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연극 '킬롤로지'가 돌아왔다.
연극열전의 20주년 기념 시즌 '연극열전10' 세 번째 작품 '킬롤로지'가 지난 27일 대학로 TOM 2관에서 개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관객 투표로 선정된 '연극열전10' 라인업 중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킬롤로지’는 가장 창의적인 방법으로 살인할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Killology)와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된 소년 데이비,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알란, 살인을 위한 게임 킬롤로지를 개발한 게임 개발자 ‘폴’의 이야기로 전개한다.
영국 극작가 게리 오웬(Gary Owen)의 대표작으로 2017년 영국 초연 당시 시의성 강한 소재와 독특한 형식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Laurence Olivier Award)’ 협력극장 작품상, ‘웨일스 시어터 어워드(Wales Theatre Awards)’ 극작상과 최고 남자 배우상, ‘더 스테이지 어워드(The Stage Awards)’ 올해의 지역극장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8년 초연했고 2019년 재연했다.
박선희 연출은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진행한 연극 ‘킬롤로지’ 프레스콜에서 "5년 전보다 지금이 더 가슴에 와닿지 않을까 한다. 학교 폭력이든, 아이가 자라는 환경이 얼마나 잘 받쳐주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지금이 메시지가 강력해질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선희 연출은 "5년 전에는 무대가 올라가 있고 관객을 내려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배우들이 관객과 더 대화를 많이 하는 느낌이다. 관객과 대화하는 드라마라는 걸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박 연출은 "이 연극은 리얼리즘이 아니다. 시간의 순서가 섞여 있고 가장 눈에 띄는 폭력이라면 알란이 폴을 묶고 죽이려는 포인트인데 의도적으로 폴이 말할 때 알란이 묶는다. 이 장면 자체가 리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거의 때릴 것 같은 포인트에서 실질적인 폭력은 안 쓴다. 데이비가 당한 폭력도 대본에는 있지만 보여주지 않는다. 얄팍한 수일 수 있지만 녹음할 때 의도적으로 비명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게 했고 메이시가 죽는 장면도 많이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청소년의 이야기라는 걸 살리고 싶어서 욕은 썼다. 언어적인 폭력이 지금의 현실과 맞닿지 않을까 해서 자제하면서도 쓰게 됐다"고 곁들였다.
김수현은 살해당한 아들의 복수를 결심한 알란 역을 맡아 작품에 세 번째 함께하고 있다. 이상홍과 최영준은 알란 역에 새롭게 합류했다.
김수현은 "초연, 재연할 때보다 요즘 상황에 이 작품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한다. 우리가 맞췄다기 보다는 세상이 맞춰진 것 같다. 초연, 재연에서는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고민했다. 이번에도 고민의 방향이 특별히 바뀐 것 같지는 않은데 무대도 더 작아지고 관객도 더 가깝게 뵐 수 있다. 그때 하려던 것들이 더 진하게 와닿는다"고 밝혔다.
이상홍은 "처음 제안받고 대본 봤을 때 '이런 공연을 왜 하지?'라고 생각했다. 텍스트만 갖고 출연에 대한 가부를 판단했다면 이 공연을 안 했을 거다. 다른 이유로 공연을 하기로 결심한 상태에서 텍스트를 받았다. 같이 모여 대본을 읽기 전날 다시 한 번 대본을 보는데 폭력성에 가려 미처 캐치하지 못한 이 작품의 따뜻함, 아픔들, 인물들이 보이더라. 이 작품이 이렇게 따뜻함이 있구나 했다. 이 작품이 너무 힘들어서 못 보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닌 작품의 이면이랄까. 따뜻함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최영준은 "작품이든 책이든 영화든 목적이 계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미나 감동이다. 폭력적인 사회 현상 안에서 있는 사건을 발췌해서 썼다. 이것은 소재이고 우리보다 더 사회 현상에 대해 많이 배우고 공부한 분들이 책임지고 분석하는 것들이다. 내가 했어야 했는데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 거기를 가지 말았어야 하는데 괜히 갔다는 것, 그래서 인생이 틀어질 수 있는 그 정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영준은 "우리가 실제로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다. 재밌게, 또 감동적으로 볼 지점은 분명히 있다. 관객이 그걸 기대하고 오면 좋겠지만 불편한 부분은 나도 있다. 그래도 재밌다"라고 덧붙였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이어 두 번째 연극 무대에 도전한 임주환과 이동하, 김경남도 살인을 위한 게임 ‘킬롤로지’ 개발자 폴 역에 캐스팅됐다.
임주환은 "세 명 다 처음 합류했다. 폴이 약해서 욕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세보여도 속으로는 여리고 가장 외로운 역할이다. 다음에도 폴을 한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의 폴을 만들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동하는 "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뉴스에 나오는 만큼 사회적인 이슈다. 게임 때문에 누군가를 해치기도 하고 안 좋은 일이 많은데 그 이야기를 담는다. 여기에 중심이 되는 폴을 연기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이 사람은 대체 왜 (게임을) 만들었는지를 보다 보니 가정에서의 상처와 결핍이 있더라. 굉장히 매력을 느낀 건 '가정의 환경이 정말 중요하구나'를 깨닫게 해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요즘 특히 부부 관계나 아버지와 아들,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것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중심에 담고 있다. 그래서 폴 역할이 재밌다. 관객이 한번쯤 가족과 사회적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고 참여하고 싶었다"라며 출연 계기를 털어놓았다.
김경남은 "배우 세 명, 각 인물이 1대 다수의 관객과 호흡하는 점이 매력이다. 처음 작업인데 알란, 폴, 데이비 중에 가장 관객과의 스킨십에 유리한 역할이라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전에 했던 극장이 어떤 컨디션인지 모르지만 아이컨택해가면서 하는 점이 특별하다고 느꼈다"고 짚었다.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와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당한 데이비 역에는 최석진, 안지환, 안동구가 출연 중이다.
최석진은 "작품을 할 때 관객이 우리 공연을 보고 이 메시지를 꼭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는 게 아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말하면 관객들을 틀에 가두는 게 아닐까 한다. 관객이 불편하게 볼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분들과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부담인데 2시간 되는 시간 동안 눈을 피하지 않고 소통하려는 형식 자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임주환은 "관객이 불편할 수 있는 게 우리 목적이다. 우리가 연기를 잘한 것이 된다"라고 거들었다.
안지환은 "소재가 무거운 부분이 있는데 연기할 때 이 작품이 먼 것 같지만 가깝게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데이비가 내가 오늘 길을 가다 만난 학생일 수도 있고 내 동생, 조카일 수도 있다. 외국 대본이지만 너무 가까이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이 관객과 가까이 있어서 더 좋았다. 데이비가 겪은 일을 잘 들려줘야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안동구는 "텍스트를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두려웠다.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내용이 쉽지 않았다. 계속 데비를 생각하며 지내는 시간이 힘겨울 것 같다는 고민이 많았다. 내가 이 데이비를 만나고 이해하다보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현실 속 피해자와 폭력의 굴레에 갇힌 사람들을 한번도 마주본 적 없어서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출연하고 싶어싿. 하면서도 이해하게 됐고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많은 사람이 외면하고 있었구나 했다.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심했다.
사진= 연극열전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