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레날린 폭발' 발라조빅 "두산 위해 보직 상관 없어, 2차전도 등판 준비" [WC2]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조던 발라조빅이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투혼을 불사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발라조빅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 앞서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며 "두산의 승리를 위해 한국에 왔기 때문에 상황만 된다면 언제든 등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2일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KT에게 0-4로 무릎을 꿇었다. 믿었던 에이스 곽빈이 1회초에만 4실점으로 뭇매를 맞으면서 게임 초반 주도권을 완전히 뺏겼다.  

두산 벤치는 0-4 열세 상황에서 곽빈이 2회초 선두타자까자 볼넷으로 출루시키자 결단을 내렸다. 불펜에서 대기 중이던 발라조빅으로 투수를 교체, 경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발라조빅은 5회까지 4이닝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두산 타선이 KT 마운드 공략에 실패하면서 발라조빅의 피칭이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제 몫을 확실하게 해줬다.

적장 이강철 KT 감독도 1차전 종료 후 "발라조빅이 던지는 모습을 처음 봤다. 이렇게 공이 좋을 줄 몰랐다"며 치켜세웠다. 

발라조빅은 2024 시즌 후반기 두산에 합류했다. 부상으로 퇴출된 라울 알칸타라를 대신해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다만 성적은 12경기 57이닝 2승 6패 평균자책점 4.26으로 빼어나지 않았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발라조빅의 포스트시즌 활용법을 놓고 고민 끝에 선발이 아닌 불펜 보직을 부여했다. 완급 조절 대신 150km 초중반대 패스트볼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발라조빅은 불펜 전환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자신이 한국에서 선발투수로 기복이 있었던 데다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발라조빅은 "정규리그 때는 내가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었다. 포스트시즌은 팀이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불펜 전환을 수용하게 됐다"며 "전날 1차전은 중간에 등판해 4이닝일 던졌다는 자체가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광판에 내 기록이다 '0'으로 표기돼 있어서 나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내가 선발투수로 시즌 때 역할을 못한 게 나도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코칭스태프가 나를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기용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보직을 생각할 겨를 없이 포스트시즌에서 팀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라조빅은 다만 가을야구를 경험 중인 부분에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규리그 때와는 다른 포스트시즌의 경기 분위기에 크게 흥분된 상태로 공을 뿌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발라조빅은 "한국에서 이렇게 포스트시즌에 공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 전날에는 평소와 똑같은 경기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아무래도 가을야구 경기다보니까 아드레날린이 평소보다 더 분비됐다. 그래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은 이날 좌완 영건 최승용을 선발투수로 내세워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다.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4위팀이 탈락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두산도 이 역사를 이어가는 게 목표다.

만약 두산이 패한다면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시리즈 도입 이후 처음으로 5위팀에게 업셋(Upset)을 당하는 흑역사를 쓰게 된다. 

사진=잠실, 엑스포츠뉴스/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