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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00홈런'이승엽,'장훈의 근성으로'

기사입력 2007.07.02 21:23 / 기사수정 2007.07.02 21:23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이승엽이 지난 1일 열흘간의 홈런 갈증을 깨고 일본 통산 100호 홈런을 터뜨렸다. '타격의 달인'으로 불렸던 장훈(67)이 자라난 히로시마에서 터뜨린 100호 홈런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

이승엽은 1일 히로시마 시민구장에서 벌어진 히로시마 카프와의 경기에서 2회 상대 선발 아오키 다카히로의 공을 우측 담장으로 넘기며 3년 3개월 만에 일본통산 100호 홈런을 기록했다. 열흘간의 지긋지긋했던 아홉수를 깨는 순간이었다.

이승엽의 올 시즌 성적은 .257 15홈런 41타점. 4년 30억 엔(추정. 약 275억 원)의 대형계약을 맺은 거포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지난 시즌 후 무릎 수술, 올 시즌 중 손바닥 부상 등 여러 악재를 딛고 올린 성적임을 감안해도 조금 모자라다.

이승엽은 현재 타격 기술 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타자다. 몸쪽 위협구에 약점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공을 때려내 장타로 연결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의 부진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승엽은 장훈이 자라난 히로시마에서 100홈런을 쐈다. 이는 이승엽에게 큰 전환점이 될 것 이다. 장훈은 일본야구계를 평정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인 동시에 이승엽에게 귀중한 조언을 해주며 그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준 또 한 명의 사부.

장훈은 1945년 원폭피해로 오른손이 오그라들어 어쩔 수 없이 왼손잡이가 되었다. 그리고 부단한 노력 끝에 일본 야구계에서 유일무이한 통산 3000안타의 주인공이 되었다. 통산 504홈런을 치며 장타력도 유감없이 과시했고 타구를 구장 좌, 중, 우 어느 곳으로든 보내던 '광각 타법'의 창시자다.

이승엽의 장훈에게 닮아야 할 가장 큰 것은 바로 장훈의 근성이다. 장훈은 일본인들의 멸시와 극심한 견제속에 한평생을 살아왔다. 그 시련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사랑과 장훈 자신의 근성이었다.

장훈은 도에이 플라이어스(현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자신을 업신여기는 일본인 택시기사를 흠씬 두들긴 적이 있다. 또한, 자신을 맞춘 투수에게는 어떤 식으로든지 보복을 서슴지 않았고 같은 팀 동료라도 자신을 업신여기면 '비 오는 날,개 패 듯이' 보복했다.

물론 이승엽에게 장훈의 싸움 실력을 닮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일본인,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며 찬란한 기량을 널리 떨친 장대한 기개를 닮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엽은 성실한 연습벌레이자 기자들, 팬들이 좋아하는 신사다. 성실한 태도를 지켜나가는 와중에서 마음속에서는 투지를 불태우는 '외유내강'의 아니, '외유 극 내강'의 정신이 필요하다. 일본 야구의 심장, 요미우리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떨치는 이승엽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사진=요미우리 자이언츠>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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