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북한 탁구가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탁구선수권대회 단식 종목 우승자를 배출했다. 2024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 김금영이 여자 단식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김금영은 13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2026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를 게임스코어 3-1(6-11 11-6 12-10 11-6)으로 이겼다. 완승과 함께 이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리모토는 오빠인 하리모토 도모가즈와 함께 향후 일본 탁구의 10년을 책임질 초신성으로 꼽힌다. 둘 다 탁구 선수 출신 중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일본으로 건너왔다. 중국 탁구의 자질에 일본 탁구의 육성이 어우러진 선수를 김금영이 눌렀다.
북한 탁구가 아시아 탁구선수권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건 김금영이 최초다. 북한은 역대 아시아 탁구선수권에서 남자 복식 2회, 여자 복식은 4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없었다.
김금영은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다. 리정식과 호흡을 맞춰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북한은 지난 2020년 초 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선수들의 각종 국제대회 참가를 금지시켰다.
북한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중 포기한 것을 비롯해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불참했다. 이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NOC)로부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까지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정지당하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북한 정부의 통제 속에 최근 몇 년 동안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없었다. 세계랭킹조차 없는 상태로 파리 올림픽에 나섰지만 실력만큼은 '진짜'였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혼합복식 첫 판(16강)에서 만난 세계랭킹 2위 일본의 하리모토 도모카즈-하야타 히나 조를 무너트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8강에서도 세계랭킹 9위 스웨덴의 크리스티안 카를손-크리스티나 칼베리 조까지 격파했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기세를 몰아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6위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까지 삼켜냈다. 세계최강 왕추친-쑨잉사 조에 게임 스코어 2-4(6-11 11-7 8-11 5-11 11-7 8-11)로 패하면서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는 못했지만 경기력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리정식-김금영 조의 경기력은 세계랭킹 1위 쑨잉사의 눈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쑨잉사는 시상식을 마친 뒤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퍼포먼스를 치켜세웠다.
쑨잉사는 "북한 선수들과는 한 번도 게임을 펼쳤던 적이 없지만 그들은 어느 정도 플레이 스타일에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며 "결승전에서는 양 팀 모두 훌륭한 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한다. 매 세트마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금영은 파리 올림픽에서 선전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아시아 탁구선수권에서 입증했다. 혼합복식에서도 리정식과 은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여자 단식 금메달로 '월드 클래스' 기량을 과시했다.
김금영은 오는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LA 올림픽 등 주요 국제 대회에서 신유빈을 비롯한 한국 여자 탁구와도 흥미로운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2024 아시아 탁구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 각 1개씩을 챙겼다. 종합 순위에서 일본(금3·은2·동3), 중국(금2·은2·동1)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금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로 4위에 머물렀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