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우완 전상현이 지난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절대로 점수를 주기 싫었다. 1실점도 안 한다는 마음으로 공을 뿌렸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2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10월 21일 경기 서스펜디드 게임)을 5-1, 2차전을 8-3 승리로 장식하고 'V12'를 향한 순조로운 첫발을 뗐다.
하지만 1차전의 경우 승전고를 울리기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1일 시작된 게임은 KIA 타선이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에게 5회까지 무득점으로 묶인 가운데 6회초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김헌곤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허용, 선취점을 내줬다.
KIA는 이후 르윈 디아즈, 강민호를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때 굵은 빗줄기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쏟아졌고 우천 중단 후 KBO 포스트시즌 최초의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1차전은 지난 23일에야 재개됐다. KIA는 한 점 지고 있던 가운데 무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삼성 좌타 거포 김영웅을 상대해야 했다.
KIA 타이거즈 우완 전상현이 지난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KIA 벤치가 선택한 투수는 전상현이었다. 전상현 역시 1차전이 재개될 때 자신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각오를 이틀 동안 하고 있던 터였다.
전상현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냈다. 삼성 김영웅이 원 볼에서 희생 번트를 시도했지만 타구가 힘없이 포수 김태군 앞에 멈춰 섰고 김태군은 지체 없이 3루 송구로 연결, 2루 주자를 포스 아웃 처리했다.
전상현은 귀중한 6회초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손에 넣은 뒤 기세를 몰아 박병호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사 후 윤정빈을 볼넷으로 출루시키기는 했지만 만루에서 이재현을 투수 앞 땅볼로 솎아내고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상현은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선두타자 류지혁이 유격수 박찬호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하는 불운이 겹쳤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김지찬의 희생 번트로 이어진 1사 2루 실점 위기에서 김헌곤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포효했다.
전상현은 이후 좌완 곽도규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1차전 등판을 마쳤다. 곽도규가 디아즈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KIA는 스코어가 0-1에서 벌어지는 걸 막았다. 7회말 타선 폭발 속에 4-1로 역전에 성공,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곽도규는 1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KIA 타이거즈 우완 전상현이 지난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전상현은 25일 오후 6시30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시작된 한국시리즈 3차전에 앞서 훈련을 마친 뒤 "1차전이 재개되면 (무사 1·2루에서) 내가 올라갈 수 있다는 예상을 많이 했다. KIA 타선이 좋기 때문에 내가 막기만 한다면 무조건 우리가 역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고, 공격적으로 투구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솔직히 김영웅 선수가 (번트 없이) 칠 줄 알았다. 번트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강공으로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최대한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일단 내 공을 던지려고 했다"며 "절대 1점도 안 준다고 생각했다. 번트를 대면 무조건 3루로 던지려고 했다. 근데 마침 포수 앞 쪽으로 타구가 가서 운이 좋았다"고 웃었다.
전상현은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 동안 생각보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마음고생이 컸다. 다행히 1차전 직전부터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쾌투를 선보일 수 있었다.
전상현은 "연습경기 때 밸런스, 구위가 좋지 않아 걱정이 컸는데 1차전 하루 전부터 뭔가 그냥 생각 없이 던지다 보니까 밸런스가 괜찮아졌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한국시리즈가 처음인데 굉장히 설레고 재미있다. 정규리그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라며 "긴장감보다는 재미있고 빨리 우승을 확정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