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이범호 감독과 3년간 총액 26억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현 10개 구단 감독 중에서 옵션 포함 최고 대우 계약이다. 계약 후 KIA 이범호 감독, 심재학 단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가 2024시즌 KBO 리그 통합 우승을 일궈낸 이범호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었다.
KIA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범호 감독과 3년간 총액 26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옵션 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현역 감독 중 최고 대우다. 옵션을 포함하면 이강철 KT 위즈 감독, 김태형 롯데 감독(이상 3년 24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받게 된 이범호 감독이다.
KIA와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2년 총액 9억원(연봉 3억원, 계약금 3억원)에 계약했다. KIA가 올해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이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사령탑에게 확실한 우승 선물을 준비했다. 이날 오전 김주찬, 김민우 코치를 영입한 데 이어 이범호 감독과의 재계약을 마무리하면서 2025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IA다.
KIA 관계자는 "이범호 감독과의 기존 계약(2024~2025년)은 상호 합의 하에 파기하고, 이번 계약으로 인해 2025~2027년 3년 계약이 새롭게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2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5차전 경기에 앞서 KIA 이범호 감독과 손승락 수석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올 시즌을 앞두고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KIA는 사령탑 없이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새 사령탑을 찾아야 했던 KIA는 1차 스프링캠프가 막바지에 접어든 2월 13일 이범호 당시 타격코치를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KBO리그에서 1980년대생 지도자가 1군 감독(이범호 감독 1981년생)이 된 건 이 감독이 처음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뒤 2010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2011년 KIA로 이적했다. KBO리그 통산 2001경기 6370타수 1727안타 타율 0.271 329홈런 1127타점 863볼넷 954득점을 기록했다.
2019년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범호 감독은 소프트뱅크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으며, 2021년 KIA 퓨처스팀(2군) 감독으로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5차전 경기에 앞서 KIA 이범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군 타격코치로 활동하던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1군 감독직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우려도, 기대도 컸지만, KIA는 당시 상황에서 이 감독이 선수단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을 포함해 10년 넘게 KIA에서 생활한 만큼 팀 분위기나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재학 KIA 단장은 사령탑 선임 후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지도자로서) 이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도 있고, 다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그 상황을 가장 잘 알고 또 선수들과의 '케미'를 폭발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게 중요했다"며 "(평가에 있어서) 선수들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도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고, 선수들과의 관계가 어떤지도 중요했기 때문에 팀에 대한 이해도 같은 게 크게 작용했다"고 새 사령탑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범호 감독과 화상면접을 진행했던 심 단장은 "(면접 당시) 이범호 감독에게 신임 감독으로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이 감독이 '저는 위기를 즐깁니다'라고 표현하더라. 그런 면에서 이 감독이 대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 감독으로서 보여준 건 없지만, 어떤 색깔을 낼지에 대해선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5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3차전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IA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이범호 감독은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차분하게 선수들을 이끌었다. 특히 선수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강조하면서 그라운드에서 즐겁게 플레이 할 것을 주문했다. 취임식 당시 "선수들이 항상 웃으면서 그라운드에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웃음꽃 피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권위보다는 소통을 우선시했다. 팀 내 선수들, 코치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시즌을 운영했다. 주장 나성범을 비롯해 시범경기부터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시즌 내내 '완전체'를 꾸리기가 어려웠던 KIA였지만,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 속에서 선수들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6월 들어 잠시 주춤했던 KIA는 고비를 넘기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했고,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 등 2위권 팀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87승2무55패(0.613)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이범호 감독은 2005년 선동열, 2011년 류중일(이상 당시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사령탑 취임 첫 시즌에 정규시즌 우승을 이룬 감독으로 남게 됐다.
24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최원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임기 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약속했던 이 감독은 정규시즌 종료 이후 3주간의 재정비를 통해 V12를 위한 준비를 마쳤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앞세워 4승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우천 서스펜디드 경기로 중단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지만,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철저한 대비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면서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재계약을 진행한 뒤 구단을 통해 소감을 전한 이범호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신뢰를 보내준 구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목표는 '우승'이다. 이 감독은 “광주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그날의 함성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통합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이거즈 팬들의 응원과 성원 덕분”이라며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임기 내에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5차전 경기, KIA가 7:5의 스코어로 승리하며 7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경기 종료 후 KIA 이범호 감독과 심재학 단장, 나성범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2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5차전 경기, KIA가 삼성에 7:5로 승리하며 7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KIA 이범호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