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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없으니 '오합지졸' 중위권도 못 이겨…토트넘 0-1 충격패, '무승' 팰리스에 첫 승 헌납

기사입력 2024.10.28 11:40 / 기사수정 2024.10.28 11:40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경쟁력은 손흥민의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걸 다시 확인한 경기였다.

토트넘이 지난 7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을 상대로 두 골을 먼저 넣고도 2-3 역전패를 허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8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던 크리스털 팰리스에 0-1로 패배하면서 팰리스의 혈을 뚫어줬다. 브라이턴은 지난 시즌 11위, 팰리스는 10위를 기록한 팀이다. 토트넘의 패배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하는 토트넘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전 팰리스의 스트라이커 장-필리프 마테타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한 골도 넣지 못하고 0-1로 패배했다.

승점을 얻지 못한 토트넘은 8위가 됐다. 토트넘은 이번 경기에서 승리해 상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오히려 승점을 따내지 못하면서 3위 아스널, 4위 애스턴 빌라(이상 승점 18)와의 승점 차가 5점으로 더 벌어졌다.



앞서 AZ 알크마르(네덜란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일정 부분 로테이션을 가동한 토트넘은 이날 주전 선수들을 대거 투입해 승리를 노렸다. 선발 출전한 선수들 중 유일하게 주전으로 분류되지 않는 건 토트넘의 17세 초신성 마이키 무어가 유일했다.

무어는 손흥민을 대신해 출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팰리스전에 앞서 손흥민의 컨디션이 아직 100%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다른 선수의 선발 출전을 예고했는데, 알크마르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몇 차례 보여줬던 무어가 선배 격인 티모 베르너와 히샤를리송을 제치고 선발 자원으로 낙점된 것이다.

평소와 같은 4-3-3 전형이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 앞에 서고 데스티니 우도기, 미키 판더펜,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제임스 메디슨, 이브 비수마,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중원을 맡았다. 마이키 무어, 도미니크 솔란케, 그리고 브레넌 존슨이 공격을 이끌었다.



9경기 만에 첫 승에 도전하는 팰리스도 총력전을 벌였다. 3-4-2-1 포메이션. 딘 헨더슨이 골문을 지켰고 마크 게히, 막상스 라크루아, 트레보 찰로바가 백3를 구축했다. 타이릭 미첼과 다니엘 무뇨스가 측면을 책임졌고 제퍼슨 레르마와 아담 와튼이 미드필드에 배치됐다. 2선에는 에베레치 에제와 이스마일라 사르가 출전해 최전방의 장-필리프 마테타를 도왔다.


탐색전은 없었다. 두 팀은 이른 시간부터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강한 압박을 주고 받았다. 공을 가져오면 숨을 돌리며 점유율을 늘려가려고 했다. 서로 상대의 압박 때문에 공을 오랫동안 소유하기 어려웠다.

먼저 슈팅을 날린 쪽은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의 오른쪽 측면 공격이 효과를 봤다. 전반 13분 포로의 크로스를 존슨이 받아 페널티 지역에서 슛을 쐈지만 팰리스 수비를 넘지 못했다.

팰리스도 곧바로 반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팀의 핵심 미드필더인 레르마가 전반 20분경 부상으로 쓰러지는 악재를 맞으면서 분위기가 흔들렸다. 팰리스는 전반 22분 레르마를 윌 휴스와 교체했다.



토트넘 역시 전반 22분 쿨루세브스키가 머리에 충격을 받고 전반 25분 포로가 상대에게 밟히는 등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노출됐지만 다행히 교체할 정도의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어수선해진 분위기 속에서 팰리스도 첫 슈팅을 쐈다. 전반 27분 코너킥에서 나온 라크루아의 기습 헤더슛이었다. 라크루아의 헤더슛은 빗나갔지만 토트넘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경기의 무게추가 점차 팰리스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실제 토트넘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호흡을 맞춘 적이 많지 않은 무어와 매디슨이 삐걱댔다. 최전방 공격수인 솔란케나 최근 경기력이 올라온 쿨루세브스키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대로 팰리스는 지난 2022년부터 2년 넘도록 호흡을 맞춘 에제와 마테타를 앞세워 선제골을 합작했다. 전반 31분 오른쪽 측면에서 무뇨스가 길게 넘긴 공을 에제가 받아 마테타에게 보냈다. 마테타는 침착한 왼발 슛으로 굴리엘모 골키퍼를 무너뜨렸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은 토트넘은 곧장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전반 34분 판더펜이 시도한 회심의 슛이 골대에 맞는 등 결정력이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35분 게히의 헤더슛에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토트넘이 동점골을 넣지 못한 데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인 헨더슨 골키퍼의 선방도 있었다. 헨더슨은 전반 추가시간 매디슨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무실점을 유지한 채 전반전을 마쳤다.

선제골로 자신감을 얻은 팰리스는 후반 2분 에제의 프리킥으로 격차를 벌리려고 했으나 슈팅이 빗나가 무산됐다. 다행히 후반 3분 헨더슨이 존슨의 슈팅을 막아 리드를 지켰다.

팰리스는 확실히 기세가 오른 모습이었다. 후반 4분 와튼의 긴 패스를 받은 에제가 단독 드리블로 토트넘 페널티 지역까지 들어간 뒤 슛을 쏴 토트넘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에제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는 게 확인돼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에제는 계속해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후반 13분에는 앞서 취소된 자신의 득점을 만회하려는 듯 토트넘 골문을 향해 슛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는 영점이 제대로 안 맞았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토트넘은 후반 17분 승부수를 던졌다. 쿨루세브스키, 매디슨, 무어를 파페 마타르 사르, 베르너, 그리고 히샤를리송으로 교체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경기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팰리스의 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20분 토트넘의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든 사르가 좋은 찬스를 잡았으나 판더펜에게 밀리고 말았다. 레드카드가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토트넘 입장에서는 다행히 경고에 그쳤다.

토트넘은 시간이 지나도 답답한 경기력을 개선하지 못했다. 주요 선수들의 영향력이 말 그대로 제로였다. 수비진과 비카리오 골키퍼가 1점 차를 유지하도록 분투하는 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골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토트넘은 팰리스 원정을 마무리하면서 시즌 4패째를 기록했다.



손흥민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경기였다. 지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이 돌아오자 토트넘의 화력이 곧바로 살아났는데, 반대로 손흥민이 빠지니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손흥민이 없는 기간 동안 좋은 경기력을 유지했던 존슨까지 침묵을 지킨 게 컸다.

토트넘은 지난 7일 브라이턴전에 이어 또다시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되는 팀과의 경기에서 패배했다. 손흥민이 없는 토트넘은 중위권 팀을 상대로도 승점 3점을 가져올 거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팀이라는 게 판명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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