 등 2000년생 어린 선수치고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시점에서 쿨루세브스키의 완전 이적 영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직전 시즌인 2023-2024시즌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왼쪽 날개 손흥민과 함께 오른쪽 날개로 뛰어 36경기 8골을 넣었는데 골 수도 부족하고 특히 주요 경기에서 부진해 지난 여름엔 쿨루세브스키를 방출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에 직면했다.
그런데 지난 시즌 막바지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단행한 실험적인 기용이 쿨루세브스키의 축구 인생을 바꿨다.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스트라이커 대신 원래 포지션인 레프트윙으로 돌려놓고 쿨루세브스키를 제로톱 시스템의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는데 멀티골을 터트린 것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시즌 들어 브레넌 존슨을 오른쪽 윙어로 고정한 뒤 쿨루세브스키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시켜 중원 3총사 중 한 명으로 굳혔다.
쿨루세브스키는 이에 보답하는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플레이메이커 실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2골 2도움 중인 그는 특히 찬스메이킹(기회 창출)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쿨루세브스키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찬스메이킹에서 30개를 찍어 풀럼 미드필더 안드레아스 페레이라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콜 팔머(첼시), 부카요 사카(아스널), 제러드 보언(웨스트햄) 등이 그의 뒤에 있는 것이다.
최근엔 잉글랜드 전 국가대표이자 지난해 8월 토트넘 이적하자마자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수상했던 매디슨이 쿨루세브스키에 밀려 후반 막판 교체 멤버로 전락할 정도다.
그러면서 쿨루세브스키는 이제 방출 대상이 아닌 AC밀란 등 명문 구단의 러브콜을 받는 수준급 미드필더 대접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 데이터 풋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