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우완투수 원태인이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광주, 최원영 기자) 어제가 아닌 내일을 보기로 했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은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1차전(KS·7전4선승제) KIA 타이거즈와의 서스펜디드 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 게임을 돌아보며 포수 강민호와의 대화를 공개했다.
원태인은 지난 21일 광주서 열린 KIA와의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경기 전부터 장대비가 쏟아져 개시가 66분 지연됐다. 오후 7시 36분 시작된 게임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6회초 삼성의 공격 상황, 선두타자 김헌곤이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내 1-0을 만들었다. 계속된 무사 1, 2루 찬스서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다. 45분간 기다린 끝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서스펜디드 경기를 선언했다.
'푸른 피의 에이스'로서 1차전에 출격했던 원태인은 이날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맹활약 중이었다. 투구 수는 66개였다. 7회 이상 투구도 가능해 보였으나 경기가 중단돼 강제로 피칭을 마쳐야 했다. 22일로 예정됐던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과 2차전은 그라운드 사정으로 하루 더 미뤄져 23일 펼쳐질 전망이다.
원태인은 21일 1차전을 마치고 베테랑 강민호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22일 광주서 만난 원태인은 "둘 다 아쉽다고 했다. (강)민호 형이 1차전 전날 혼자 방에서 전력 분석한 것을 내게 메시지로 보내주셨다. 원래 늘 경기 전날 선발투수에게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며 "형이 '내일(21일 1차전)은 이렇게 풀어나가 보자'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게 정말 잘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 중단이 더 아쉬웠다"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가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이어 "민호 형이 '진짜 너의 하루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해주셨다. 그렇게 식사하러 가 속 시원하게 '그냥 다음 경기 준비 잘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컨디션이 너무 좋았고, 투구 수 조절도 잘 됐다. 내 야구 인생에서 기억될 만한 피칭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들었는데 그렇게 끝나 아쉬움이 진짜 컸다"며 "이왕 시작했으니 경기를 끝까지 하거나 아니면 아예 개시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본다. 3~4회부터 강우량은 똑같았는데 우리 쪽으로 흐름이 거의 넘어온 상태에서 경기가 끊겨 많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 했다. 그는 "나와 선발투수 데니 레예스가 하루 더 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선수들끼리 최대한 좋은 쪽으로 여기자고 했다"며 "만약 1차전 승리 후 2차전까지 좋은 분위기로 따낸다면 하루에 2승을 거둘 수 있다. 그럼 오히려 우리 쪽으로 흐름이 확 넘어올 수도 있다고 본다. 위기이자 기회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원태인은 "선수들 모두 '2승 잡고 가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2021년 한 차례 가을야구를 경험해 봤다. 당시 플레이오프 1경기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2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올해는 다르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서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승을 챙겼다. 데일리 MVP에도 선정됐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서도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아 실력을 뽐냈다.
원태인은 "사실 플레이오프가 10배는 더 긴장됐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고, 홈에서 1~2차전을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 그랬던 것 같다"며 "반대로 한국시리즈 1차전 전날에는 잠도 잘 자고 경기 당일에도 '이러면 안 되는데' 싶을 정도로 긴장이 안 됐다. 좋게 작용하는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2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광주, 김한준 기자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그는 "삼성의 한국시리즈는 늘 '토종 선발'이 이끌었다"며 비장하게 각오를 다졌다.
원태인은 "몇 년 동안 토종 1선발로서 팀을 이끌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증명한 적 없기 때문에 이번이 내게는 새로운 기회라 여겼다"며 "큰 경기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많은 분들께 심을 수 있고, 조금이나마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아마추어 때부터 큰 경기에 잘 던져 자신감이 있었다. 기분 좋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어 "원래 항상 1회가 문제였는데 이번 1차전에선 1회를 깔끔하게 막아내면서 자신감이 더 붙었다. KIA 타자들의 타격감이 안 좋았다기보다는 내 투구가 계획대로 잘 이뤄진 듯하다. 정규시즌 때보다 공이 더 좋은 것 같아 공격적으로 승부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원태인은 4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한다. 그는 "모든 걸 바치기 위한 각오가 돼 있다. 1차전에서 투구 수를 절약했고 경기가 또 미뤄져 4일 휴식 후 4차전에 나갈 수 있게 됐다"며 "몸 상태는 무척 좋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이니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