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요르단 암만, 김환 기자)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이번 요르단전의 키 포인트라고 짚었다.
경기장 위 손흥민의 빈자리만이 아닌 경기장 밖에서 느껴지는 공백도 메우는 게 홍명보호의 과제다. 손흥민의 전술적 중요성은 물론 존재감이 선수단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면 충분히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만한 일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10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위치한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요르단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을 치른다.
현재 한국은 요르단, 이라크와 함께 승점 4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득점 기록에서 밀려 요르단에 순위표 최상단 자리를 내준 채 B조 2위에 위치해 있다.
10년 만에 새롭게 출발한 홍명보호는 지난달 팔레스타인(홈)과 오만(원정)을 상대한 2연전에서 1승 1무를 기록,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FIFA 랭킹 98위 팔레스타인을 홈으로 불러들이고도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던 한국은 오만 원정에서 1골 2도움을 올린 주장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승리했다.
한국·요르단·이라크가 3차 예선 첫 두 경기에서 나란히 승점 4점을 따내면서 10월 A매치 기간 동안 열리는 3차전과 4차전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2연전 결과에 따라 B조 단독 선두가 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48장으로 늘어났다고는 하나, 각 조에서 1위나 2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예선 플레이오프를 추가로 치러야 하는 탓에 홍명보호가 안정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으려면 선두 싸움 유력 후보인 요르단과 이라크를 만나는 10월 A매치 두 경기에서 승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중요한 일전을 앞둔 홍명보호는 경기를 이틀 앞두고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홍 감독은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으로 인해 피로가 조금 쌓인 듯한 모습이었지만, 피곤하지 않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괜찮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홍명보 감독은 "그래도 저번에 비해 시간적으로나, 선수들의 비행 거리나 더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선수들도 조금 더 편할 거라는 생각"이라며 9월 A매치에 비해 체력적인 면에서 이번 소집이 더 낫다고 평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나머지 유럽파들도 7일 밤과 8일 새벽에 걸쳐 요르단 땅을 밟았다. 가장 늦게 요르단에 도착한 설영우는 8일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파들의 도착 시간이 생각보다 조금 더 늦기는 했으나, 홍명보 감독은 "저번보다 낫다. 저번에는 경기 전날 온 선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경기 이틀 전에 왔다. 오늘 회복을 하고 내일 최종적으로 훈련을 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저번보다는 나은 것 같다"며 이번 소집이 낫다고 재차 말했다.
그만큼 9월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좀 더 있는 10월이다. 승리가 급했던 9월과 달리 홍명보 감독 역시 전술적인 색채를 입힐 준비를 할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고, 다음 이라크전에도 우리가 준비하는 게 있다"면서도 "그런데 그걸 얼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런 것들은 (결과에 달려 있기 때문에)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가 준비하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이번 2연전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치러야 할 경기 중 상대가 가장 강하다. 그래서 이번 소집이 다른 때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 코칭 스태프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다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를 이틀 앞둔 현재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홍명보 감독이 언급한 '플랜B'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10월 A매치 명단 발표 당시 부상을 당한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거나 대표팀 소집에서 아예 제외될 가능성을 두고 플랜B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선수를 언급하거나 전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손흥민의 공백을 대비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홍 감독에게 '플랜B'에 대해 묻자 "결과적으로 우리가 손흥민 선수를 대체할 선수나 전술이 있는데, 어떤 선수가 경기에 출전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라며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모든 걸 바꿔서 할 수 있는 플랜B라는 건 없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전이나 오만전 전술 변화를 처음부터 시도하기에는 어렵다. 출전한 선수가 얼만큼 해주고, 어느 타이밍에 우리가 변화를 주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어차피 누군가는 (손흥민을 대신해) 출전해야 한다. 그러니 그 선수가 얼만큼 해주는지에 따라 그게 플랜B가 될 수도, 다른게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공백이 선수단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 같은지 묻자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 선수가 그동안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영향이 있다는 생각이지만, 선수 개인이 그걸 메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팀으로서 메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과적으로 그것이 이번 요르단전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게 된 선수는 김민재다.
홍명보 감독은 "오늘 코칭 스태프들과 선수들이 모여 전체 회의를 했고, 김민재 선수가 주장이 됐다고 통보했다. 주장은 김민재 선수, 부주장은 이재성 선수로 결정했다"며 "경기의 전체적인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고, 경기의 흐름을 보면서 코칭까지 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김민재를 주장으로 발탁했다. 팀 내 영향력도 고려했다. 새로운 젊은 선수들도 대표팀에 많이 들어왔다는 점을 고려했다. 전체적으로 의견이 김민재가 주장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서 오늘 김민재를 주장으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주장 김민재의 수비 파트너로 어떤 선수가 선택받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다만 홍명보 감독은 "그 부분은 당장만이 아니라 향후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내일까지 고민하다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하게 선택하겠다고 했다.
손흥민이 없는 2선과 김민재의 파트너 자리를 두고만 다투는 게 아니다.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동안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던 김승규가 약 9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골키퍼 포지션에도 다시 경쟁 구도가 생겼다.
골키퍼 경쟁 체제를 묻는 질문에 홍명보 감독도 "물론이다"라며 "그동안 김승규 선수가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부상으로 한동안 떨어져 있었다. 김승규가 이제는 부상이 완쾌돼서 돌아왔고, 조현우가 잘하고 있어서 경쟁 체제가 지속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한국은 요르단과의 상대전적에서 3승 3무 1패를 기록 중인데, 최근 전적이 좋지 않다. 특히 지난 2023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을 두 차례 만나 준결승전 쓰라린 패배를 포함해 1무 1패를 거뒀다.
당시 대표팀 밖에 있었던 홍명보 감독이 생각하는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홍 감독은 "전에 있던 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좋지 않다"면서도 "우리가 한 부분을 이야기하면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본다"고 짚었다.
홍 감독은 그러면서 "공을 갖고 있을 때 선수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용우 선수가 요르단전에서 실수를 한 것도 박용우 선수의 특성상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괜찮은데, 고립되다 보니 거리상 누군가 박용우 선수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아시안컵을 토대로 분석하니 그런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요르단도 한국처럼 지난 7월 사령탑을 교체했다. 아시안컵 당시 만난 요르단과는 다른 팀이라는 이야기다.
감독 교체 후 4경기 무패 중인 요르단을 두고 홍명보 감독은 "굉장히 강한 것 같다"며 "물론 주요 선수들의 출전 여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좋은 선수들이 있고 자신감도 차 있다. 더군다나 지난 아시안컵에서 우리를 이겼고, 홈에서의 자신감이 이전보다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그런 부분들을 선수들과 잘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요르단의 국가대표 수비수 야잔 알아랍이 K리그1 FC서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분석이 편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홍명보 감독은 "패싱 능력도 좋고 신체적인 능력이 좋다"면서도 "하지만 그 선수도 약점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홍명보 감독은 이라크와의 4차전 홈 경기 장소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된 점이 변수로 작용할지 묻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잔디가 더 좋은 게 우리 선수들에게는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오히려 더 낫다고 평가했다.
사진=요르단 암만, 김환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