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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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터치부터 생각"…린가드 '월클 플레이' 잔디가 망친다, 팬들도 손해다

기사입력 2024.09.30 07:38 / 기사수정 2024.09.30 07:38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나승우 기자) 한국 잔디 위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도 제 기량을 펼치기 힘들다. 축구종가 영국 출신 K리거 제시 린가드(FC서울)가 경기장 잔디 상태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2라운드 홈 경기서 후반 22분 일류첸코의 결승골로 1-0 승리했다.

이날 4-4-1-1 전형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린가드는 후반 22분 일류첸코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반 막판 페널티킥을 실축하긴 했지만 K리그1 입성 후 첫 도움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다만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털어놨다.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경기 장소를 바꿔야 할 정도였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심각한 잔디 상태를 꼬집었다.



취재진이 '잔디'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얼굴을 찡그린 린가드는 "개인적으로는 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훈련장 상태도 굉장히 안 좋고 경기장 상태도 굉장히 좋지 않다. 프리미어리그랑 비교를 말씀하셨는데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내가 볼을 이렇게 잘 잡아야 된다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볼이 잘 올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근데 여기서는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기 전에 볼부터 잡아야 된다는 생각부터 할 수밖에 없는 (잔디)컨디션이어서 좋은 퀄리티가 나올 수가 없는 환경인 것 같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또 "선수들끼리는 서로 핑계대지 말자고 하지만 환경 자체는 굉장히 좀 실망스럽다. 개인적으로 우리 팀이 정말 멋진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컨디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축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되다 보니까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이어서 우리가 진다는 핑계는 대고 싶지 않다. 경기는 이겨야 하지만 수원도 똑같은 환경이었다. 경기 결과에 대해 핑계 대고 싶지 않다"며 "환경이 조금만 좋다면 우리는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팬들을 위해서라도 잔디 상태를 개선헀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장 잔디 상태는 처참한 수준이다. 뛰어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기장을 손에 꼽을 정도로 대부분의 경기장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반면,, 기후가 비슷한 일본은 다르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에게 "평소 일본, J리그를 자주 보는데 잔디가 좋다. 수원에 잔디 관리하시는 분과도 얘기하는데 관리하는 돈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며 "더운 거나 날씨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하지만 일본은 투자를 많이 하는데 우리는 투자가 적지 않나. 퀄리티 있는 축구를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평소 잔디 상태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9월 팔레스타인과 월드컵 에선을 치른 후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라며 "홈에서 할 때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감독도 "말레이시아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한국 왔는데 잔디가 말레이시아와 달랐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대한축구협회도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에 따라 10월 이라크와의 홈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기로 변경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울산HD와 광주FC도 홈구장 잔디 상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잔디가 좋지 않으면 플레이가 제대로 나올 수 없다. 린가드의 말대로 다음 행동을 미리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하고 볼을 제대로 잡아놓는 데만 급급해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린가드가 마음 먹은 플레이를 쉽게 펼치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비교적 볼을 오래 소유하는 강팀에게 치명적이다. 잔디 상태가 나빠도 양 팀에게 똑같은 조건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긴 하지만 수비에 집중하는 팀보다 공격에 나서는 팀이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FC서울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대표팀에게도 마찬가지다.

결국 선수들의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는 잔디 상태 개선이 절실하다. 퀄리티가 좋지 않은 잔디에서는 선수들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고, 팬들도 즐거운 축구를 볼 수 없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나승우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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